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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20] 끝나지 않은 경제위기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20] 끝나지 않은 경제위기
  • 교수신문
  • 승인 2009.10.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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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최근 한국에선 경제회복세가 완연한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완전한 위기 극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소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 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 사회 전체의 충격파가 대학으로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차가 있어서인지 오히려 요즘 더 상황이 악화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요사이 많은 대학들이 패컬티들의 학회 참석 등을 위한 출장비 지원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학회에 논문이 채택돼도 참석을 포기하고 다른 교수들에게 발표를 부탁하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 그래서 아예 다가오는 학회에는 논문을 제출할 마음이 생기지도 않는다는, 다른 학교 교수들의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요즘 대학가에서 예산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가장 흔히 채택하는 것이 ‘furlough’ 라는 제도이다. 일종의 강제 무급 휴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달에 2~3일 정도 근무일을 줄이는 대신 그 휴일만큼 임금을 삭감한다는 것이다. 교직원들의 해고 사태를 막고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같이 고통에 동참하자는 취지라 등록금인상이나 경비 절감 등의 대책으로도 부족한 예산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많이 쓰이는 정책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표 주립대 시스템인 캘리포니아대학의 경우는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들이 이번 가을 학기부터 각자의 연봉 수준에 따라 적게는 11일부터 많게는 26일까지 무급 휴일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로 인한 연봉  감소분이 4%에서 10%에 이른다고 하니 더 많이 쉬게 됐다고 좋아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여하튼 덕분에 미국 생활 수년간 한 번도 들어보지도, 써보지도 않았던 생소하기 그지없는 ‘furlough’란 단어를 듣고 쓰게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급 휴일보다도 훨씬 더 흉흉한 얘기들도 떠돈다. 테뉴어를 받아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을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단다. 아예 기존의 두 개 학과를 둘 다 없앤 후 통합해 한 학과로 만드는 경우는 모든 교수들이 일단 해고됐다가 새로 임용이 되는 관계로 테뉴를 받은 교수라도 임용을 하고, 안하고는 학교의 재량이니 사실상 정년 보장이라는 테뉴의 효력이 없어지는 셈이란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캔터키 대학의 경우, 연봉은 2년째 동결이지만 다른 학교처럼 무급 휴일을 강요하지도 않고, 아직까지는 학회 참석 비용 걱정을 안해도 되는 처지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저런 소식과 소문들을 듣다 보니 맘 한 구석에 걱정이 자리잡아 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모쪼록 하루 빨리 경제가 회복돼서 이런 흉흉한 소문들이 더 이상 떠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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