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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저작권법의 정체
[문화비평] 저작권법의 정체
  •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 승인 2009.10.05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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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저작권법 제1조에서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작자에게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등으로 나뉘는 저작인격권과 더불어 복제권·공연권·공중송신권·전시권·배포권·대여권·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부여함으로써 창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또  저작권법에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 등 새롭게 등장한 저작물 이용방법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규정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저작권법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知的 활동에 대한 보호방안은 그 창조적 내용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매체기술의 진전에 따라 첨삭 및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적절한 대응을 모색해 왔다. 실제로 저작권이 초기에는 그 내용을 창작한 저작자 개인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저작권 보호의 개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용 저작물에 대한 보상이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작권은 곧 ‘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의 유형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천해 왔다. 인쇄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통적인 저작물은 주로 글자, 숫자, 기호 등에 의해 이루어진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 다음 단계로는 소리나 영상의 상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자체를 담고 있는 저작물로서 음반이나 영상저작물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가상공간’에 들어 있는 저작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생겨난 저작권 제도가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의 총아로 진화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긍정적인 측면은 사용자의 위상이 강화된다는 점, 정보의 독점을 막고 중앙집권적인 체제의 붕괴를 가져오며 이로써 다원주의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즉, 디지털 혁명은 사용자의 정보개입과 정보활용을 활성화함으로써 개인 사용자를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 발신자 및 정보 생산자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일대변혁을 가져왔다. 이는 기존의 일방적이었던 형태에서 쌍방향적이고 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보의 분산화와 탈중심화가 일어나고, 민주적인 정보체제가 확립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반대로, 디지털 혁명이 몰고 온 부정적인 측면은 산업간 융합과정에서 거대 매체기업의 독점이 이루어져 전 지구적 차원에서 독점적 지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기존의 정보종속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국가기반시설의 구축에 앞장서는 한편, 사업자끼리의 경쟁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민의 이용 증진을 위해 관련법규를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매체의 발전속도에 비추어 볼 때 법적·제도적 장치의 정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를 포함한 미래에는 정보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많은 정보 중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 정보를 정리하고 분석해 시각을 제공하는 것, 즉 관련정보를 해석하고 개개인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이에 맞게 분석해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의 가치는 희소성을 바탕으로 한 소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 서비스, 관계 등에서 나온다. 이렇게 디지털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정보생산과정뿐만 아니라 정보의 서비스, 분배, 수용, 사용 및 전달 등의 과정에서의 독창성을 포함하는 가치창조 방법이 강조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창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는 개인 혹은 기업만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저작권 보호제도가 창작의 활성제로 기능할 것인지, 아니면 문화산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곧 진정한 저작물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다.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이용의 범위 또한 넓힘으로써 저작권의 오용과 남용, 그리고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골고루 제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의 합리적인 규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류는 풍요로운 정보화 시대로서의 21세기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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