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8:50 (금)
[기자수첩]수상한 설명회 이상한 인사들
[기자수첩]수상한 설명회 이상한 인사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4.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4-03 15:16:06
지난달 19일 한국기독교 회관에서는 이상한 설명회가 열렸다.

김순권 경북대 교수, 서경석 목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 등 10여명의 인사들이 마련한 이날 행사의 제목은 경인여대 분규의 진상을 알기 위한 설명회. 설명회에는 박상규 민주당의원, 최영애 민주당 의원, 최동석 전 장관 등 전·현직 정·관계인사들을 포함해 2백여명이 참가했다.

경인여대측은 행사개최 의도부터 편파적이다며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못내 걸렸는지 사회를 맡은 서경석 목사는 매도하고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곧 김길자 전 학장은 실수는 할지언정 비리를 저지를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다며 진실파악 의도를 의심케 했다.

이후 단상에 오른 김 전 학장은 우리 족벌은 직원들이 잘못할까봐 남편과 아들이 열심히 봉사한 것이다며, 자랑스럽고 당당한 족벌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등록금 횡령부분에 대해서는 돈이 남아서 편의상 법인으로 옮겨놓은 것이다며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넘어갔다.

일방적인 편들기로 시작한 설명회는 이후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 참가자는 많은 사학들이 강탈당한 뒤 친북·반미·한국부정의 의식화 교육장이 됐다고 터무니없는 색깔론을 펼쳤다. 그는 한술 더 떠 빼앗긴 대학을 물리적으로 되찾아 줄 용의가 있다며 폭력행사도 불사할 의지를 나타냈다. 현직 대학교수도 거들었다.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사회과학부)는 지금까지 지켜봐 온 김 학장은 봉사에 힘쓴 훌륭한 분으로 회계장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상한 논리를 폈다.

이날 유일하게 김 전 학장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 이는 경인연대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재학생이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을 법인으로 빼돌리고 교육환경 개선에는 소홀했던 것을 지적하자 김 전 학장은 지금도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회피식 답변으로 무마했다.

비논리적인 편들기와 색깔론의 광기가 주효했던 것일까.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설명회가 끝난 후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김 전 학장의 복귀를 희망한다고 서명하고, 몇몇 참가자들은 김전 학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위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