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20:05 (수)
유토피아의 열망에서 노스탤지어로
유토피아의 열망에서 노스탤지어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09.28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철규 연세대 명예교수, 『귀환』(한길사, 2009) 출간

한 시대의 투명한 이성적 비평 눈금을 가리켰던 『우리시대의 리얼리즘』, 『왜 유토피아인가』 등의 저자인 임철규 연세대 명예교수(영문학)가 그의 문학 연구생애를 정리하면서 한국문학의 소망스런 대지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은 『귀환』(한길사, 2009)을 펴냈다.

“외국문학 전공자로서의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네 문학 연구에 돌아온 것이다. 결국 ‘고향’으로 ‘귀환’한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 것처럼, 이 책은 영문학의 무대 위에서 비평을 업으로 40년 이상을 달려왔던 외국문학 연구자의 모국 문학 歸還記로 손색없다.

그는 1930년대 ‘모던보이’ 정지용에서부터 1950년대의 ‘모던보이’ 김규동의 고향과 귀환에 깃든 표정을 읽어내는가 하면 성원근, 임권택, 이창동의 세상, 귀환 양상을 겹쳐 살펴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귀환을 다룬 장은 저자가 가장 공들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감상적인 삶의 방식일 수 있는 ‘귀환’을 그러나 감상에 떨어지지 않게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노스탤지어’를 호명해냈다는 점이다. 칸트는 귀환의 존재론적 불가능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진정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특정 장소로서의 어린 시절의 고향땅이 아니라, 특정 시간 즉 그가 고향땅에서 보낸 바로 그 어린 시절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몸은 고향이란 공간으로 돌아간다해도 그 유년의 시절은 다시 불러내 뛰어들 수 없기에 “노스탤지어는 이러한 슬픈 사실에 대한 반동”이라고 영문학자 린다 허천은 말했다.

비평가로서 임철규 교수가 유토피아적 열망에 매달려 글을 써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유토피아의 열망이 ‘역사’를 만드는 것과 달리 노스탤지어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존재하지 않는 근원,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는 無望의 울부짖음이다”라고 명명한 것은 이상하다. ‘노스탤지어’를 통해 문학가의 뿌리내림(정착)을 선언하는 책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그가 어째서 ‘無望’을 강조했는지 명료하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