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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체제론에 대한 전문가 평가
분단체제론에 대한 전문가 평가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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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 노력’부터 ‘과잉분단론’까지
백낙청 교수의 분단체제론 비판으로는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의 논의가 유명하다. “분단체제론이 지금까지 경시했던 남북한 지배세력의 공통의 이해관계를 부각시킨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나치게 강조해 대립적인 측면을 부차화시키는 역편향을 일으켰다”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여기서는 그 동안 분단체제론을 연구해 왔거나 남북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고 있는 3명의 학자들의 평가를 들어본다.

이수훈 경남대 교수(사회학):

“분단체제론은 세계체제론의 기본 통찰을 수용하고 있다. 세계체제론은 세계체제 전체를 대상으로 높은 추상의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사회변동론이다. 분단체제는 그런 세계체제의 아주 특이한 한 하위체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경우 남북 각기의 현상과 더불어 범한반도적 분단체제의 ‘매개작용’도 간과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즉 남과 북이 분단체제를 통해 세계체제에 참여하며, 세계체제의 규정도 분단체제라는 매개항을 통해 받는다는 주장이다.
분단체제론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적 쟁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필자는 다른 매체에서 백낙청 교수의 분단체제론을 ‘과잉 분단론’으로 비판한 바가 있다. 즉 분단체제의 매개작용에 대한 평가가 과도하다는 비판이었다. 그것이 과도하기 때문에 각종 정세 판단에 무리가 나타날 수 있고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분단체제 극복 문제가 있다. 분단체제론에서는 분단극복이 한반도의 통일을 넘어 한반도 전체의 개혁, 즉 기득권세력의 혁파와 그에 따른 사회개혁에 무게 중심이 두어져 있다. 개혁과 쇄신의 종착점이 통일이라고 본다. 그래서 분단체제론은 통일론이라기보다는 개혁론이라고 하겠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경제학):

“무엇보다도 분단체제론은 탁월한 문제의식으로 우리를 각성시켰다. 남한 사회의 비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인 현실을 분단현실에, 나아가 세계체제에 연결시켜 파악하고 체제변혁을 위한 실천이론을 찾아내려고 한 시도는 1980년대 후반 남한 사회의 진보진영이 처한 이론적 한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뛰어넘으려고 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아울러 분단체제론은 1960년대 이후 남한사회 내부에서 지속돼온 민족민주운동의 중심사상을 이론화하려고 한 시도라고 보아야 한다. 당시 민족민주운동은 남북분단을 기득권 세력의 지배체제로 파악하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민중중심의 체제변혁을 주창하고 있었다(장준하의 ‘분단체제’라는 용어).
분단체제론이 이론과 실천 양 측면에서 갖는 시대성과 역사성은 최근 분단체제론의 핵심명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심지어 일반 대중들조차 ‘분단체제’라는 용어를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사실이 분단체제론의 이론적 한계를 보여준다. 몇몇 연구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론은 분단의 역사와 전망에 대한 체계적 연구에 기초해서 분단체제라는 ‘개념’을 분석도구로 발전시키고 핵심 명제를 체계화해야 할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정치학):

“나는 ‘분단체제론’이 한반도의 특수한 문제영역을 보편적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학문적 탈식민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거시담론이 주는 지적 상상력의 긍정적 효과를 부정할 수 없지만, ‘분단체제론’의 각론은 여전히 연구대상으로 남아있다. 먼저 세계체제와 분단체제와의 관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관계에 세계체제와 남한 자본주의, 그리고 세계체제와 북한 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상호관계적이면서도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체제와 북한과의 관계는 사회주의 이론에서 여전히 중요한 논란의 대상이다. 현실사회주의가 갖는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은 여전히 쟁점이며, 남한의 수출지향형 대외의존경제와 북한의 수입대체적 자립경제전략은 세계체제에 대한 상이한 대응양식이라는 점에서 보다 엄밀한 비교연구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로 남북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분단체제는 남북관계의 관계적 성격과 그것으로 인한 체제내적 문제영역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탈분단은 사실 남한과 북한이라는 각기 다른 부문체제의 변화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관계적 특성보다는 분단체제와 남한, 분단체제와 북한이라는 각기 고유한 문제영역들에 대한 이론적 관심이 필요하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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