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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재임용심의 신청권 ‘형식적 권리’로 해석 … 부당 탈락 교원 구제에 소극적
법원, 재임용심의 신청권 ‘형식적 권리’로 해석 … 부당 탈락 교원 구제에 소극적
  • 송병춘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 승인 2009.09.2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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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헌법불합치판결 이후 교수 재임용과 관련한 판례 동향

과거 법원은, 임기가 만료된 대학 교원의 재임용 여부는 임면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면서, 임기가 만료된 대학교원의 재임용심의 신청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일관되게 소를 각하함으로써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에 대한 구제를 거부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며, 대법원은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판결에서 비로소 기존의 태도를 변경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하급심 판례는 대학교원의 재임용심의 신청권을 형식적, 절차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다.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재임용심사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의 권리 구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임용거부 처분에 이르게 된 재임용심사가 과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학이 나름대로 정한 재임용심사 항목 및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판례는 아직 없다.
학교 측이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재임용심사를 했다면, 교수재임용 제도의 본래의 취지와 관계없이 무엇을 평가 항목으로 삼을 것인지는 거의 전적으로 임면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본 것이다.

재임용심사를 위한 업적평가에 있어 “어떠한 항목에 대하여,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어떠한 배점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평가 결과를 어떻게 재임용 심사에 적용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평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이는 교원의 재임용심의 신청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예컨대 학교법인이 아무런 기준을 정하지 아니하고 자의적으로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 학교법인이 정한 기준이 심히 불합리한 경우, 합리적인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평가를 하여 재임용을 거부하는 경우, 그리고 관계법령 등에 정한 사전고지 및 청문절차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은 모두 임기만료 교원의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과 정당한 평가에 의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헌법재판소 2003.12.18. 선고 2002헌바14).


재임용심사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평가’라고 하려면, ①그 평가 항목이나, 평가 방법이 교수재임용제의 본래의 목적달성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야 하고, ②그 평가 결과의 활용은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교원지위법정주의의 취지).

재임용제도,구조조정 등 악용 사례 많아
그러나, 재임용제도는 여전히 그 본래의 목적을 일탈하여 특정 교수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또는 구조조정·정리해고 등의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래에는 특히 단기계약, 상대평가 등의 방법으로 신분을 불안정하게 만듦으로써 비정년트랙교원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예컨대 책임강의시간 주 15시간, 연봉 3,000만원).

세부 평가항목이 연구 분위기 조성 및 교수의 질 향상이라는 평가 목적과 동떨어진 사항을 대상으로 한다거나, 특정 항목에 대하여 과도한 배점을 한다면, 그러한 평가는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대학교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연구업적이나 학생지도 실적보다는 학생모집, 발전기금 모금, 학교홍보, 행정협조 등을 주된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재임용제도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제15조(교직원의 임무) 제2항이 “교원은 학생을 교육ㆍ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학문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 하였고,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이 “교원에 대한 재임용 여부를 심의함에 있어서는 학생교육에 관한 사항, 학문연구에 관한 사항, 학생지도에 관한 사항에 대한 평가 등 객관적인 사유로서 학칙이 정하는 사유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러한 대학의 기능에 비추어 이해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08. 1. 10. 선고 2007구합28243 판결은 강의전담교원제도가 교원지위법정주의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고, 위 사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역시 2008누4468 판결에서 강의전담교원 제도의 위법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고등교육법 제17조는 ‘학교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14조 제2항의 교원 외에 겸임교원·명예교수 및 시간강사를 두어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교육 또는 연구만을 담당할 수 있는 겸임교원, 명예교수, 시간강사 등은 같은 법 제14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등의 전임교원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고, 같은 법 제15조 제2항에서 말하는 ‘교원’이란, 바로 이러한 전임교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과는 반대로, 위 제17조의 규정은 비전임교원과는 달리 전임교원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교육과 연구를 함께 담당하여야 한다는 해석의 또다른 근거가 될 뿐이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제3 행정부는 2008. 7. 24. 선고 2008누6389 판결에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에서 열거한 사항이 ‘예시’에 지나지 않고, 학문연구를 전담하는 교원이 있듯이 강의를 전담하는 교원도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바(위와 같이 상충된 2가지 판결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학 교수가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교육의 질 역시 확보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학은 최종 (직업)교육기관으로서 그 사회가 산출하고 있는 최고, 최신의 지식과 기술을 집적하고 전수하는 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문과 교수의 자유는 적절한 신분보장 전제돼야 
또한 학문 및 교수의 자유라는 대학교원의 기본권 내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은 교원에 대한 적절한 신분보장을 전제로 한다. 교육기본법이나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등이 교원의 신분 및 처우에 관하여 특별히 보장·배려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수재임용제도는 어떤 면에서 위와 같은 교원에 대한 신분보장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지만, 연구 분위기 조성, 교수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교원의 신분보장 원칙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용돼야 할 것이다.

 

송병춘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필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학교법인 지산학원 이사, 대학교육법학회 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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