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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매립지 위에 세워진 新대학촌 … 그곳에 가면 어떤 꿈이 영글까
바다 매립지 위에 세워진 新대학촌 … 그곳에 가면 어떤 꿈이 영글까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9.14 14: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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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캠퍼스 유치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를 가다

개강 첫 날, 학생들을 실어 나르던 1호선 열차는 제물포역에 서지 않았다. 인천대로 가는 열차는 ‘인간이 만든 땅’ 송도에 학생들을 떨구었다.
국제 비즈니스 도시, 동북아 물류 허브, 글로벌 캠퍼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중심에 송도가 있다. 매립 공사를 착수하던 때가 1994년. 바람 잘 날 없었던 송도에서 인천대가 개강을 맞았다. 대학가에도 본격적인 ‘송도 시대’가 열렸다. 인천시의 연세대 특혜 의혹이나 캠퍼스 부지 선정을 둘러싼 대학 간의 잡음이 잦아들진 않았지만 송도는 연일 대학가의 화제다.
송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송도행 열차는 不知不識 간에 기자를 떨구곤 사라졌다.

 

오는 11월 인천전문대와 통합하고 내년에 법인 전환이 이루어지면 인천대는 동북아중심대학이라는 특성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내부공사와 편의시설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개교를 한 데에는 신설학과 설립, 교수초빙 등 통합·법인 전환에 대한 준비가 깔려있다.

 

#1. “지하철 역까지 누가 10분 걸린댔어! 나 엊그제 뱅뱅 돌다가 1시간이나 걸렸거든!” “세상에…” 학생식당 앞에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던 새내기 친구들 사이에 이야기 꽃이 폈다. 친구의 말 꼬리를 가로채며 쏟아내는 말들은 좌충우돌, 우왕좌왕 등하굣길 경험담이다. 빙그레 미소만 지어 보이던 한 친구도 재밌는 일화가 생각났다. “자신있게 걷는 앞사람, 따라 가잖아? 실은 그 사람도 길 잃은 거야!” 일당 폭소.

지하철 역에 내려 인천대를 찾아 걷다보면 어느 새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이 된다. 우선 안내 표지판이 친절하지 않다. 서울 시내에 있는 느낌으로 버스를 기다리면 약속에 늦는다.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를 기다리면 버스가 온다. 연일 언론에서 ‘글로벌 송도’를 타전했던 탓일까. 2009년의 송도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바닷바람을 실어 나르는 미완의 계획도시였다.
학생들은 여전히 간척지에 고립된 ‘인공 섬’에서 공부한다는 섬뜩함을 떨쳐내진 못했지만 눈빛에서 기대감과 자신감이 일렁인다. 하나같이 새내기의 눈빛을 가졌다. “이제 학교 시설물에도 ‘스펙’이 생겼으니 열심히 공부하는 일만 남았네요.” 캠퍼스에서 만난 또 다른 무리의 학생들은 고학년답게 현실 문제를 묘하게 대입시킨다. 자조 섞인 목소리 대신 여유 있는 해학이다. 학생들은 ‘송도’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2. “연구실 이사는 8월 초부터 했어요. 건물 내부공사 중이라 연구실, 복도 할 것 없이 저마다 툭탁툭탁거렸죠. 냉방이 안 되는 최첨단 건물에서 여름 내내 고생깨나 했습니다. 이제야 모양새가 갖춰졌네요.”
- 최병길 인천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

1979년 인천시 도화동에서 인천공과대학으로 문을 연 지 반세기 만인 지난 달 31일, 인천대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인천시와 인천대는 10여년의 준비 끝에 매립토가 굳기도 전인 2007년 4월 첫 삽을 떴다.

인천시가 처음 제안했던 부지에 한참 못 미치는 21만 평방미터지만 공동실험실습관, 전자도서관, 스포츠센터, 국제회의실, 게스트 하우스, 콘서트홀 등 총 사업비 4천700억원으로 25개 동의 최첨단 건물을 갖췄다.

인천대의 ‘송도 시대’는 인천전문대 통합과 법인 전환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일단 동북아중심대학이라는 이미지를 특성화하는 데 진력할 계획이다. 송도의 3대 특산물 IT, BT, NT가 중심이다. 이미 인천대는 상페테르부르크 국립대(러시아), 프리머스대(영국) 등 4개 대학(총원 5천여명),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미국)등과 학점 교류 및 연구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들 대학은 인천시로부터 법인전환 조건으로 인천대가 추가로 제공받기로 한 10만평 부지에 들어선다.

오는 11월 인천전문대학과 통합 결정이 나면 10년간 매년 100억원의 지원금으로 산학연 공동프로그램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천대는 올 연말 정시모집부터 생명과학부, 나노공학과, 간호학과, 도시공학과 등을 신설하고 학생모집에 나선다. 63%에 머물러 있는 교수 확보율도 80%후반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박동삼 인천대 기획처장(기계공학과)은 “통합·법인 전환과 별도로, 신설 학과를 중심으로 내년까지 30여명을 1단계 선발(특별 초빙, 외국인 교수 50%)하고, 추가로 최대 70여명을 더 충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송도캠퍼스에 학부대학을 옮겨 놓을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연세대는 올해 초 학과제로 전환을 예고했다. 학부·대학원 과정 중 어떤 학과가 이전해 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분적 개교도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송도 7공구에는 기숙사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송도 입주할 대학, 아직 결정 안나

인천대 이전을 신호탄으로 연세대가 내년 3월 바통을 이어받는다. 연세대가 자리할 송도1교 인근 7공구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2006년 입주 선정과정에서부터 불거진 학교 부지 저가 매입 문제와 최근 약학대학 특혜 의혹에도 연세대는 내년 3월 부분 개교(국제예비대학 200명, 어학당 100명)로 가닥을 잡았다. 2012년까지는 전면 개교한다는 목표다.

몇 년 전부터 대학가에는 ‘송도 러쉬’가 화제였지만 지금 송도에는 인천대와 인천가톨릭대, 가천의과대 만이 입주해 있다. 고려대, 인하대, 한국외대는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부지 선정을 남겨놓고 있다. 서강대, 홍익대 등 후발주자들은 진전이 더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국내 대학에서 사업(입주)제안서를 받았을 때가 2006년. 참여의사를 밝힌 10여개 대학들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의구심도 일었다. BIT전문대학원과 산학연협력시설 등을 세우기로 했던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인근 청라지구로 옮겨 ‘국제 BIT 포트’ 조성에 착수했다. 고려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들은 지난 달 말, 토지공급계약 등 구체적인 입주 선정과정을 위해 세부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국내대학 선정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선에 김종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교육팀장은 “5·7공구가 2007년에야 매립됐다. 시의 구상과 대학의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늦은 편은 아니다”며 “송도는 첨단산업 연구를 중심으로 동북아 최고의 연구허브를 만들 계획이므로, 국제적 연구에 기반한 학부·대학원 과정을 운영할 대학을 찾았다”고 말했다.
송도 국제학술연구단지에 입주하려면 해외 연구기관이나 기업체 등과 사업 연계도가 50%를 넘어야 한다.

 

① ② ③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아직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다. 대학 입주가 미지수라는 뜻이다.                                        출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대학들은 어떤 계획 내놨나

내년이면 인천시가 송도 국제학술연구단지(5·7공구) 조성계획 1단계가 마무리된다. 입주자 선정을 마치고 2단계 개발·시공 단계에 접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지난 달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5개 대학은 사실상 최종 선정단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인하대는 이공계 대학원 중심의 글로벌 캠퍼스 조성과 항공 IT·BT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출했다. 인하대의 ‘송도 지식산업복합단지’는 2018년까지 3단계로 진행된다.

고려대의 주력분야는 바이오 산업이다. 신경정신과센터, 생체로봇공학 등에서 기초연구센터를 설립한다. 아시아거버넌스 전략 연구소 등 2017년까지 4단계에 걸쳐 ‘고려대 송도연구단지’ 조성이 목표다.
한국외대는 통·번역센터, 국제비즈니스정보센터, 한국어문화교육원을 2019년까지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대는 국제과학기술원, 국제융합기술산학협력센터, 국제창업교육보육센터 설립계획을 제안했다.

홍익대는 홍익 디자인아트복합단지를 만들어 디자인 교육·연구단지를 세운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최근 학내 사정을 이유로 사업계획을 잠정 보류한다고 전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내 국제학술연구단지는 내년까지 1단계 사업(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첨단바이오단지, 지식정보산업단지 구축)을 매듭짓고, 2단계(2014년까지 국내외 대학, 첨단의료복합단지, 첨단IT밸리 완공)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 대학가에 부는 송도의 바닷바람이 잦아들지 않을 것 같다.

 

글·사진= (송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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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 2009-09-27 00:49:56
기사의 골자에 대보면 사진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네요. 왜 사진을 하늘 반, 캠퍼스 반으로 나누어 찍으셨나요? 모르시지는 않을 것 같고 굳이 반으로 나누어 찍으신 이유를 알고 싶네요. 또 하나, 바다가 보이지 않아요. 바다가 있었다면 기사를 더욱 돋보이게 했을텐데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