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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에 떠밀린 대학들, 强手보다 妙手 찾아야
‘비정규직법’에 떠밀린 대학들, 强手보다 妙手 찾아야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9.14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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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개 대학 시간강사 1219명 해촉

우려했던 시간강사 대량해고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부터 받은 ‘대학별 시간강사 해촉 현황’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에 명시한 ‘2년 이상 재직 고용자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올해 112개 대학에서 시간강사 1천219명이 해촉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대학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법으로 해촉된 시간강사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황자료에 따르면 시간강사 해촉 규모는 한남대가 195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국외대 124명, 대진대 95명, 고려대 75명, 경남대 71명, 동국대 69명, 우송대 66명, 한림대 53명, 수원대 53명, 단국대 47명 순이었다. 자료를 제출한 대학 112개 가운데  35개 대학에서 비정규직법을 적용해 시간강사를 해촉했다.
비정규직법은 한 대학에서 2년 연속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한 석사학위 시간강사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 규정에 해당하는 시간강사를 계산해 해촉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주당 15시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적용규모는 들쑥날쑥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나 교과부에서 명확한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이 유일하게 판단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2003년 서울지법 판결이다. 20003년 서울지법은 “1시간 강의를 위해 2시간 이상 준비와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 강의 1시간을 강의 준비시간 등을 포함해 3시간의 노동에 준하는 것으로 계산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지법 판결을 적용해 2년 연속 주당 5시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를 해촉한 대학이 대부분이다. 강의시간 준비를 고려해 12시간으로 적용한 대학도 있다.

한남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때문에 논의를 계속하다가 2년 이상 강의한 석사학위자는 4시간까지 허용하겠다는 기준을 정했다”면서 “이 기준에 따라 1학기에 189명, 2학기에 6명을 해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대학이 더 많다. 한양대는 이번에 비정규직법을 적용해 해촉한 시간강사가 한 명도 없었다. 한양대 관계자는 “시간강사와 4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2년 연속으로 강의한 석사학위 시간강사가 아직 없다”면서 “이번 학기에는 이에 해당하는 강사가 없어 비정규직법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지난 2007년께부터 시간강사 위촉계약을 실제 강의를 담당하는 기간으로 하고 있다. 1학기는 3월부터 6월까지, 2학기는 9월부터 12월까지 끊어서 계약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한양대에서 강의한 석사학위 시간강사는 다른 대학 시간강사와 같이 2007년부터 출강했더라도 계약기간은 16개월로 계산된다.

대다수 대학들은 비정규직법이 석사강사에게 어떻게 적용될지 추후 논의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그렇지만 관련 부처에서 명확한 기준 제시가 없다면 매학기 마다 석사 강사 해촉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까지 비정규직법을 동일한 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하루빨리 관련 부처와 국회에서 시간강사 문제를 마무리 짓고 대학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선 기자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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