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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학부교육’ 대학평가를 준비하는 이유
OECD가 ‘학부교육’ 대학평가를 준비하는 이유
  • 김영섭 한동대·학사부총장
  • 승인 2009.09.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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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중심대학 육성과 학부교육 선진화

올해에도 국내 언론의 대학 교육에 대한 비판은 ‘IMD의 대학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 57개국 중 51위로 최하위’란 머릿기사로 시작됐다. 대학 진학률은 83%로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대학 교육의 질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뜻이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수차례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우수한 우리의 중등 교육과, SCI 등재 논문 숫자가 세계 12위라는 훌륭한 외형적 성과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원 교육에 비해 왜 유독 우리나라 대학 교육만은 이렇게 세계수준과 동떨어져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바라는 대학 교육과 현실간의 괴리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와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교육방법과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면, 대학들이 그 대학의 설립목적 및 인재상 그리고 그 역량에 상관없이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경향이 많다. 절대 다수의 학부학생들이 학부교육만 받고, 바로 사회로 진출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과 교수의 관심은 대학원생과의 연구에 있으며, 학부 학생교육에 있지 않다.

그 주된 원인은 정부에서 대학의 연구를 위해 매년 수 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중심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언론사들은 대학의 연구성과를 가장 비중 있는 잣대로 편향된 대학평가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연구에 집중된 재정 지원과 연구 중심의 대학평가는 학부 교육의 부실화를 야기했고 대학의 서열화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대학들이 그 지향점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설정한 것은 그 대학의 생존을 위한 당연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OECD가 학부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대학평가제도(AHELO)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절대 다수의 대학들은 학부 학생이 80~90%이상으로 구성돼 있는 학부중심대학이다. 학부교육을 대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는 학부중심대학 육성을 위해서 정부는 연구에 집중돼있던 재정 지원을 학부 교육 발전에도 균형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들은 대학을 평가할 때, 대학원중심대학과 학부중심대학, 혹은 연구와 교육을 구분해 평가하는 안목과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학가와 정부 일각에서 학부중심대학 육성의 중요성과 학부교육의 선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는 2009년 하계 정기총회를 대학 학부교육 강화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의 특별소위원회는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와 함께 대학 교육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으며, 대학 학부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뒤따랐다. 제1차 포럼은 ‘대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란 제목으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진행했다. 제2차 포럼에서는 ‘대학생들의 쓴 소리’도 들었으며, 제3차 포럼에서는 주요대학 교무처장들을 통해 학부교육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9월 중에 예정된 제4차 포럼은 기업의 의견을 경청해 학부중심대학 육성과 학부교육의 선진화에 대한 필요성을 더 부각시켜 나갈 예정이다.

 대학을 변화시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세상의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형성하는 대학교육에서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미래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는 대학에서 시작했다. 대학은 다음 세대가 자신들의 역사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바르게 그리고 잘 쓸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것이 학부중심대학을 육성하고 학부 교육의 선진화를 추진해야 할 이유다.

김영섭 한동대·학사부총장

미국 알라바마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Intergraph Corporation 책임연구원,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입학처장과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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