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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옷 입은 인문학 … 호반도시 춘천에 세계가 모인다
실용 옷 입은 인문학 … 호반도시 춘천에 세계가 모인다
  • 북학 기자
  • 승인 2009.09.0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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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이틀간 ‘HT2009’ 제1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 열려

‘인문치료’가 구체적인 대안 담론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강원대 6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HT2009' 국제학술대회가 관심을 끌고 있다.
‘HT2009’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인문치료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인문한국(HK) 인문치료사업단(단장 이대범 강원대·국어국문학과)이 추진하고 있는 ‘제1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를 말한다. 인문치료사업단은 이미 2008년과 2009년 3차례에 걸쳐 전국 규모의 학술대회를 개최, 인문치료의 가능성을 탐색한 바 있다.

이번 ‘HT2009’는 해외 각국의 관련전문가들을 초청해, 규모면에서 국제적인 모습을 갖췄다. 그렇다고 외형만 ‘국제화’를 지향한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인문학과 치료’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미국,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벨기에, 일본, 중국, 한국 등 8개국 12명의 발표자를 포함해 모두 28명의 학자들이 참여한다.


면면을 보면, ‘철학치료’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뉴욕시립대 루 메리노프(Lou Marinoff) 교수를 비롯,  프랑스 예술치료의 이론적 토대를 확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리샤르 포레스티에(Richard Forestier) 유럽산업대학(Universit´e Europ´eenne du travail) 교수, 인문학적 가치를 청소년 범죄의 이해와 대책마련에 접목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랑스어권 국제범죄학회 회장이고 스위스 프리부르그대 법학부 교수인 니콜라 켈로즈(Nicolas Queloz), 미국 내에서 문학의 치료적 활용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시치료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캐슬린 아담스(Kathleen Adams), 미국 오하이오대의 언어청각학과 학과장 브루크 할로웰(Brooke Hallowell) 교수, 일본 리코대(Rikko University) 이문화간 의사소통학부 교수 미도리 이이지마(Midori Iijima) 등이 눈에 띈다.

 

‘인문치료’ 라는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다. 이로써 이번 ‘HT2009’는 새로 태동하는 인문치료학이 글로벌 수준에서의 학문적 관심 대상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리 배포된 발표문 ‘철학적 상담의 이론과 실제’에서 메리노프 교수는 철학적 상담(philosophical counseling)의 6가지 방법을 정리하면서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최근 사례 연구를 소개한 뒤 “2천500년 동서양의 축적된 철학적 학식에서 나날의 삶을 위한 유용한 활용방안들을 발굴할 수 있다. 시대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여러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철학적 상담이 오늘의 현대 문명에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다.

지구적 차원에서 ‘인문치료’의 의미망을 탐색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인문학의 내·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 모색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강원대 인문한국 인문치료사업단은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임에도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연구업적 뿐만 아니라, 군부대, 교도소, 교육현장 등에서의 현장 활동을 통해 인문학의 사회적 활용가치를 검증하고 있다. 이대범 인문치료사업단장은 “이번 학술대회의 결과는 발표원고와 토론 내용을 편집해 총서 ‘인문치료’ 제8권으로 출간할 것이다. 무엇보다 연구 결과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인문치료의 인문학적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전통적 인문학이란 연장을 들고 ‘실용’의 돌다리 위를 건너는 모습은 아슬아슬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대사업사회가 지니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의 폐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현대인들의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인문학을 통해 치유하겠다’는 발상과 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반짝거리고 있다. 제1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가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인문치료란?
인문치료란 육체적·정신적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혹은 그런 고통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인문학적 방법을 활용해 자아통찰과 인식론적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정서적·정신적 건강을 확보하는 통합적 병인 극복 과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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