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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다양한 뇌의 ‘지문’… 세월의 흔적 묻어오는 어머니 약손 그리워
그토록 다양한 뇌의 ‘지문’… 세월의 흔적 묻어오는 어머니 약손 그리워
  • 교수신문
  • 승인 2009.09.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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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⑨ 손 이야기

손은 뇌의 ‘指紋’이다. 
    꼭두새벽이면 장독대에 井華水 떠다놓고 두 손 싹싹 부비며 기도하시던 울 어머니가  올해 白壽가 되신다. 살아계셨으면 아흔아홉 축하잔치를 해드렸을 터인데….하얀 素服 곱게 차려입으시고 웅얼웅얼, 중얼중얼 거리시면서 한 참을 그렇게 빌고 계신다. 일본 군인으로 끌려간 남편이 오키나와에서 전사한 것도 모르고 무사귀환을 그렇게…. 고인의 이름 석자가 ‘평화의 공원’에 刻名돼 계시기에 매년  6월 23일에 빠지지 않고 다녀온다. 

    오늘따라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범 손이다”하시며 내 아픈 배를 매만져주시던 그 보드랍고 따스한 어머니 손결이 그립다. 당신의 손은 예민한 체온계였으며 손으로 말을 하셨지. 귀가 먹거나 말문이 막힌 사람들이 하는 手話가 아닌 손끝에 자르르 흐르는 말을 말이다. 저런, 서럽고 슬프게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는 것이 하나도 없다더니만 손도 나이를 먹어 낡고 늙어 가릴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묻는다. 내 어머니도 일을 하도 많이 하신 탓에 지문이 다 닳아빠져 주민등록증 내는데 애를 먹었지.

손이나 발에 사람마다 다 다른 指紋(finger print)과 足紋(foot print)이 있다. 지문은 크게 고리모양, 소용돌이 꼴, 활꼴로 나뉘고, 그 중에서 고리형태의 사람이 가장 많고 다음이 소용돌이, 활의 순서다. 알다시피 지문은 평생 바뀌지 않으며 그것이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하니, 그 무늬가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그리고 손바닥에는 멜라닌(melanin)세포가 없어서 검어지지 않는다. 하여 흑인도 손발바닥은 하얗게 희다!    

    사람과 DNA가 1% 밖에 다르지 않다는 침팬지의 손과 우리의 것을 비교해보자. 사람은 直立步行을 하다 보니 걷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뒷다리에 맡기고 앞다리의 손은 마냥 자유로워졌다. 이렇게 짐을 벗은 손 탓에 ‘만물의 영장’이 돼 지구를 지배하는 種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걷다보니 엄지발가락과 다른 네 발가락이 서로 맞닿지 않지만 침팬지는 외려 아주 잘 닿는다. 그리고 사람이나 다른 영장류는 모두다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 끝이 서로 맞닿기는 하지만 그 맞잡음의 정교함에서 다른 동물은 사람에 따라오지 못 한다. 인류만의 전용물인 고등문화는 죄다 바로 이 손에서 탄생한다.

    그런데 임신을 하면 오리고기를 먹지 말라한다. 왜? 다섯 손가락이 붙어있는 오리발 닮은 合指症인 아이가 더러 생겨난다. 오리고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임을 알 것이고, 태아의 발생과정에서 처음부터 손가락이 나뉘어 있던 것이 아니고, 둥그런 주먹모양을 했다가 세포들이 군데군데 ‘자살’을 하면서 사이사이에 골이 생겨나서 손가락이 서로 떨어져 나뉜다. 이렇게 손가락도 까탈을 부리니, 양손 모두 손가락이 여섯 개인 경우도 있어 이를 多指症이라 하고 손톱의 뼈마디 하나가 없는 指症短도 있다. 어이없게도 숱한 기형아가 태어나는지라 임심하면 약물 조심하고…, 胎敎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헌데, 이들 손가락을 펴서 옆으로 꺾으면 딱! 하고 소리가 난다. 왜 그럴까. 손마디처럼 무릎, 팔, 목 등 구부리고 펴고, 틀 수 있는 부위는 모두 關節이다. 우리 몸에 관절이 100여개가 있다는데, 관절의 양 뼈끝에는 말랑말랑한 軟骨이 붙어있고 연골 사이에는 액이 들어있어 움직임을 원활케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관절 액이 줄면서 그 사이에 공기가 들어차게 되고, 손가락을 비틀어 꺾으면 두 뼈 사이에 들어있던 공기가 눌려 밖으로 빗겨나가면서 ‘딱!’ 하고 소리를 낸다. 일종의 마찰음으로, 물리학에서는 ‘마찰적 파동(음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소리가 난 손가락뼈는 바로 다시 비틀면 소리가 나지 않고, 조금 지나 공기가 뼈마디 사이로 들어간 뒤에야 소리를 낸다. 그러므로 세 살배기의 손발가락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손에도 감각점이 많다. 엄지손가락 등(위)을 바늘로 꼭꼭 찔러 보면 어떤 곳은 감각이 거의 없는가 하면 어떤 자리는 “앗! 따끔!” 하면서 매우 아프니 그것은 그 자리에 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에는 차가움을 느끼는 冷點, 따스함을 알아내는 溫點, 눌림이나 닿음을 감각하는 壓點(觸點), 아픔을 감지하는 痛點 등 4종류의 감각을 맡은 것이 여기저기 사방 따로 살갗에 널려있으니 이들을 통틀어 ‘感覺點’이라 부른다. 

    글 쓰는 이의 家訓이 ‘잡을 손, 잡힐 손’이다. 기껍게 남을 잡아주는 손, 다정히 남이 잡아주는 손! 자식들아, 부디 언제 어디서나 ‘꼭 있어야만 하는 참다운 사람’이 되어다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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