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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저작권론 개설이 필요한 이유
[문화비평] 저작권론 개설이 필요한 이유
  •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
  • 승인 2009.09.0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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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지방검찰청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저작권 침해사범에 대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위한 저작권지킴이연수에 강의를 맡으면서 느낀 점은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포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사실이었다. 교육장을 메운 수강자들의 면면을 돌아보면 대부분 청소년층 내지 20대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그런데 각자의 사연을 들어보면 기구하다 못해 씁쓸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자에게 ID를 도용당하는 바람에 저작권 침해사범으로 몰려 기소 위기에 처한 할아버지에서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회사 홈페이지에 무심코 이용했다가 고소당한 디자이너, 자신의 블로그에 대중가요 음원파일을 무단 업로드 했다가 교육을 받게 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드넓은 교육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

  이처럼 저작권 침해로 인한 고소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지난 7월 23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이 전과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에 휘말리고 있다. 곧 온라인상 불법저작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불법저작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 복제·전송자에 대한 계정의 정지’ 및 ‘게시판 서비스의 정지’라는 새로운 규제를 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른바 ‘삼진아웃제’로 알려진 저작권법 제133조의2의 내용이 그것이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불법복제물의 복제·전송자에 대한 경고 및 불법복제물의 삭제 또는 전송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불법복제물,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프로그램 및 이들의 위치정보 등이 유통되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직권 또는 해당 권리자의 신고에 의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하 ‘OSP’)에 대해 복제물의 삭제 또는 전송을 중단시킬 것과 해당 불법복제물 전송자에게 경고 조치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반복적인 불법 복제·전송자에 대해 그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번 개정법에서는 불법복제물 등의 전송으로 인해 이미 세 차례나 경고를 받은 복제·전송자가 다시 불법복제물을 전송한 경우에는 해당 복제·전송자의 계정을 6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정지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요사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삼진아웃의 뜻이 부풀려져 유포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이용권에 제한을 가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일임에도 마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 접근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조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온라인 불법저작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법적 강제보다는 저작권 의식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저작물 이용절차를 개선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 또한 바람직한 보완책이다. 실제로 새 저작권법 시행과 인터넷상에서 제기된 많은 논란은 저작권과 ‘저작권법’에 대한 교육 및 홍보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곧 불법저작물의 단속을 강화하고 경미한 침해에 대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조치 등은 단기적인 효과만 가져다줄 뿐이므로 장기적으로는 가정과 학교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식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이제 우리 대학이 저작권 침해에 관한 교육과 홍보의 장이 돼야 한다.

 

미래의 저작권자인 동시에 가장 왕성한 이용자인 대학생들이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일을 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양필수 내지 선택 과목으로 <저작권론>이 설강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자체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위촉한 전문 강사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이번 2학기부터 당장 과목을 신설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저작권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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