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2:30 (수)
2년마다 대륙 이동하며 열려 … 화학자들이 한국 위상 높였다
2년마다 대륙 이동하며 열려 … 화학자들이 한국 위상 높였다
  • 석원경 동국대·화학
  • 승인 2009.09.01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화학의 세계 올림픽' IUPAC 학술대회를 유치하며

 IUPAC 의회에서 거의 대부분의 회원국이 한국을 2015년 개최국으로 지지했다.

2년마다 8월 첫째 주에 기초 및 응용 화학 분야의 3천여명 이상의 학자들이 모여 일주일 가량의 기간에 걸쳐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아울러 국제적 규약과 표준화 등의 협의가 요구되는 문제를 토의해 결정하는 국제 순수 및 응용 화학 연맹(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 IUPAC) 총회 및 학술대회는 가히 '화학의 세계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IUPAC 대회의 유치는 한국의 화학 및 관련 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며 동시에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에게 우리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발전상과 역량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1963년 IUPAC  첫 가입… 대회 유치 총력


1919년 화학 및 화학공학 부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비정부, 비영리 국제기구로서 자리잡은 IUPAC은 현재 53개국의 국가회원기관과 11개국의 준회원기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8개의 분과회와 9개의 위원회를 거느리고 있다. IUPAC의 조직 및 지속적인 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각 회원국의 회비에 의존하게 되는데 1956년 해당국가의 최근 2년간 화학생산품 총 거래액을 기준으로 A급 1천300달러, B급 800달러, 그리고 C급 450달러로 결정했으며, 그 회비에 따라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고 있다. 대한화학회가 IUPAC에 가입한 것은 런던에서 개최된 1963년 제22차 총회였으며, 이 때 베트남화학회도 함께 가입했으며, 2표의 투표권을 가지는 C급의 준회원기관이 됐다. 현재는 2천600만원을 납부하고 총회에서 5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고려대 진정일 명예교수가 2008년 1월부터 2년 임기의 IUPAC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퀴리 부인이 라듐과 폴로늄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지 100년이 되는 해인 2011년을 UN으로부터 '화학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Chemistry)'로 선포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2008년 9월 대한화학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이루어낸 한국 화학의 연구와 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한 단계 올리며,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김명수(서울대) 당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총 8명으로 이루어진 IUPAC-2015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15년도 IUPAC 대회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2008년 10월 16~17일 102회 대한화학회 총회 및 학술발표회에 IUPAC 집행위원 5인의 초청 강연을 시작으로, 10월 18일 IUPAC 회장단 회의에 참가해 한국 개최의 장점을 피력했다. 2009년 1월 23일에는 그 동안 작성한 유치 제안서를 IUPAC 사무국에 제출했다. 이후 IUPAC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2015년 개최국 선정을 위해 IUPAC 사무총장인 조스트(John W. Jost) 박사는 5월 15일 입국해서 현장방문 일정에 따라 서울 COEX와 KINTEX를 방문했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면담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동안 유치추진위윈회는 개최 비용의 지원을 위해 정부 및 산하 기관과 접촉하는 등 적극적인 준비 활동을 했다. 

2009년 IUPAC 총회를 대비하고 2015년 IUPAC 대회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2009년 대한화학회 윤민중 회장(충남대)을 비롯해 IUPAC-2015 유치추진위원들로 이뤄진 대표단을 구성했다.  비록 어떤 나라가 유치 경쟁에 뛰어 들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출발 이전에 한국이 선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면 2011년 개최지 선정에서 터키와 푸에르토리코가 경합했으나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은 푸에르토리코가 그 동안 공격적인 유치 활동을 해온 터키를 누르고 선정됐는데, 2009년에는 2013년과 2015년의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기에, 2011년 대회 개최 유치 노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터키가 다시 한번 2013년 유치 신청을 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7년(이탈리아), 2009년(영국), 2011년(푸에르토리코), 2013년(터키)의 순서로 대륙을 이동하면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회원들의 생각이 2015년에는 아시아권의 국가에서 개최돼야 할 타당성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2009년 7월 31일부터 8월 7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총회와 학술대회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총회에서는 국제적 관심사와 연결돼 비교적 중요하고, 결과에 따라서는 국가적 위상과도 연관된 사안들을 다룬다. 화학의 미래를 위한 국제적 관심 분야에 대한 토의는 위원회 별로 심도 있게 진행했다. 아울러 각국 대표로 이뤄진 의회는 2013년과 2015년 개최국과 차기 회장을 투표로 결정한다. 유치 추진 위원들은 한국에서 준비한 제안서를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나눠 주며 활발한 득표 작업을 벌였다. 8월 5일 열린 42차 IUPAC 의회에서 김명수 위원장은 우리의 문화, 학술, 연구소 및 산업체의 현황, 개최 계획, 풍부한 국제 학술 대회 행사 개최 경험, 그리고 젊은 과학자 및 개도국의 지원을 담은 자료를 발표했고 질의에 대해 응답했다. 이어진 거수 투표에서 거의 대부분의 회원이 대한민국을 2015년 개최지로 승인했다.

대한민국 화학 연관 분야 한 단계 도약


경제적 수준이 바로 과학 기술에 의존하는 현대에서 2015년 IUPAC 대회 개최는 국내 연구와 산업 수준의 질적인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기 위해 앞으로 6년간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만, 2015년 IUPAC 대회 유치를 통해 우리가 가진 역량을 결집하고, 학문으로 앞선 선진국 학자들로부터 배우고 동시에 상호 관심사를 환기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개발 국가들에게 우리의 성장을 알리는 한편 그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IUPAC은 대한화학회 뿐만 아니라, 화학공학회, 고분자학회, 세라믹학회, 공업화학회를 포함한 많은 화학관련 단체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15년 IUPAC 대회의 한국 개최는 대한민국 화학 및 연관 분야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학문과 산업 면에서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좋은 기회라 확신한다.

석원경 동국대·화학

2015년 IUPAC 유치추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대한화학회 학술부회장과 이사를 지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