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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학의 위기와 포스트 모던 시대의 문화사회학적 대안?!
현대 사회학의 위기와 포스트 모던 시대의 문화사회학적 대안?!
  • 민문홍 서강대·사회학
  • 승인 2009.09.0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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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문화적 전환』최종렬 지음 | 살림 | 2009 | 488쪽

『사회학의 문화적 전환』최종렬 지음 | 살림 | 2009 | 488쪽    
 

   최근 몇 년 동안 뒤르케임 전통의 문화사회학이 한국 사회학계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 뒤르케임 전통의 문화사회학을 신뒤르케임주의의 문화사회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는 중견학자들 중 선두주자가 최종렬이다. 이 책은 그가 최근 10년간 쓴 문화사회학 분야의 논문들을 재편집한 것이다.(최종렬 지음, 『사회학의 문화적 전환: 과학에서 미학으로 되살아난 고전사회학-』, 살림,2009)  

   이 책의 화두는 “현대사회학과 한국사회학의 위기”현상에 대한 사회학도의 문화적 성찰이다. 그에 의하면 ‘현대사회학“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고전사회학이 등장한 사회적ㆍ지성사적 맥락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결여돼 고전사회학자들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사회구조나 거시적 사회현상 뒤에 숨어있는 행위자를 둘러싼 사회적 의미현상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17세기 뉴턴식 물리학을 모델로 하는 전통적 실증주의적 과학관에 지나치게 집착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직된 과학관 때문에 현대 사회학은 고전사회학자들이 사회학 탄생기에 씨름했던 일상적 삶속의 의미의 문제를 인문학에 넘겨주고, 사회학을 과학화하는 데에만 매진해, 지위ㆍ역할ㆍ직책 같은 사회현상의 껍데기만을 다루는 학문으로 전락했다.

 

따라서 포스트 모던시대의 현대사회학은 “근대화 과정에서 죽었던 신념ㆍ도덕ㆍ정서가 다시 살아나 공리주의적 활동과 뒤죽박죽 뒤섞여 파괴와 소모의 잔치판을 벌이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모습”을 “일상적 삶 속의 의미의 문제”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다시 탐색하는 문화사회학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은 총 III부로 구성돼 있다. 제 1부 『포스트모던과 문화적  전환』에서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단순한 지적유행이 아니라 후기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현실이며, 새로운 시대에 진입한 서구사회를 재구성할 지적패러다임이라는 주장을 편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학사에 의하면, 사회학은 계몽철학에 대한 낭만주의적 반발 속에서 등장했다. 그런데 최종렬의 독특한 해석에 의하면, 계몽철학에 대한 낭만적 반발은 다시 두 흐름으로 분류된다.

 그 첫째는 비코에서 헤르더에 이르는 대항계몽주의이다. 이들의 목표는 뉴턴적 과학관에 크게 반발하면서, 인간세계 속에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역사를 포함한 자연법칙과는 다른 상대적 법칙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인간과 사회를 연구하자는 주장이다. 둘째는 사드(Marquis de Sade: 1740-1814)를 중심으로 하는 미학적 낭만주의로서, 저자 자신의 포스트모던 철학을 뒷받침하는 찰학이기도 하다. 이 입장에 의하면, 인간과 자연세계에서 보편적 법칙이나 도덕이나 신은 없고, 단지 부조리와 무의미함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에서 새로운 미학적 사회학의 목표는 인간을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규제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런 세계에서 인간이란 목적과 도덕적 가치를 박탈당한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존재이며, 좋은 삶이란 세속화된 쾌락을 극단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이때 도덕은 환상이나 습속일 뿐이며, 정치적으로 볼 때 이는 극단적인 아나키즘으로 귀결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현대적 후계자로 하는 이러한 미학적 낭만주의의 현대적 계승자들이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이다.

 저자는 포스트모던사회의 도래를 강조하며 미학적 테제를 계승한 중요한 이론가들을 다시 포스트 구조주의적 포스트모던사회이론가들(리요타르, 보드리야르 등)과 비판적 포스트모던 사회이론가들( 프랑크푸르트학파, 데이빗 하비 등)의 두 가지 흐름으로 분류한다. 이 두 가지 이론적 전통이 현대사회학에 새롭게 기여한 점은, 과학과 도덕학의 지식모델에 의존했던 모던 사회이론으로서의 기존의 사회학 이론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고 그 대안으로 앞에서 언급한 ‘미학적 접근’을 제시했다는 데에 있다.

 이 책의 II부 <사회세계의 미학화>는 I부의 논의를 이론적 차원과 경험적 차원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논증한다. 우선 이론적 차원에서 고전 사회학의 문제제기(상품화, 세속화, 탈주술화)와는 달리 포스트모던사회에서 전통사회와 고대사회의 의미와 상징이 다시 “탈 상품화, 재성화, 재주술화”라는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경험적 차원에서, 저자는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 문화변동의 구체적 경험적 연구사례로 2006년 한국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바다이야기”를 다룬다.

그에 의하면 한국에서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산업이 횡행하는 문화사회학적 이유는 자본주의의 공리주의적 질서가 내파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는 공리주의적 질서 속에서 유용성으로 축소됐던 자신들의 실존을 되찾고 싶은 광범한 열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자본이 이러한 열망을 악용해 모의 조작된 집합의례의 장을 일상에 광범위하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바다이야기는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모든 에너지를 성장과 생식에만 쏟아 부어 온 한국사회의 무한성장 신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상징적 징후이다. 제 III부에서 저자는 <문화연구의 사회학화>라는 주제를 다룬다. 여기서 저자는 현재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문화사회학적 연구관심이, 고전사회학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원래 영국 버밍험 학파에서 시작해서 지구적으로 확산돼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당시 영국에서 사회학이 이제까지 학문 분업상 인문학에 맡겨온 문화연구를 다시 가져와 기존의 좁은 분파주의적 학문하는 태도와 사회와 문화의 이분법을 넘어서 문화현상을 다루기 시작한 것을 주목한다. 그리고 III부의 마지막 장에서, 미국사회학이 영국의 문화 연구를 미국에 수입하면서 어떻게 포스트모던시대의 문화연구를 탐구하는 문화사회학을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사회학이 소위 1980~90년대 포스트모던 사회의 등장을 문화적으로 체험하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 문제를 탐구하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포스트모던 문화사회학으로 거듭났는가를 사상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최종렬 저작의 목표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배운 사회학적 성찰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현대사회학을 그 위기상황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작업은 고전사회학자들이 등장한 지성사적 맥락과 그 고전적 기획을 다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구조나 문화라는 용어 속에 함몰돼 있는 사회행위자들의 의미탐구에 대한 해석학적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전통은 딜타이에서 베버, 짐멜, 그리고 뒤르케임의 후기 저작들과 상당수의 현대사회학자들(기든스에서 부동에 이르기까지)이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최종렬 저서에 대한 세 번째 나의 논평은 어떤 점에서 크게 비판적이다. 나는 첫째와 둘째 주제에 대한 논의에서 최종렬의 저작이 부분적으로 차후 논쟁을 요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그러나 베버, 뒤르케임, 토크빌, 파슨스, 부동의 전통에 대한 근대적(/합리적) 문화사회학의 전통의 지지자들을 설득하려면 최종렬의 포스트모던 문화사회학은 몇 가지 점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우선, 저자는 “계몽철학에 대한 낭만적 반발 속에서 사회학이 태어났다”는 사회학사를 너무 확대해석함으로써, 해석학적 전통을 따르는 베버와 짐멜같은 고전사회학의 기획과는 크게 구분되는 쇼펜하우어, 니체, 후기구조주의, 해체주의, 네오 맑시즘 이론들 및 포스트모던 문화이론들을 같은 지적계보에 분류해 종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계보학적으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여전히 저자의 과도한 기획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나는 베버, 짐멜, 뒤르케임과 같은 고전사회학자들이 위기에 빠진 현대사회학과 한국사회학을 구할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근거가 앞에서 열거한 첫 번째, 두 번째 성찰 외에도, 후기 현대 시대의 가치관의 붕괴와 공동체 의식의 실종 그리고 공리주의적 개인주의의 도전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분석과 통찰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통찰력의 핵심은  저자의 주장과는 달리, 후기현대사회의 극단적 상대주의적 가치관과 해체주의적 문화행동에 기인한 사회갈등을 극복하고, 다양한 인문학 및 사회과학 사이의 학제간 협력을 통해 후기 현대 시대에 걸맞은 공동체 의식과 시민의식을 계발함으로써 새로운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민문홍 / 서강대·사회학
서강대 대우교수. 국제비교사회문화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유럽연합의 평생학습정책』『현대사회학과 한국사회학의 위기』등의 저서가 있다.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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