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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사이보그가 우리를 위협한다면?
2040년, 사이보그가 우리를 위협한다면?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7.2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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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공동 학술심포지엄_ 유비쿼터스 시대의 학문간 통섭의 과제와 전망

내달 초면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신임 총장이 확정된다. 신임 총장은 음악원장과 영상원장 두 후보로 압축됐다. 신임 총장 인선으로 얼핏 한예종 표적감사 논란이 잦아드는 듯 보이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학제간 융합․통섭은 연구와 교육 영역에서 이미 학계의 공론화가 시작됐다.

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소장 이동연)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 시민과학센터와 공동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한예종의 과학-예술간 통섭교육을 중심으로 향후 학문간 통섭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론화의 장이다. 심포지엄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예술-학문-사회간 통섭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서울대 규장각 대강당에서 8월 5일까지(매주 수요일)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 15일에는 ‘유비쿼터스 사회와 뇌-마음-몸-미디어-사회의 연결망’을 주제로 1차 심포지엄이 열렸다. 22일에는 ‘21세기 과학기술 혁명과 학문간 통섭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심광현 한예종 교수(미학)가 맡았고, 토론자로 박진희 동국대 교수(과학기술사), 임경순 포스텍 교수(과학사),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 최종덕 상지대 교수(과학철학), 최성만 이화여대 교수(독문학)가 나섰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특이점이 온다』(김영사, 2007)를 통해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점(특이점)을 예측했다. 2030년대부터 인류는 버전 2.0인체에 다다르고 비생물학적 지능이 우위를 점하며 모든 전쟁은 컴퓨터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40년대로 접어들면 사이보그가 인간을 위협할 수준까지 첨단과학기술은 팽창한다. 과학기술에 인류애적 가치를 심는 일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 때문에 학문간 통섭을 주창하는 학자에게 '융합․통섭 연구'는 우려를 넘어 절박함 그 자체다.

 

“GNR혁명(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이 신자유주의 시스템과 맞물린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지난 22일 열린 ‘21세기 과학기술 혁명과 학문간 통섭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발표한 심광현 한예종 교수(미학)는 학문간 통섭의 필요성을 과학․기술의 미래에서 찾는다. 심 교수는 첨단 과학기술이 야기할 미래를 현대사적 측면에서 내다본다.

“요즘 같은 장기불황에서는 기술혁신이 중요하다. 기술혁신의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첨단과학기술이 금융자본을 빨아들여 새로운 자본주의의 자기혁신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심화될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다. 심 교수는 ‘20 대 80’으로 양극화된 사회계층적 격차가 유비쿼터스 시대에 접어들면 ‘5 대 95’까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능력은 과학기술의 소비․유통과정에서도 조망해볼 수 있다. 패널토론자로 나선 박진희 동국대 교수(과학기술사)는 “과거에는 기술이 만들어진 후 (기술이 인간 사회에 영향을 주니까) 그 기술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지금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형성 과정에서부터 분리되지 않고 얽혀있다”고 진단했다.

임경순 포스텍 교수(과학사)도 “최근 과학은 점점 주관과 해석적 요소가 짙어지는 반면 독창성을 생명으로 여기던 예술은 심지어 아웃소싱까지 넘나드는 것을 보면 사회변화와 분야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제는 과학, 예술, 사회라는 전체의 유기적 틀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대학가에 고착화된 학문 분과적 태도는 비판의 핵심으로 논의됐다. 최성만 이화여대 교수(독문학)는 “인문학은 여전히 휴머니즘이라는 틀 안에서 정신을 추구하고 자율적인 개인 주체를 추구해온 자기 폐쇄적 굴레를 고수하고 있다”며 “정신이 바뀌지 않는 한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엇박자를 낼 것”이라고 통섭과 실천을 촉구했다.

학문 분과적 인식을 ‘뛰어 넘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데 논의가 모아졌지만 기대감도 표출됐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햄버거와 글로컬리즘에 비유, 희망적 전망을 내놨다. 최 교수는 “서구의 햄버거 가게가 한국에 들어서면 얼마 안가 한국식으로 김치버거나 라이스버거를 만들어 판다”며 “첨단과학기술도 서구와 똑같은 양태와 내용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적 차이를 과학기술 발전의 역기능을 돌파할 대안으로 모아가자는 말이다.

 ‘학문적 통섭과 이념적 통섭’을 주제로 열리는 3차 토론은 29일 오후 2시 서울대 규장각 대강당에서 열린다. 박영균 서울시립대 교수(철학과)가 발표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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