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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眞珠’로 키우는 게 대학의 역할입니다”
“학생을 ‘眞珠’로 키우는 게 대학의 역할입니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7.14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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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영중 강원대 총장

54세.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에서 ‘화학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대 기획연구실 부실장, 기획연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역사회와 대학간 상생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강원대가 갖고 있는 물적·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지역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권영중 강원대 총장(54세)이 지난 6월 12일 개교 62주년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춘천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기대감에 들떠 있는 학내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전한 ‘대응전략’이다. 지역경제가 살지 않으면 대학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8월 총장으로 취임해 1년 가까이 대학을 이끌어온 권 총장은 최근에 어려운 ‘숙제’를 풀었다. 2006년 삼척대와 통합한 뒤 구성원 간의 갈등을 풀고 3월에 도계캠퍼스를 개교했다. 세계적 의학 연구기업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분원을 유치했다.
지역 거점국립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최근 행정조직개편을 단행해 학과중심 자율운영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대외협력부서를 강화했다. 권 총장은 그러면서도 “명품학생을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진정한 역할”이라며 학생교육에 충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춘천고속도로 개통을 호기로 삼아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벨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강원대의 모습을 권 총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지난 6일 강원대 총장실에서 권 총장을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이 만났다.

● 사회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사진·글 :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오는 8월이면 강원대 총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다 돼간다. 총장으로 지낸 1년을 돌이켜 본다면.


“총장에 당선된 뒤 첫 포부를 물을 때 ‘강원대가 지역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지역에서 평가를 제대로 받아보겠다’고 했다. 강원대는 지역 거점대학이지만 춘천에서조차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취임 이후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원활히 해 지역발전과 대학발전을 같이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구성원 및 지역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취임 이후 첫 손에 꼽는 성과가 있다면.

“강원대는 2006년 멀리 떨어진 삼척대와 통합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통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고, 통합 이후에도 실질적인 통합을 이루기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 많았다. 그러던 중 올해 도계캠퍼스를 개교했다. 원래 삼척대가 도계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강원대와 통합됐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업을 맡게 됐다. 도계캠퍼스 개교까지는 사실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직접 현장으로 가서 주민들과 만나고 설득하면서 성공적으로 개교했다. 통합 강원대로 가는 첫 번째 난관이 해결된 셈이다.”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일은 무엇인지.

 
“대학 내 모든 분야가 한꺼번에 발전할 수 없다면 특정분야부터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최고 의학 연구기업인 ‘스크립스 연구소’ 분원이 우리 대학에 들어오게 된 것은 쾌거다. 미국 이외 지역에 스크립스 연구소를 설립한 사례는 강원대가 처음이다. 앞으로 강원도와 춘천시가 공동으로 1년에 33억원씩 10년간 330억원을 지원해 의료융합분야 연구를 시작한다. 강원대는 또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광역경제권(5+2)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에서 전략사업인 ‘의료융합’ 분야에 선정돼 오는 2013년까지 매년 53.2억원씩 총 266억원을 지원 받는다. 이제 학교가 외형적으로도 달라지고 있다.”

△학교정책 운영기조가 궁금하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제대로 평가받는 대학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첫 번째로 대외협력 강화다.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다. 정책개발에 교수 인적자원을 투입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때 대학에서 연구인력을 지원하는 식으로 공조체제를 만들 것이다. 총장부터 학교 안에 있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다. 밖에 나가면 총장이란 직함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학교 안에만 있으면 되겠나.

두 번째로 학과장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학장의 기능을 줄이는 대신 학과중심으로 재편했다. 국립대 학과장들은 돌아가면서 학과장을 맡는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학과장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려고 한다. 학과평가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고 정원을 못 채우는 학과는 남은 정원을 다른 학과로 돌리는 한편 교수 TO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학과장은 앞으로 의사 전달기능만 하지 말고 학생들의 취업과 연구·강의방향을 같이 고민해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교육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취업이 잘 되게끔 학생을 잘 포장하는 것은 단기적 효과만 얻을 뿐이다. 교육을 통해 포장 안의 내용물을 바꿔 나가야 한다. 강원대는 최근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수요자 중심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 아닌가.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기초교육원을 설립했다. 앞으로 학과 중심으로 교양과목을 편성하던 데서 벗어나 기초교육원이 주관해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읽기와 쓰기, 말하기 교육을 철저하게 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책임지도교수제를 도입해 교수와 학생의 인연을 대학생활 내내 이어가도록 했다. 교수가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책임지면서 진로지도를 하게 된다. 실험만 한다고 논문이 써지는 것이 아니듯이 교수가 강의만 한다고 해서 인재양성이 이뤄지진 않는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책임지도교수제를 도입해 우리 대학은 학생 각자에게 맞는 특화된 개별화 교육인 ‘진주 프로그램’(PEARL: Personalized Education for A+ Real Learning)을 시행한다. 학생을 진주처럼 여겨 진주처럼 길러내자는 목표다.”

△학생교육을 강조하면 교수업적평가제 역시 변하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학생 교육분야에서 능력을 보이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을 잘 하는 이들이야말로 대학의 중요한 기능을 실현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논문이나 지적재산권이 연구의 산물이라면, 교육의 산물은 인재양성이다. 연구를 많이 하는 교수들에겐 강의시간을 조금 줄여주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강의를 더 많이 하도록 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구성원 전체가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여기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만들 생각이다.”

△총장께서 추구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허친슨 전 시카고대 총장의 교육철학을 따르고 싶다. 시카고대가 지역사회의 조그만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대로 성장한 계기는 학생들에게 책 100권을 읽게 한 힘이 컸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도 비슷하다. 전공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두루 갖춘 학생을 길러내고 싶다. 어쩌면 이런 일이 몇 억 원짜리 시설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춘천고속도로가 곧 개통되고 내년에 경춘선 복선전철도 개통되면 강원대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학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인적, 물적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은 대학으로선 좋은 기회다. 그동안 지리적 약점 때문에 산업체 유치가 어려웠는데, 이제 춘천시가 산업체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강원대가 추진하려는 프로젝트는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벨리’ 조성이다. (권 총장은 직접 지도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군부대 근처 사유지가 학교시설 예정지로 묶여 있는데, 이곳을 매입해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유치한 스크립스 연구소를 비롯해 대학 안에 의과대학, 약학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 동물병원이 모두 근처에 모여 있게 된다. 이 곳을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벨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산·학·관·연 기관이 모여 있는 집적지로 만들어 바이오 신약의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 관련 분야를 육성해 나갈 것이다. 강원도는 환경과 관련한 이미지가 크다. 강원대 역시 환경분야에 대한 연구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환경연구와 관련 분야 인력양성에 강원대가 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자신한다.
춘천고속도로가 학생들의 꿈을 실현하는 ‘꿈의 고속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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