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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앞서 지원책 제시부터 … 명품 인재 길러내야 산다”
“구조조정 앞서 지원책 제시부터 … 명품 인재 길러내야 산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7.1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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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기획좌담] 사립대 구조조정과 지방대 살리기

고등교육의 80%를 맡아왔던 사립대가 최근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 소재한 사립대는 학생 유출과 재정난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 사립대의 현주소와 미래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총장세미나에 참석한 대학총장 3명에게 들어봤다. 이날 참석한 총장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립대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우려도 적지 않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대학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조조정에 앞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총장들은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특성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 일시 : 2009년 7월 1일 오후 4시 30분    
● 장소 : 제주 신라호텔    
● 참석자 : 나용호 원광대 총장,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 이경호 인제대 총장
● 사회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최영진 주간(중앙대) 
● 사진·정리 :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사회: 전문대학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사립대학의 숫자가 400여개에 달합니다. 사립대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립대 구조조정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경호: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지방사립대가 되겠죠. (지방사립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학생확보의 어려움입니다. 이게 악순환의 고리가 될 텐데, 재정적으로 어려우니까 좋은 교육프로그램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또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를 선호하기 때문에 우수 학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학교를 발전시키려는 의욕이 있어도 재정문제와 학생 확보 문제가 겹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필요한 시기입니다. 대학 내외부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가야합니다.

사회: 혹시 우리나라에 대학 수가 많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경호: 학생 수에 비해 많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84%가 대학에 진학합니다. 전 국민이 대학에 가는 시대입니다. 정부에서도 여기에 걸맞은 재정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사립대에 진학하는 학생 80%는 그만큼 불이익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립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립대에도 그에 준하는 국가적인 책임이 전제돼야 합니다. 비리를 저지르거나 불법으로 경영을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채찍을 가해야 하지만 이런 지원들이 선행돼야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호남지역에 학생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남지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나용호: 세간에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국가차원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퇴출이 아니겠습니까. 대학 차원에서 구조조정은 지금 있는 대학들이 스스로 효율성을 높여서 같이 가자는 의미입니다. 얼마 전에 대학선진화위원회에서 발표한 교육지표, 경영지표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구조조정 한다는 것은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은 장기적으로 퇴출시킨다는 의미겠죠. 그에 앞서 대학들도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총장의 힘만으로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 대학의 강점 하나가 총장의 상당한 권한입니다. 우리나라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의견수렴을 거쳐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의 공급이 과잉되는 시대에는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은 퇴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선진화위원회에서 추진하는 기본 방향은 전반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지방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필요하죠. 특히 국립대와 경쟁하는 것은 100미터 달리기 할 때 사립대가 40미터 뒤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립대는 빨리 법인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 대학이 많아지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설립할 때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허가해줬다면 퇴출 할 때도 기준을 충족 못하면 당연히 아웃되고 그런 것은 타당한 것 같습니다.

손풍삼: 1996년도에 대학설립 규제를 완화한 것은 정치 논리였습니다. 당시 교육정책을 다뤘던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에 공급이 과잉돼 구조조정 대란이 올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죠. 2020년쯤에는 시장경제논리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닥칩니다. 대학마다 자신들의 운명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대학 경영자뿐만 아니라 구성원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거나 미리 경영 컨설팅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법인해산이나 통폐합에 따른 제도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입니다. 학생, 교수, 동문 등 합리적으로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최근 약대 문제가 나와서 정원조정을 하기 위해 학장들을 모았는데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진화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재정적 지원시스템 검토와 통폐합에 따른 세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도저히 학생정원 때문에 운영이 안 된다면 설립자의 근본정신에 맞게 보상도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금 있는 대학 가운데서 경쟁력 있는 대학 중심으로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사회: 정부가 재정지원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실질적으로 대학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지요.

나용호: 표뮬러 방식으로 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것입니다. 교육에 투자하고 싶은 데 못했던 부분이 많거든요. 작년에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는데, 학생들을 호주에 보내면서 다음에는 6개월 동안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 보낼 학생들을 면접한 교수들이 작년보다 면접점수가 훨씬 좋다고 평가하더군요. 올해는 230명 정도 보낼까 합니다. 또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하나로 토익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몸은 힘들어도 마음에 든다고 말합니다. 

손풍삼: 작년에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8~9억을 받았고 올해는 50억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그 영향으로 캠퍼스에 방학이 없어졌습니다. ‘아너스(HONORS)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대학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학생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 재정규모가 많지 않습니다. 재정문제가 상투적으로 반복되니까 오히려 반응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함께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손풍삼: 16대 국회 때 의원입법으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추진됐었습니다. 지방대보다는 지역대학이란 말을 쓰고 싶은데, 결과적으로 정치인들이 (법안 추진을) 잘 못했습니다. 요즘에 사교육비 절감대책도 나오지만 교육의 본질은 결국 교육재정의 문제입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나오는 게 교육재정 확보 문제가 아닙니까. GDP대비 6%는 단골 공약이지만 여태까지 달성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고등교육분야 재정은 초중등분야보다 훨씬 낮습니다. 

나용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위해 국회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한나라당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이제야 되겠구나’라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사회: 재정확보도 중요하지만 교육문제가 서울과 지역간 균열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지역에서는 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돈으로 해결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것이 대학이 가져야 하는 경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대학 특성화 문제와도 연결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경호: 좋은 지적입니다. 모든 대학이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대학이 발전하면서 백화점식으로 전 분야를 커버하고 싶어합니다. 큰 덩치를 이끌고 얼마나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죠.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 가운데 경쟁력 있는 분야는 특성화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그 분야대로 또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다 우수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 능력에 맞게 잘 길러내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인제대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는데 기반을 닦은 생명(BT)분야를 시작으로 전자(IT)·나노(NT)분야의 융합연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소질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융합하는 쪽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게 지방대의 살길입니다.

손풍삼: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구조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분야, 청소년 특수교육 등 특성화분야를 집중 육성해 국내 Top 10에 진입하는 ‘5 Top 10’ 목표를 세웠습니다. 견인차 역할을 하는 분야만 집중 육성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나용호: 문제는 지방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특성화를 한다는 것이죠. 특성화는 학문분야의 특성화와 시스템(교육과정)의 특성화로 나뉩니다. 교육과정의 특성화도 교수들이 자기 학문분야를 고수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교양과정을 개편할 때 ‘파이브 갱스터’라고 불리는 교수 5명이 주도했습니다.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학문분야의 특성화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교유과정 특성화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총장이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 제일 큰 문제는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으로의 이동입니다. 이유는 수도권 대학에 가면 취업이 잘되기 때문이죠. 어떤 설문조사에서 지방대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취업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8%밖에 안됐습니다. 부모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를 원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기업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는 사람 됨됨이, 일의 업무처리능력, 직장에서의 자세를 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업무능력입니다. 지방대에서도 사림 됨됨이나 직장인의 자세를 중요하게 가르치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중시해서 지역 발전을 위해 길러낸 인재를 뽑아줬으면 합니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인생이 보장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손풍삼: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천안지역 고등학교 교장 한 분을 초청해 파격적인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없이 교장이 추천하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이라면 우리 의과대학에도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서울로만 보내고 싶어한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원광대 총장님 말씀대로, 우리도 인성교육 합니다. 학생들이 취업한 기관에 가보면 똑똑하다는 이야기는 안 해도 참 착하다는 평가를 많이 듣습니다. 지방대 출신들을 뽑아주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줬으면 합니다.

이경호: 특성화 이야기를 왜 했느냐면 수도권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면 경쟁하는 것인데, 나머지 분야까지 눈높이를 높일 수 없습니다. 수도권 대학으로 가지 않고 남은 학생들을 얼마나 잘 키울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의대에서 100명을 뽑는데 절반이 수도권에서 오는 학생들입니다. 지역에서는 왜 지역에 있는 학생들을 안 뽑느냐는 원성도 높습니다. 그런데 졸업하면 다 서울로 갑니다. 오히려 지역에서 인턴 확보하는 게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로 갈 학생은 어차피 갑니다.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문제는 지자체와도 연계를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사회: 예전에는 대학의 역할이 대부분 지식의 전수였는데, 요즘에는 연구를 중시하면서 지식을 전수하는 데는 열성을 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능력 있는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총장들이 교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손풍삼: 연구 잘 하시는 교수도 있고, 강의 잘 하시는 교수도 있습니다. 강의 평가를 보면 연구실적 많이 내는 교수의 강의는 학생들이 지루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트랙제도를 시도해보려고 하는데요. 강의쪽에 역량 있으면 연구업적을 덜 요구하고 연구쪽은 강의시수를 줄이는 식입니다.

이경호: 인제대는 비중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교육을 많이 하면 일부를 연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교수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교육은 시스템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공학교육인증제, 경영학교육인증제를 받는 게 결국 교육 강화책입니다. 지방대가 사는 것은 그렇게 해서 교육을 잘 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손풍삼: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이 틈만 나면 서울로 갈려고 합니다. 요즘 편입학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현실적인 문제인데, ‘아너스 프로그램’으로 영어점수를 높여주면 그 점수 가지고 서울로 갑니다. 그래서 편입학으로 학생 뽑아보면 또 충청지역 아래쪽에서 오더군요.

사회: 마지막으로 지방 사립대 문제와 관련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나용호: 대교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립대 기부금 세액공제가 됐으면 합니다. 지금은 소득공제정도만 하고 있는데 기부금 세액공제가 되면 재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손풍삼: 국가고시나 각종 자격시험에서 지역 인구에 비례해 인재를 할당하는 인재할당제를 실시하면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위헌소지가 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서열화 된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경호: 각 대학의 추천을 받아 6급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지역인재추천제를 하고 있습니다. 경남지역에 4명 정도 할당인데 인제대가 매년 2~3명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또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지방 사립대 나름대로 자구노력도 하고 특성화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교과부에서 하고 있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앞으로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전체 대학 절반정도만 지원을 받았는데 받아보니까 상당히 큰돈이었습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구조조정 효과도 있고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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