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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많이 읽으세요’…강원대·서울시립대 신선한 바람
‘좋은 책 많이 읽으세요’…강원대·서울시립대 신선한 바람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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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9 09:33:06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만이 득세하고 순수 인문학 관련 강좌들이 폐강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강원대와 서울시립대가 인성교육을 위해 졸업을 위한 필수항목으로 ‘독서’를 강조하고 나서 대학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원대가 올해 마련한 졸업인증제에 따르면 2002학번 신입생부터 영어, 컴퓨터, 독서항목 중 2가지를 선택해서 이를 통과해야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독서인증제는 대학이 선정한 추천도서 1백권 가운데 40권 이상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한 뒤, 대학측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독서관련 시험에 합격해야 졸업장을 수여하는 제도. 이를 위해 강원대는 국내 주요 대학뿐만 아니라 미국의 하버드대, 각종 언론에서 지정한 양서들을 참고해 문학과 사상 분야에서 1백권의 추천도서를 선정했다.

이번 독서인증제는 그 동안 인성교육을 강조해온 박용수 총장과, 수 년 전부터 인문학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운영해온 인문대학 교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물이다.

김인수 교수(독어독문학과)등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11명의 교수들은 인성교육에 필요한 ‘지성과 사랑’이라는 책을 발간한 바 있다.

도서선정에 참여한 안철 교수(생명공학부)는 “컴퓨터나 영어가 일반적인 추세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창의성 개발에 기본이 되는 인성”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도서들을 통해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강원대의 학풍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독서와 생활’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신설했다. 이 강좌는 14주 동안 이 대학에 소속한 14명의 교수가 각자 추천한 책을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공동강의.

서울시립대는 이번 강좌의 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해 2백70여명의 교수들로부터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본도서와 본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 받았다.

각 분야의 기본 도서로 철학 전공의 김상배 교수와 이성백 교수는 각각 ‘소피의 세계’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영문학 전공 김회진 교수와 임상순 교수는 각각 ‘테스’와 ‘맥베스’를 소개한다. 본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는 산업공학 전공 오형재 교수(컴퓨터 통계학과)가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국문학 전공 이동하 교수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우리 학문의 길’을, 사회학 전공 이병혁 교수가 ‘논어’를 꼽고 있다.

특히 이번 강좌를 진행하는 교수들은 업적평가에 실적으로 포함되지도 않지만 강좌의 취지에 동의하고 선뜻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측도 이번 강좌를 위해 출석과 독후감을 확인할 조교 20명을 투입하고, 대학 도서관에도 관련도서를 추가 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임종성 교양과정부장(영어영문학과)은 “기술적인 지식습득에 치우친 학생들에게 지적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원로교수부터 중견교수까지 두루두루 만나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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