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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항목은 '만족', 점수 배분은 '글쎄'
평가 항목은 '만족', 점수 배분은 '글쎄'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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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2 13:45:05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학술지 평가 사업’이 시행 5년째에 접어들면서 궤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평가 기준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이번 평가 사업의 굵직한 방향에 대해서는 학회들 대부분이 신뢰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번에 등재 후보에 오른 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 김인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학회에서 “이번 학진만큼만 해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아까운 점수 차이로 후보 선정에 탈락한 이공계열의 권아무개 교수도 “(평가 사업이) 기본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점수 배분 문제가 된다. 학술지 평가 사업은 크게 볼 때 체계 40, 분과위원 평가 20, 주제별 전문가 평가 40으로 점수가 배분돼 있다. 이 경우 ‘40점의 권한’을 갖고 있는 주제별 전문가의 선정 과정에서의 객관성이 필수적이다. 권 교수는 “학진의 입장에서도 주제별 전문가 선정은 매우 어려운 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선정된 전문가의 자질에 대해 학회들 역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욱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은 학술지 외적인 부분, 즉 학회의 내실 있는 운영 체계가 40점이라는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학회들은 학진에서 제시한 전국적인 분포도, 회원명단, 연륜, 회계 등 요구항목에 걸맞는 좋은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서 지나간 학술대회 원고뿐만 아니라 세세한 홍보물, 영수증 하나까지 챙겨야할만큼 복잡한 준비과정에 애를 먹었다. 이런 운영 체계에 대한 비중이 커질수록 아무래도 지방에 소재하거나 관련 전공자가 적은 학회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회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꾸준한 활동을 벌였지만 아까운 점수로 탈락한 다른 학회의 김아무개 간사는 “국제 교류 면에서 낮은 점수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사가 짧은 지방 소재 학회라서 교수들조차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며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지방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된 학회는 중앙집권적인 학계 풍토에서 벗어나 지역중심으로 인적 구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전국적, 국제적 기준을 갖다대면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밀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문분류체계상의 융통성이 절실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권 교수는 “학제간 접근이 필요한 과는 학문분과의 카테고리상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것 같다”고 말한다. 학제간의 협력이 필요한 학회는 특성상 학과 체계로 범주화된 학회에 비해 역량 있는 회원을 모으거나 가시적인 깊이를 가진 연구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밖에도 세부 항목에서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연간 학술지 발간 횟수는 4점인 반면 정시 발행 여부는 6점을 주고 있다. 이 경우 횟수를 포기하고 정시 발간만 하면 점수가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자주’가 ‘제대로’보다 중요한 풍토 아래에서는 대부분의 학회들은 논문의 질이나 발표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편 학진의 이번 ‘정식 등재 사업’은 재정적인 지원 방식이 아님에도 등재 후보 이상에 선정될 경우 가시적인 파급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학술지 원고가 예전에는 상당 부분 청탁된 것이었데 지금은 기고된 것조차 절반은 탈락한다”고 말한다. 교수들 역시 등재 학술지에 연구논문이 실리거나 학회 활동과 관련된 노력이 인정될 경우 개인의 연구업적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에 학술행사와 학회지 활동을 열심히 하고 다시 학회와 학술지는 학회원, 학회비 및 원고 모집이 수월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기반조성2팀 이영수 팀장은 “학회의 입장에서도 잘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순진하게 학술지 내용만 가지고 승부하지 말고 학회 운영 기반부터 내실화시키고 외부평가가 가지는 구조적인 한계를 인식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이 팀장은 “심사과정에서 신생학회, 지방학회에 대해서도 노력하면 높은 점수로 이어지도록 학진으로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계속적인 사업추진 의지를 밝혔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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