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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경영·경제학원론 다시 읽기
[學而思] 경영·경제학원론 다시 읽기
  • 김석진 경북대·경영학
  • 승인 2009.06.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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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세계는 바야흐로 자본주의의 물결로 뒤덮여 있는 듯하다. 경영학원론은 경제학원론과 더불어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해당 전공학도들에게 필수과목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전공학도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교양과목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런데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문외한은 물론 조금 견식이 있는 사람도 먼저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낄 것이다. “경제학이란 누구나 아는 현상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설명하는 학문”이라는 영어 농담이 있다. 경제학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모두 개별 경제주체로서 매일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일상의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이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들만의 전유물이 돼 일반 생활인의 현실 이해와 의사결정을 돕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경제학도가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하지만 기업에 대한 실용적 공부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졸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학원론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경영학이 학문인가, 기술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조직에 속해 있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통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실제에 있어서는 많은 기술적인 면을 수반하게 된다. 그러니까 경영학원론은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회의가 들 정도이다.

    실제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특히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 중 경제학원론이나 경영학원론을 읽었다던가, 읽고 도움을 받았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들의 업적을 교과서에 사후약방문 격인 사례로 싣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나마 기존 교과서는 선진국, 특히 미국의 교재를 참조해 미국의 사례를 주로 취급하고 있다. 분야별로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기업들이 많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성과가 여태 외면당하고 있다.

    學而思, 배우면서 생각한다. 적어도 박사과정에 들어오려는 자에게 물어본다. 왜 공부하려하니? 인문사회분야는 인간과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학문분야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롭게 하기는커녕 피해를 주지 않는 최소한의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이런 저런 얄팍한 이유로 공부한 사람들이 해나 끼치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 학자들은, 나는 무엇을 했는가. 교수로서 교육, 연구, 봉사라는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수업은 확실히 하고 제자를 잘 키우고 있는지, 제자 덕이나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기여를 했는지. 혼란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중심을 잡아주고 바른 목소리를 냈는지. 시장개방, 사외이사제도, 스톡옵션제도 등을 실시함에 있어서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밴드왜건에 올라타 안주하며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구가 명예나 돈 또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지. 도대체 그 논문을 몇 사람이나 읽는지. 그런 논문을 등재지니 SSCI니 하면서 숫자놀음과 돈놀음을 하고 있지나 않는지. 어떤 철학이나 기본은 있기나 한지.

    우리 사회나 인간들에게 무슨 효용을 가져다주는지. 데이터를 고문해 억지 자백을 받아내고 있지나 않는지. 종이, 컴퓨터 등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본인도 완전히 소화도 안 되면서 혹세무민하거나 횡설수설하고 있지나 않는지. 그저 선진 異國의 글을 인용하면서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하지나 않는지. 왜 외국의 독자가 감명 받았다는 국내 경영학 또는 경제학 저술은 없는지. 왜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념비적 논문은 없는지.

    봉사는 진정성이 있는지, 정치적 사익이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지. 현실 참여도 좋지만 일관성이 있는지. 양지를 지향해 변절하거나 대안 없이 반대만 일삼지는 않는지. 교육 및 연구라는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리나 차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연구실을 떠나 본업이 부업이 되고 부업이 주업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진 학자보다 차가운 가슴과 뜨거운 머리를 가진 학자가 나서지 않는지. 돕는다고 하면서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을 꾸짖기 전에 나를 꾸짖을 일이 없는지. 내 글이 蛙鳴蟬가 아닌지.

김석진 경북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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