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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현실 충실히 반영됐나? … ‘널뛰기’ 평가결과, 혼란만 가중
대학 현실 충실히 반영됐나? … ‘널뛰기’ 평가결과, 혼란만 가중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06.2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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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를 평가한다(上)_ 평가기준 따라 바뀌는 대학순위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영국의 QS사와 손잡고 ‘아시아 대학평가’를 시작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언론사 대학평가 시대에 진입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학의 경쟁력 순위는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1983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더 타임스>가 90년대 초반부터 대학평가를 시작한 이래 <가디언>, <선데이 타임즈> 등이 영국 내 대학 순위를 매년 발표한다. 캐나다에서는 <맥클린>이,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이 대학평가를 실시한다. 중국에서도 <중국청년일보(China Youth Daily)>가 1999년부터 순위 발표를 시작했다. <더 타임스>와 <뉴스위크>는 매년 세계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가 주도하는 대학‘순위’평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학생·학부모에게 대학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간에 경쟁을 촉진한다는 긍정적 기대도 있지만 들쑥날쑥한 평가 결과 때문에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교수신문>은 2회에 걸쳐 언론사 대학평가의 명암을 짚어볼 예정이다.

한 지방 거점대는 지난해 9월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30위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영국의 QS(대학평가 민간업체)가 지난 5월 발표한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국내 대학 중 15위에 랭크됐다. 거꾸로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1위에 올랐던 서울지역 한 사립대는 이번 <조선일보> 평가에서 국내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대학평가에 뛰어들면서 언론사 대학순위평가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 교육의 질’은 1~2년 사이에 크게 나아지거나 나빠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8개월 만에 같은 대학을 두고 평가결과가 널뛰기를 했다. 평가기관이 구하기 쉬운 평가지표를 임의로 선택하는 데다 가중치마저 다르게 부여한 탓이다. 선의의 경쟁을 자극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혼란만 키운 셈이 됐다.


두 언론사 대학평가의 국내 종합순위를 비교해 보자. 1위에서 5위까지는 거의 똑같다. 서울대와 포스텍이 2~3위 자리를 바꾼 정도다. 하지만 6~20위는 차이가 컸다. <조선일보> 평가에서는 특히 지방 거점 국립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경북대는 17위에서 12위로, 부산대는 13위에서 10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전남대(13위), 전북대(15위), 충남대(17위)가 20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 의대가 없는 서강대가 8위에서 11위로 떨어진 반면 한림대는 공동 26위에서 19위로, 울산대는 공동 22위에서 20위로 올라섰다.

순위 뒤바뀌어 웃다 우는 대학들

평가지표가 비슷한데도 대학순위가 요동친 이유는 언론사마다 지표별 가중치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중앙일보>보다 연구능력 부문의 비중을 30%에서 60%로 높였다. QS사의 평가 틀을 가져오면서 연구능력 부문에 학계 평가(30%)를 반영한 탓이다. 반면 국제화 비중은 17.5%에서 10%로 낮췄다. 이 때문에 의대, 공과대학을 두루 갖춘 종합대학에 유리한 평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정기준이 다른 것도 한 이유다. <중앙일보>는 전임강사 이상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산출했지만 <조선일보>는 시간강사도 강의 시수에 따라 반영했다. 외국인 학생 비율도 <중앙일보>는 학위 과정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를 반영했지만 <조선일보>는 어학연수생도 일부 포함했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는 “어학연수생을 인정해 주면서 특정 대학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방식도 혼란을 부추겼다. 국제화 부문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 평가에서 선문대는 국내 대학 중 외국인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국내 톱10’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 4위를 한 청주대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의 아시아 대학평가는 국내 106개, 아시아 463개 대학을 조사했지만 지표 분석은 종합순위 상위 150개 대학으로 제한한 탓이다. 청주대와 선문대는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외국인 학생 비율 2위와 3위에 올랐었다.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외국인 학생 비율 상위 20위 안에 든 대학 가운데 5곳만 <조선일보> 평가에서 ‘톱 10’에 포함됐다.

순위평가를 실시하는 국내 언론사가 두 곳으로 늘면서 대학은 평가 부담이 늘었다. <조선일보> 평가를 받은 대학들은 지난 3월 자료를 입력했다. <중앙일보> 평가도 최근 자료 입력에 들어갔다. 임현철 한국외대 평가감사팀장은 “자료를 수집해 점검하는 사전작업과 후속 조치 등을 감안하면 평가를 한 번 받는데 5~6개월은 걸린다. 언론사마다 기준이 달라 같은 자료를 그대로 쓸 수도 없다”며 “언론사 평가는 특히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후속 기사를 통해 평가결과를 환시시키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평가, 대학발전에 제대로 기여하나

1년 내내 언론사 평가에 시달리지만 ‘순위’평가가 대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조선일보> 평가의 경우 순위와 점수만 제공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불만을 샀다. 임 팀장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대학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료 제공과 함께 장·단점이나 대학 간 비교 등 약간의 컨설팅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재응 한양대 교수는  “언론사는 힘을 발휘하기 위해 대학평가를 하고, 또 언론사 힘이 커니까 대학도 평가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며 “평가 자체는 필요하다. 대신 평가를 받은 대학에 지속적인 피드백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결과를 받아든 대학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오 교수는 “대학 스스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따라 연구·교육 특성화 등을 추진해야지 대학순위평가 결과에 따라 계량지표에 연연해 큰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학의 경영 리더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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