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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20위권 대학들, 대학광고 절반 내줬다
평가 20위권 대학들, 대학광고 절반 내줬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6.29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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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 광고유치 연계성 분석해보니

“무시할 수 없죠. 사실 1994년에 <중앙일보>가 처음 대학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는 다들 코웃음 쳤어요. 근데 지금은 대학들이 앞다퉈 ‘톱 10’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습니까.” - 수도권 사립대 홍보팀장

대학 간에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광고수익을 챙긴다는 언론사 대학평가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제위기와 매체위기라는 이중고에 빠진 언론사가 광고수익사업의 새 활로를 대학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교수들은 “언론사가 대학을 볼모로 ‘장사’를 한다”거나 “평가를 잘 받으려는 대학은 알아서 기어야 하는 것 아니냐(광고 협조를 해야한다는 뜻)”며 불만을 터뜨린다.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실제 광고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12일 영국 대학국제평가기관인 ‘QS사’와 제휴해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한 <조선일보>의 최근 넉 달치 광고 지면을 분석했다.

올해 <조선일보>의 월별 전체 광고 대비 대학광고 비율은 3월(2.6%)과 4월(4.2%) 꾸준히 증가하다 5월(7.5%)에 최고점을 찍었고, 6월(4.6%)까지 이어졌다. 5월은 넉 달 중에서 전체 광고량이 가장 적었는데 대학광고는 오히려 늘었다. 교수초빙, 대학원 신(편)입생 모집 등 모집공고 형식의 대학 광고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7%가량 높다.

조사기간 분석된 전체 광고량은 기업광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340여 개 줄어든 반면, 대학광고는 14개가 늘었다. 또한 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6월의 대학광고 노출빈도는 전년대비 1.8%(17개) 늘었다는 데에서 언론사 대학평가의 ‘여운’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23일, 아시아 대학평가 특집호(별지)에 게재된 대학광고까지 합하면 5.6%. 지난해 같은 달보다 최대 25군데가 광고를 더 한 셈이다.

아시아 대학평가 상위 20위권에 진입한 대학 중 평가결과 발표 전후로 광고를 게재한 대학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3월 2일부터 평가결과를 발표한 5월 12일까지 상위 10위권 대학 중 카이스트, 포스텍, 부산대를 제외한 7개 대학이 적게는 3번에서 최대 6번까지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했다. 발표 이전까지 한 번도 광고를 게재하지 않았던 대학 가운데 발표 이후 광고를 게재한 상위 20위권 대학은 카이스트(1위)와 부산대(10위)를 비롯, 전남대(13위), 인하대(14위), 아주대(16위), 한림대(19위)다. 한편 상위 20위권 대학에서 게재한 광고가 전체 대학광고의 절반(46.6%)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매체 자체의 영향력과 별도로  ‘광고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주요 일간지 광고팀의 한 간부는 “기존 평가와 비교해 순위가 오르거나 떨어진 대학, 순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대학은 주관 언론사로부터 광고 압력을 받을 여지가 있다”며 “선의로 볼 수도 있지만 평가의 공정성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언론매체 광고 담당자들은 “이제는 한국 언론에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기 힘들다. 광고(돈)가 우선”이라는 볼멘소리를 공공연히 한다.

극도의 시장경쟁에 처해 있는 언론사들의 대학평가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오창우 계명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신뢰 있는 매체’에서 ‘신뢰 있는 결과’를 발표하면, 광고 수요가 늘게 되고 광고비가 높아지는 광고시장의 선순환 구조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광고수익을 위한 콘텐츠로 대학평가를 사업화하는 역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간접광고에 즉각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송과 달리 신문은 심의기구가 유명무실하다는 최환진 한신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신문 독자들이 방송만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갖는다면 언론사 대학평가가 광고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악용되진 못할 것”이라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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