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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14] ‘유일학과’ 특성화로 좋은 대학을 만들고 싶다
[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14] ‘유일학과’ 특성화로 좋은 대학을 만들고 싶다
  • 정영길 건양대·기획처장
  • 승인 2009.06.22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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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자원의 감소로 인해 발생되는 지역대학의 위기는 큰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향후 대학입학자원 감소에 따라 부실대학의 퇴출을 위해 구조조정 절차와 재산의 처리방법에 관한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지역대학들은 입학자원 자체가 감소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며 적극적으로 그 대학과 학과에 맞는 특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학과의 통폐합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다가올 입학자원감소라는 큰 파도를 우리대학은 크게 2가지 방안으로 넘고자한다. 그것은 특성화와 차별화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의 실체는 대학본부가 아니라 학과이며 튼튼한 학과가 대학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유일학과’ 특성화는 한마디로 우리대학이 가장 잘 해 낼 수 있는 학과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각종 여건 즉, 재정적·지역적·인력 구성 등 기존 운영되는 학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학과와 교육프로그램은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유일학과 특성화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다. 먼저 유일한 교육프로그램으로 특성화하는 학과가 있다. 예를 들면 언어계열 학과의 경우 3+1 또는 2+2로 해외유학을 의무화하여 진행하거나 취업분야에 맞추어 운영하는 진로트랙프로그램 등 그들만이 가진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이 이에 해당된다.

    또 다른 유형의 유일학과는 새로운 시장변화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 학과의 경우이다. 우리대학의 제약공학과를 예로 들 수 있다. 제약공학과는 제약회사에서 필요한 자원을 길러내는 학과로 과거 제약회사에 화학과나 약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차지하던 부분을 좀 더 특화해서 접근한 경우이다. 한편 우리 지역여건을 최대한 활용한 학과들도 유일학과로 육성되고 있다. 건양대 본부 캠퍼스가 위치한 논산지역은 3군 본부가 위치하고 훈련소, 자운대 등 군의 핵심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이와 같은 지역여건을 기반으로 국방공무원학과가 개설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0년 전 부터 어렵게 추진돼 온 유일학과 특성화는 현재 우리대학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성화 요소이다.

    한편 전국에는 약 200개의 4년제 대학이 있다. 대학의 이름이 유사한 경우도 많고, 처음 대학 이름을 듣게 되면 ‘어디에 있는 대학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역대학의 경우, 특히 역사가 짧은 경우는 더더욱 타 대학과 차별화가 필요한 것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특징 없는 지역대학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입학자원감소라는 큰 파도를 넘기 어렵다. 남들이 하는 똑같은 특성화 정책으로는 타 대학과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 그 대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성화부분을 개발해 타 대학과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대학은 앞서 설명한 특성화를 바탕으로 학부의 진로취업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고 대학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 우리대학은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이 방법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학 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은 인간적인 교수님께 가장 큰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와 학생이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데는 접촉이 중요하다. 많은 시간을 학생을 만나는데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교수들이 참 할 일이 많아진 시대인 것 같다. 특성화, 차별화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시간, 노력, 정성,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고 게다가 학생들에게 인간적인 교수도 돼야 하고, 실력 있는 교수도  돼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또 다른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수 감소라는 지역대학에 닥친 큰 위기를 통해 대학을 특성화하고, 프로그램을 특성화하고, 차별화를 이룬다면 좋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대학 내부구성원이 내 자녀를 꼭 보내고 싶은 대학이 아닌가 싶다. 그 대학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내부구성원이 정말로 내 자녀를 보내고 싶은 대학, 그것이 정말로 좋은 대학 아닐까. 우리는 진정으로 그런 대학을 만들고 싶다.

정영길 건양대·기획처장

건양대 학사관리처장을 지냈고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다. 충남대에서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도쿠시마 의과대학에서도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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