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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고전]④노드롭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
[우리시대의 고전]④노드롭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
  • 오민석/단국대·영문학
  • 승인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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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 시대 예비한 비평의 독립선언

오민석/단국대·영문학
20년대에서 4-5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신비평이 그 기력을 상실해갈 무렵, 그리고 60년대에 이르러 프랑스의 구조주의가 위풍도 당당하게 그 이론의 목청을 높이기 시작하기 직전인 1957년, 카나다의 비평가인 프라이(Northrop Frye)는 {비평의 해부(Anatomy of Criticism: Four Essays)}를 이 세상에 상재했다.

문학을 일종의 "자족적인 우주"로, 즉 자율적이고도 유기적인 통일체로 간주한 것은 이 책이 신비평과 보조를 함께 하는 부분이다(물론 이 통일성이라는 것이 신비평가들에게는 개별 텍스트들을, 그리고 프라이에게는 전체로서의 문학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도 '비평의 독립선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비평의 이론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실제비평'의 엄청난 축적에도 불구하고 '이론의 결핍'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신비평과 대별된다. 그러면서도 개별 작품들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문학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 안에서 일종의 보편적 규칙체계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미 구조주의의 핵심적 성찰들을 예견하고 있기도 하다.

모름지기 모든 과학이란 대상 안에서 일정한 원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의 발견에 다름 아니다. 프라이에게 있어서 이 반복은 다름 아닌 발생원(發生源)적 서사(generic narrative)로서의 미토스(mythoi)이다. 그에게 있어서 미토스는 그것을 통해 인간이 낯설고 냉담한 자연을 이해하고 전유하는 한 방식일 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작품들의 모체이고 원형(archetype)이다. 문학사를 장식하는 그 다양한 서사들은, 인류의 역사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의 끝없는 반복 위에 서 있었던 것처럼, 이 원형들의 반복이며 변주들(variations)인 것이다.

이 책을 비판하는 논지의 대부분은, 이 책이 지나치게 공시론적(synchronic)이고, 따라서 반역사적이며, 과학의 이름으로 문학언어의 다의성을 감옥에 가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마르크스주의의 대가인 프레드릭 제임슨(F. Jameson)은 프라이의 신화비평이 "공동체의 이슈를 들고나오며, 집단적 재현으로서의 종교의 본질로부터,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해석적 결과들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여타의 신화비평과 구별되며 따라서 위대하다고 평가한다. 서사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범주"로 설정하고, 신화를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상징적 사유의 한 형태"로 읽어내고자 하는 제임슨으로서는 당연한 해석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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