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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을 알기란 …
[북리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을 알기란 …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6.15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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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심리학』하지현 지음│해냄│2009
『프로이트 꿈의 심리학』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정명진 옮김│부글│2009

누구나 인터넷에 한 번 쯤 떠도는 심리테스트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심리테스트를 하는 심리 자체가 흥미롭다. 나를 가장 알아야 하는 나 자신이 나를 몰라서, 고작 몇 개의 문항 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는 심산이니  말이다. 최근 출판가는 개인의 심리에 관한 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심리테스트를 할 수 있게끔 구성된 책에서부터 처세에 적합한 심리적 조언을 담은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시심리학』은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이라는 부제의 책이다. 현직 정신과 전문의가 저자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도시의 속도를 따라 도시인의 욕망도 진화한다. 자본주의적 삶은 인간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진화·성장하고 그것은 어느덧 미덕이 돼버렸다.” 현대 자본주의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공간은 도시이고, 그 도시에서 표출되는 인간의 삶은 욕망이라는 원초적 장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곧 도시인의 욕망을 심리학적으로 찬찬히 따져보면 현대인의 자화상이 어느 정도 충실하게 그려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자의 관점인 셈이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도시인의 풍경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몇몇 소제목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전화보다 문자메시지가 편한 시대: 소통이 아닌 통보의 커뮤니케이션’, ‘우리는 하나다, 폭탄주를 마시면: 가성 친밀감’, ‘인생이 달라질 거예요, 코만 높이면: 신체이미지와 변신환상’, ‘죽도록 괴로운 일로 자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기애적 폭력’….

    소제목만 쭉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우리 시대 평범한 도시인이 비켜갈 수 없는 삶의 장면 장면을 심리학 및 정신의학적 지식을 곁들여 논하고 있다. 이를테면 직장인의 폭탄주 문화를 설명하면서 “폭탄주와 룸살롱 문화는 친해야 하는 사명감과 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 욕구 사이의 딜레마를 고비용으로 해소해주는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것이다”고 말한다. 또 성형열풍에 대한 장에서는 “겉모습이 조금 바뀌면 이 도시에서 자기에 대한 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신체이미지의 변신은 자아의 팽창으로 이어진다. 자신감이 커지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관계 맺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더욱이 현대사회에서는 관계맺기의 방식이 예전과 다르기에 이런 변신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논한다.

    물론 현대 도시인의 심리적 자화상을 스케치하는 것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다. 강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지혜로운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를테면 자살에 관한 장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삶은 불완전하다. 한 대 맞았다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수건을 던지고 항복을 선언할 이유가 없다. 불완전함과 미흡함, 상처가 있음을 받아들일 때 마음은 한 뼘 커질 수 있다. …… 삶은 의외의 전개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에 더 흥미진진한 것이다.”

    『프로이트 꿈의 심리학』은 유명한 『꿈의 해석』의 대중용 책이다. 이미 『꿈의 해석』을 접한 독자라면 한 번 『꿈의 해석』을 요약해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프로이트 심리학에 접근할 용이한 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차례를 보면 프로이트 꿈 이론의 요체가 짐작된다.

    역자는 책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꿈은 억압된 소원의 위장된 성취라고 한 프로이트의 꿈의 이론이 없었다면, 융의 에너지 이론과 아들러의 기관 열등감과 보상 이론, 켐프의 역동적 메커니즘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프로이트를 한 번이라도 접한 독자라면 알 수 있는 지적인데, 이 점에 대해 프로이트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꿈은 내가 그것을 철저히 분석한 끝에 얻은 감정적 및 지적 생각의 기차들의 대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들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꿈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꿈을 심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 깨어 있던 대뇌피질의 요소들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나는, 순전히 육체적인 과정이 꿈인 것은 아닌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이 욕망의 숨겨진 표현이라고 본다. 욕망을 드러내기는 하되, 은밀한 방식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말한다. “꿈 내용을 실현된 욕망의 묘사로 보고, 꿈 내용의 모호함을 검열관이 억압된 내용에 가한 변형으로 보도록 하자. 그러면 꿈들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이 짤막한 분량의 책을 통해 꿈, 의식, 전의식, 리비도, 억압 등이 어떻게 얽히고 한 인간의 정신과 삶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프로이트는 질문한다. “꿈은 미래에 대한 지식에도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한 마디로 꿈은 미래에 대한 예지의 기능을 하냐는 질문이다. 우리가 평상시에도 흔히 던지는 이 질문에 대해 프로이트는 어떻게 답변했을까. 다음을 보자.

“미래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지식이 더 타당해 보인다. 그 이유는 꿈이 모든 의미에서 과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꿈이 미래를 펼쳐 보인다는 고대인들의 믿음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소원을 성취된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꿈이 우리를 미래로 안내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에게 현재로 받아들여지는 그 미래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소원에 의해 과거의 모습과
비슷하게 다듬어진다.”

   곧 꿈이 미래에 관해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의 과거가 우리의 지금과 내일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내가 궁금한가. 나의 미래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지나간 삶의 궤적을 차분히 되돌아보자.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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