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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500쪽 번역·주해 마쳐 … 개념·용어 일관되게 정리
2천500쪽 번역·주해 마쳐 … 개념·용어 일관되게 정리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6.1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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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 칸트 3大 비판서 완역

『판단력비판』(아카넷, 2009)이 모국어로 번역됨으로써 칸트의 3대 비판서가 마침내 완역됐다. 번역의 기관차는 백종현 서울대 교수(59세)다. 지난 2002년 『실천이성비판』을, 2006년에는 『순수이성비판 1·2』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판단력비판』 번역 및 주해 작업까지 마침으로써 백 교수는 2천500쪽에 달하는 칸트 3대 비판서 번역과 주해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순수이성비판』이 형이상학과 인식 이론에 관한 문제를 논하고, 『실천이성비판』이 실천철학의 근본 문제를 다룸으로써 眞과 善의 문제를 각각 논의했다면, 『판단력비판』은 美의 문제를 천착한 칸트의 대표작이다. 또한 『판단력비판』은 앞선 두 비판서를 매개함으로써 칸트 전체 비판철학의 기획을 완성하는 저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학 연구에 필수적인 책으로 평가된다.

백 교수는 독일에서 칸트를 연구한 첫 한글세대 교수로, 이번 ‘완역’에는 이러한 한글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종래의 실타래 같던 철학 용어들을 일관되게 번역한 것이다. 백 교수는 “1988년 전국철학자대회에서 「칸트 철학 용어 재고」를 제안하는 발표를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번역작업을 했으니, 이번 완역에 20년이 걸린 셈”이라고 털어놓았다.

‘완역’ 주해이긴 하지만, 백 교수의 이번 완역은 선배 학자들의 유산 위에서 이뤄졌다. 백 교수는 “칸트 철학은 한국인의 초기 서양철학 이해의 기초였다. 주로 최재희 선생님의 역서를 이용했는데, 그분의 『순수이성비판』의 각주 중에는 내가 붙인 것도 있고, 최 선생님의 『실천이성비판』 출판 때에는 내가 직접 출판사(박영사) 편집부에 가서 책임 교정을 보기도 했다. 그게 35년 전의 일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번역 과정에서는 초고를 나와 함께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원서와 일일이 대조하면서 다듬어주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공동작업의 결실”이라고 젊은 연구자들의 공로를 잊지 않았다.

“고전 역주 작업은 고전의 향취 속에서 틈틈이 배움을 나눠 갖는 일”이라 생각하는 백 교수는 이번 완역 작업에 이어 칸트 종교철학의 대표작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연구와 번역을 계획하고 있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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