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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는 철학 교육해야죠” … 빗물 모으면 미래가 바뀐다
“기술보다는 철학 교육해야죠” … 빗물 모으면 미래가 바뀐다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6.0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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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빗물’전도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토목공학)

<교수신문>은 이번호에서 한무영 서울대 교수(토목공학)를 인터뷰했다.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소장과 한국 빗물모으기운동본부 회장으로 있는 한 교수는 최근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그물코)이라는 저서와 『빗물을 모아쓰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일본 빗방울연구회 지음, 그물코)라는 번역서를 잇따라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서를 통해 한 교수는 빗물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를 교정하기 위한 주장들을 전개했다. 한 교수 빗물론의 핵심은 △빗물은 세간의 오해와 달리 가장 깨끗한 물이며 △물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빗물에 대한 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테면 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세간의 설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한 교수의 주장이다. 연구에 의하면, 처음 얼마간을 제외하면 빗물처럼 깨끗한 물도 없다는 전언이다.

또 한 교수의 역서는 빗물을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추상적인 수준에서 논하기만 하는 일련의 흐름과 달리 당장에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 한 교수의 빗물론을 알아본다.

 

△ 교수님은 이번에 빗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저서를 내시고, 역서도 내셨습니다. 빗물에 대한 그간의 오해를 교정하면서, 물 부족 문제도 새로운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모로 신선한 저작들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애초에 빗물 활용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본래 수처리가 전공입니다. 어떤 물이든지 가지고 오면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지요. 가뭄이 들어 물이 없어 고생할 때 제가 배운 수처리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때 문득 비가 오는 것을 보니, 저것도 아주 좋은 수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그 양이 무지 많더라고요. 수자원의 모든 것이지요. 그런데 서양의 기술에서는 빗물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양의 기술을 따라서 배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번 저작들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빗물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주장입니다. 증류수이기도 하고,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진 부분인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왜 빗물에 대한 항간의 오해가 난무했는지 견해를 듣고 싶은데요.

“빗물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빗물을 통해 독점적인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소리 높여 오해를 풀려고 했을 텐데, 그런 이익집단이 없었던 것이지요. 왜냐하면, 빗물을 모으자라고 하면 너도나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익을 얻을 집단이 없는 것이지요. 소리쳐 보았자 나에게 이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다른 이익집단들이 별로 설득력이 없이도 주장해 관철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요.”

△ 빗물 활용에 있어서 가장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나라는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빗물 활용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지진기술은 어디가 최고입니까 하면 당연히 일본이라고 하겠지요. 왜냐하면, 안 그러면 재산과 인명피해가 많아지니까…. 간척기술하면 네덜란드지요, 마찬가지 이유로, 최악의 자연조건이 최고의 기술을 만든다는 것은 당연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물 관리는 우리나라가 가장 열악하지요. 지형도 산지라 집중적으로 많이 오는 비가 금방 다 내려갑니다. 그렇다면 가장 열악한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의 기술이 되겠지요. 단 백제나 조선시대의 기술과 철학이 훌륭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이런 것을 개발할 이유가 별로 절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빗물을 모아쓰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에는 빗물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실용적 장치와 방법이 소개돼 있더군요.  실제로 일반인들이 이런 방법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듯합니다. 국내에 빗물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 혹은 일본의 ‘빗방울연구회’와 같은 단체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주민들이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운전하고 있고요, 여자고등학교에서도 빗물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빗물모으기 운동본부”에서 이와 같은 사례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 빗물 활용은 크게 보자면 환경보호의 차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환경 관련 담론은 크게 △인간의 문명 활동을 자제하자 △환경 기술의 진전을 꾀하자 △정부와 시민의 인식을 바꾸고 과소비를 자제하자 등으로 조류가 나뉘거든요. 교수님의 입장은 어떠한지, 교수님 고유의 환경 철학은 뭔가요.

“물 관리는 별것이 아닙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어느 지역의 물의 상태는 수천, 수 만년동안 균형을 이루면서 잘 조화를 이루어 왔습니다. 사람이 살기 이전에 동식물의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사람이 개발을 통해 물 상태를 다르게 만들다 보니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개발전후의 물 상태를 똑같이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 선조들의 글자 한자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나타낼 때 洞 자를 쓰는데요. 이것은 물 水자와 같을 洞자를 합한 것입니다. 여기에 모든 철학과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런 뜻을 가진 글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나라만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세 개의 부류에서는 문명 활동을 하되 물상태만은 변함이 없이 하자, 기술보다는 철학이다, 정부나 시민이나 우리 선조들이 가르쳐 준 것을 상기하자. 이러한 것을 교육하도록 하자입니다.“

△ 교수님은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에서 빗물 관리와 관련해 정책적 제안까지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를 상대로 제안을 하신 적이 있는지, 교수님의 제안이 실제 채택이 된 경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만.

“정부에는 물 관리를 하는 부처가 여럿이 있습니다. 환경부, 국토해양부, 소방방재청, 농림수산부 등이 있어 서로의 입장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각자 입법화를 하다가 조율이 안 되곤 합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을 중심으로 시민들을 위해 활동을 하기 때문에 더욱 잘됩니다. 특히 최근에 수원시에서는 “빗물을 버리지 말고 모으자”라는 개념의 RainCity 선언을 하고 물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다른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빗물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것을 전 세계의 도시에다 전파를 하려고 RainCity 정상회담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빗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혹시 가끔 일부러 비를 맞는 경우도 있는가요? 또 학교나 동료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빗물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요. 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이나 직장, 그리고 이웃에 빗물시설을 설치해, 운전하고 문제점을 찾아보고, 이것을 이용해 홍보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빗물시범사업 6개가 있고, 이전에 살던 집 앞에 있던 갈뫼 중학교에 120톤짜리 시설 설치, 스타시티에 3천 톤짜리 등을 만들어 사용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나 티비에서는 여기에 와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 빗물 활용을 위해 일반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간단하고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교수 신문 독자들을 위해 조언해주십시오.

“빗물을 버리지 말고 모으자는 개념의 시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원이나 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볼록하게 만드는 대신 오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논에서 약간의 턱을 두면 빗물이 쉽게 모아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교과서에 수록하고 시험문제에 다루는 것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을 배워야 앞으로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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