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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제 피붙이끼리 모이는 올챙이들, 그 親族認知의 비밀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제 피붙이끼리 모이는 올챙이들, 그 親族認知의 비밀
  •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09.06.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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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양서류로, ‘물과 뭍을 들락거리며 산다’는 뜻으로 ‘물뭍동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양서류를 더 나누어 꼬리가 있는 有尾類인 도롱뇽무리와 꼬리가 없는 無尾類인 개구리 무리로 나누며, 우리나라에는 17종의 양서류가 살고 있다. 그 중에 한때 말썽을 피웠던 ‘황소개구리’도 ‘우리나라개구리목록’에 버젓이 들었다.

 
개구리는 앞다리에 발가락 4개, 뒷다리에 5개가 있으며, 땅이나 물에 사는 개구리는 뒷다리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으나 나무에 주로 사는 청개구리는 물갈퀴 대신 나뭇잎이나 줄기에 잘 달라붙게끔 발가락 끝에 주걱 모양의 빨판이 있다. 이것들의 특징은 이런 것들 말고도 끈적끈적한 물기 나는 살갗, 힘 센 뒷다리, 겉에 뚫려 있는 콧구멍, 눈을 감고 뜰 때 눈알을 덮었다 열었다하는 눈꺼풀(두 겹으로 안의 얇은 것은 투명하며 고정됨), 눈 뒤에 있는 겉으로 들어난 둥그스름한 고막(겉귀가 없으며 듣기를 함, 수컷이 암컷보다 조금 더 큼), 몸은 안전하게 물속에 두고 눈만 빠꿈이 내놓아 사방둘레를 볼 수 있는 불룩 튀어나온 레이더 같은 눈알 등이다.

건장하고 멋진 상대와 짝짓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 사방에서 씨내리들이 한껏 목청을 드높여 아등바등 소리를 내지른다. 개골! 개골! 개골! “나 이렇게 건강하고, 잘 생기고, 빼어난 유전자를 가졌으니 씨받이들아 나를 배필로 골라 달라”는 참개구리 수놈들의 절규가 한창이다. 개구리의 옹골찬 울음은 濃艶한 사랑노래가 아닌가. 무슨 수를 부려서라도 제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고 싶어 하는 것이 숫놈들의 사무친 바람이다.
개구리도 매미처럼 암놈(♀,비너스의 거울을 상징함)은 음치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수놈(♂,군신의 창에서 따옴)이 목 밑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오그렸다 하면서 떼 지어 노래를 부른다.

해질녘에 시작한 합창은 어슴새벽까지 이어진다. 한 놈이 ‘개굴’하는 순간 넓은 무논의 온 개구리가 개굴거리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딱! 그친다. 좀 쉬었다가 다시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온 사방에서 와글거리니 捕食者가 잡아먹을 놈을 正照準할 수가 없다. 영리한 놈들! 생명은 물에서 시작한다. 우리도 어머니 자궁 안 양수(모래집물) 속에서 280일을 보내지 않는가.

개구리들이 난리법석이다. 물이 괸 논에는 한 마리의 암놈을 놓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여러 수놈들이 뒤엉켜 바둥거리고 있다. 처절하게 다툼질하다가 종국엔 주먹심 좋은 놈이 암놈을 차지한다. 암놈의 배가 터지게 포옹해대니 이것은 “나는 射精할 준비가 됐으니 어서 排卵, 産卵하라”는 신호다. 옴짝달싹 않고 암수 개구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언뜻 짝짓기하나보다 하고 착각할 수 있지만, 개구리는 교미기가 없어서 그냥 그렇게 부둥켜안아서 흥분시키고 자극할 뿐, 암놈이 알을 낳으면 대뜸 숫놈이 그 위에 정자를 뿌리는 體外受精을 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암컷 등짝에 달라붙은 숫개구리는 여간해서 떼지 못한다. 발정기가 되면 개구리와 도롱뇽의 숫놈 앞다리 엄지손가락 아래에 거무튀튀한 살점인 婚姻肉指라는 雄性二次性徵이 나타난다. 이것을 抱接突起라고 하는데, 일종의 粘液腺으로 움켜쥐는데 쓰지만 수컷들이 거칠게 짓밟고 밀치고 할 때도 쓴다고 한다. 드디어 수백 마리의 한 배 새끼가 태어났다.

올챙이들이 깨어나 떼 지어 흙탕치면서 논다. 해괴한 일도 다 있다!? 이쪽 집 올챙이와 옆집 올챙이를 한데 뒤섞어서 놓았더니 처음엔 갈팡질팡하더니만 어느새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어김없이 제 피붙이끼리 모인다. 類類相從이다. 올챙이들도 유전인자가 같은 것끼리 모여 살더라!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 것이리라. 한 종(족)끼리 서로를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것을 親族認知라 하며, 그것들이 낯익은 놈끼리 근친교배를 피하자고 그럴 것이라고 해석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견식 좁아 저만 잘난 줄 거드름 피우는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한다지. 아뿔싸! 쥐뿔도 모르는 어리석은 짓, 겉돈 환경보호 탓에 금개구리나 맹꽁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뭔가 수상하고 심상찮은 조짐이다. 정녕 그렇구나! 우리는 자연이 꼭 있어야하지만 자연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니, 되레 없으면 한다.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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