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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드러났다... 화해·통합 위해 정부가 나서야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드러났다... 화해·통합 위해 정부가 나서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06.0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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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追慕 정국, MB정부에 바란다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국사회는 안팎으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추모 정국이 한국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가늠조차하기 어렵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살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실용정부는 앞으로 국정 운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학계 중진들의 의견을 들었다.

●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과) : 개인의 비극을 넘어 전체 공동체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참담한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공과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논의할 수도 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나름대로 던진 정치적 화두와 같은 것들이 있다. 후대라도 꽃필 수 있고, 결실을 보기 위해 기다릴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한 것, 비극적 결정과 같은 점들이 참담하다.

정치인이라면, 특히 최고 정치인이랄 수 있는 대통령이라면 사회적 논란의 한복판에 설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도 생전에 많은 칭송과 비판,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지막에 남긴 언어들은 화해라든지 통합, 용서, 이런 것으로 다가온다. 우선 정부가 공동체 전체를 껴안는 적극적 노력을 해야 한다. 통합은 정부가 맡은 가장 중요한 직무고, 무한책임이 있다고 본다.

새로운 통합의 정치가 뭘까, 설득과 아우르는 리더십이 뭘까, 깊이 고민하면서 현재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민심의 현 주소를 찬찬히 살펴야 한다. 통합이라고 해서 무원칙한 통합은 안 된다. 이명박 정부도 국정철학이나 국정비전이 있을 텐데 정말 정치권이나 사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 화합과 통합이라고 하는 이 틀을 강하게 견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는 정말 분열이라고 하는 또 다른 비극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 : 정치제도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정치의 오래된 관행, 살아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을 타격함으로써 정권 초기에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관행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정치보복 차원이 간접적으로 있다고 본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성공했든 못했든 ‘바보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깨끗한 정치, 탈권위적인 모습,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남북 화해,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비주류 정치인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노 전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역할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비화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역시 살아있는 권력,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이다. 현 정부가 소수 기득권 세력의 정책을 펴온 데 대한 박탈감과 허탈함. 그에 대한 1차 경고가 지난해 ‘촛불’로 표현됐다. 광범위한 애도와 조문 분위기는 2차 민심 표출이다.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이 사태를 모면하려고 한다면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현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구체적 실현과 정책으로 일대 국정쇄신을 보여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은데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적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성공한 민주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현 권력이 과거 권력을 무조건 배제하면 안 된다는, 정치권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권력 이동이 수직적으로 이뤄지면 별 문제 없는데 보수에서 진보, 다시 보수로 수평적으로 가다 보니 현 정부 일부 인사들이 지나치게 피해의식을 가지고 몰고나간 것 같다. 폐족 당해서, 돌파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집회 때 소통과 대화가 부족했다고 했는데 여전히 국민 의견을 귀담아 듣고 대화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 정부와 국민이 따로 노는 것 같다. 여론에 귀 기울이고 민심의 변화를 챙겨야 한다. 물론 여론의 방향은 수시로 바뀐다. 그럴수록 더 국민의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정기조도, 필요한 사람들은 포용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배제하는 이중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는데 모두 포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외부적으로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다. 내부적으로는 전임 대통령이 2년도 안 돼 자살했다. 한동안 굉장한 논란과 혼란이 올 것이다. 보수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제해야 한다. 진보 쪽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용해선 안 된다. 서로 자성할 것은 자성하고 화해·통합으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로 대화가 필요하다. 격론도 벌이고 논의도 해야 한다. 역지사지를 넘어 반구정신, 남의 탓이 아니라 스스로를 탓해 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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