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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게 그려낸 이슈들 … 시선 끈 필리핀 영화의 힘
경쾌하게 그려낸 이슈들 … 시선 끈 필리핀 영화의 힘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5.25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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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4.30~5.8)를 보고

2009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4.30~5.8)가 성황리에 끝났다. 조직위는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축할 것이다.
올해 영화제에는 42개국에서 200개 영화가 초청됐고, 관람객을 비롯해 참여인원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 관람객들은 어느덧 열 돌을 맞은 영화제를 축하하고 즐기기기 위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7만장 이상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영화제는 지난 1일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전야제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행사장에는 유명 영화배우와 감독은 물론, 팬들과 사진기자들로 가득했다.
개막작은 「황금광시대(Show Me the Money)」. 2007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감독들의 ‘숏!숏! 숏!!!’ 2009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이제까지 영화제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는 3개의 단영화모음(디지털 삼인삼색)이었지만, 올해에는 10명의 깜짝 놀랄만한 감독들이 돈이라는 공통 주제에 따라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감독들은 작품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의 의미, 혹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 한 자의 차이를 꿰뚫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을 대표해 김성호 감독이 인터뷰에 참석했다. 돈은 심오한 테마다. 우울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침울한 분위기를 전하는 단편이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유쾌하고 재기발랄했다.
눈여겨볼 감독·작품이 있다. 「톱(Saw)」의 김은경 감독, 올해의 독립영화감독상 수상자인 이송희일 감독의 「불안(Anxiety)」 그리고 최익환 감독의 「유언(Our Last Words)」이다. 관객들이 가장 반긴 것은 윤성호 감독의 유쾌함이었다.

10개 단편작 가운데 윤성호의 「신자유청년(Neo-Liberal Man)」은 현재 정치상황을 적절히 꼬집고 있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15개의 서로 다른 범주로 구성됐다. 상당수가 영화제의 상징인 전주 디지털 프로젝트나 시네마스케이프, 불면의 밤(overnight Midnight Obsession), 한국영화들을 기대했으리라. 스리랑카 영화들을 일별하는 걸 포함해서 다른 카테고리들에는 스페인 감독 페레 포르타베야(Pere Portabella), 필리핀 감독 라야 마틴(Raya Martin), 한국 감독 홍기선,  폴란드의 감독  예르지 스콜리모 스키(Jerzy Skolimowski)를 조명한 작업이 있었다.

스리랑카 영화들을 관통하는 것은 극도의 가난과 자의식이었다. 비묵티 자야순다라(Vimukthi Jayasundara) 감독의 「버려진 땅(The Forsaken Land)」은 전쟁으로 파괴된 채 버려진 땅에서 빚어지는 광기와 미스터리에 관한 느낌을  그려냈다.
느린 호흡과 편집, 과장되게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그의 의도를 다소 깎아내렸다. 폐막작으로 상영된 스리랑카 우베르토 파솔리니(Uberto Passolini) 감독의 「마찬(Machan)」은 스리랑카 감독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필리핀의 쉐라드 안토니 산체스(Sherad Anthony Sanchez) 감독의 영화 「하수구(Imburnal)」였다.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1만 달러 상금과 함께 최우수작품상(우석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년은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꿈을 나누며 판자촌으로 흐르는 개울 둑을 뛰어다닌다. 영화는 독특한 소리와 비선형적 스토리-텔링을 사용함으로써 ‘더러운 하수구’ 를 영화의 중심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상 받을만한 작품이었다.

한국 영화는 늘 그렇듯이 엄선 작들이었다.올해에는 영화가 공통 주제에 접근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개막작에서부터 폐막작까지 영화들은 일관되게 경제위기와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 사회이슈에 접근했다. 「그녀의 무게」, 「와이키키브라더스」 등의 전작을 통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임순례 감독이 「날아라 펭귄(Fly Penguin)」을 들고 돌아왔다. 작품은 몇 가지 사회적 이슈를 다뤘지만,  다행하게도 도덕극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심상국 감독의 「로니를 찾아서」와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Bandhobi)」는 생계를 위해 낯선 한국 땅으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을 다뤘다.

한국 장편경쟁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이서 감독의 「사람을 찾습니다(Missing People)」도 좋았다.
예기치 않은 기쁨은  1960년대 상영된 故 김기영 감독의 고전 「하녀」였다. 이 작품을 성가시게 만들었던  저작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있으며, 시간에 의해 마모된 필름은 손상된 부분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매 상영시간마다 「하녀」는 매진사례를 이뤘다. 현재를 사는 관객들은 여전히 긴장과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 수십 년 전의 옛 영화에 큰 찬사를 보냈다.

지난 10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10년 전 작은 이벤트가 시작될 때 그 누구도 영화제가 한국의 이름 높은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열번째 생일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까지 발자취와 이뤄온 성과를 돌이켜 보기 위한 이정표였다.

지아마르코 토마스 우석대·영어과

필자는 미국 로드 아일랜드대를 거쳐 우석대에서 석사학위를 했다. 1998년부터 우석대에 재직해왔다. 영화에 관심이 많으며, 영화평을 발표해왔다.

번역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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