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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과 쟁점] 끝없는 지혜의 모방, 용도·혁신성 의심받아
[관점과 쟁점] 끝없는 지혜의 모방, 용도·혁신성 의심받아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5.25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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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_ 18. 생체모방공학

교수신문은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와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작년에 진행된 기획에 이어 이번에 진행될 키워드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의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이번호에서는 생체모방공학에 대해서 알아본다. 생체모방공학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최신 공학 분야이다. 공학자인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은 자연모방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생체모방공학의 다채로움을 소개한다. 과학사회학을 전공한 이충웅 고려대 강사는 생체모방공학을 둘러싼 화두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즘 뜨는 분야 중 하나가 생체모방공학이다.
생명체에서 영감을 얻어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술이다. 물고기의 피부를 흉내 낸 수영복, 곤충을 모사한 비행기, 자유자재로 벽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과 비슷한 로봇, 연잎의 초발수 성질(물에 젖지 않고 물방울을 구르게 하는 성질)을 지닌 유리창 등 헤아릴 수 없이 응용이 가능하다.

생체모방공학이라는 발상은 생태계의 여러 동식물들로부터 지혜를 빌리겠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구상 생물의 몸은 그 자체가 수 십 억년 진화의 산물이므로, 공학의 미천한(?) 역사와는 비교가 안 되는 기술적 지혜를 담고 있다. 인간은 간단한 비행기 하나를 날게 하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은 작고 단순한 기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비행기와는 상대가 안 되는 민첩성을 자랑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생체모방공학은 21세기의 유망 산업 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특히 비판의 핵심은 생체모방공학의 일차적인 용도가 군사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에 집중된다.

이미 영화 등을 통해 일반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대로, 곤충만한 크기의 무인 정찰기라든가, 동물처럼 날렵하게 기동하는 공격용 로봇 등등은 군사적 무기로 자주 거론이 된다. 곤충의 지혜가 군사 기술의 일환으로 악용이 되는 순간이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편에서는 생체모방공학이 과연 얼마나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담고 있는지 대해서 냉소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보자. 헤드라이트는 눈, 바퀴는 다리, 공기저항을 고려한 차체는 역시나 유려한 동물의 몸통을 닮지 않았는가. 혹은 간단한 제품인 컴퓨터 마우스는 어떤가. 말 그대로 쥐를 모방한 것이지 않은가. 또 다른 예로는 잠수함이 있다.
잠수함 설계자들이 물고기를 염두에 두었든 아니든, 물속에서 적절하게 기동하기 위해서는 물고기 모양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예는 굳이 생체모방공학을 말하지 않아도 기술은 생물 친화적이고 모방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기술은 결국 유용성을 목적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생물체 자체를 모방하고 그것에 친화적인 것만큼 유용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판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조금 시니컬한 측면이 있다. 기존 공학에 생체모방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생물체의 모방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공학 기술은 일부 외관적 측면에서만 생체를 모방했는데, 최근에는 생물들의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한 기능들을 공학적으로 구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체모방공학에 대한 과도한 부풀리기와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한 함구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생체모방공학이 향후 과학기술담론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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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 2009-05-28 02:39:18
진지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우스에서 조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