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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미달 대학 60%, 준칙주의로 신설대입정원 자율화 정책 ‘동반 책임론’도
정원 미달 대학 60%, 준칙주의로 신설대입정원 자율화 정책 ‘동반 책임론’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5.2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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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설립준칙주의, 구조조정 불렀나

부실대학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거론돼왔던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최근 정부의 사립대 구조조정 추진으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을 학령인구 감소에서 찾았다. 이에 대해 1990년대 초반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정원 미달사태가 예견됐음에도 교과부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통해 대학 설립 기준을 완화한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지역 대학 한 교수는 “사립대가 부실해지고 본격적으로 위기가 닥친 것은 결국 교과부가 대학설립 인가를 많이 해줬기 때문”이라면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면서 10~20년 앞도 못 보는 정책을 만들었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설립된 4년제 대학은 19개, 전문대학은 11개, 대학원대학은 36개 등 모두 92개(개편 26개)다. 학생 충원율 70%미만 대학 명단에는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에 신설된 대학이 대거 포함돼 있다. 2008년 기준으로 학생 충원율이 70%를 밑도는 대학 27개 가운데 16개가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된 이후 설립된 대학이다.


부실대학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추려보면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설립한 지방소재 소규모 대학으로 요약된다. 나중에 설립된 대학이 퇴출 대상이 되는 후입선출식에 가깝다.  


1996년 대학설립이 인가제에서 준칙주의로 전환된  취지는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위해서였다. 이전에는 학생 정원 5천명 이상 규모에 맞는 시설 기준을 확보해야만 대학 설립이 가능해 소규모 특성화 대학 설립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학교 설립 목적과 특성에 따라 설립 기준을 다양하게 규정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교 설립을 할 수 있게 바꿨다.


지역 발전을 위한 유치 경쟁도 한몫했다. 당시 인구유입과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로 지역별로 대학을 유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했었다. 부산인적개발연구원 박천식 연구위원은 “국회의원들이 지역발전을 목표로 대학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설립준칙주의 이후에 설립된 대학들의 부실운영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설립 인가부터가 문제였다. 2005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대학설립 준칙주의 10년, 오늘과 내일’(최재성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 따르면 80개 대학 가운데 기준 미달이었는데도 10개 대학이 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건부 기준 충족 대학과 지적사항이 있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44개 대학에 이른다. 설립 기준이 낮아지면서 문어발식 설립도 가능해졌다. 2000년 폐교된 광주예술대학 설립자 이홍하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려대, 서남대, 광양보건대학을 설립하고 2005년에 신경대 설립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부실 운영으로 이어졌다. 준칙주의 이후 신설된 대학 가운데에는 ‘비리사학’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우가 적지 않다. 한중대, 대구외대, 대구예대, 광주여대, 한영신학대 등은 교과부 감사에서 부정비리, 불법 운영이 적발됐다. 탐라대는 이사장이 교사를 신축한다는 명분으로 대학 예산을 횡령했고 예원예술대도 운영상의 문제가 드러났다.


대학설립준칙주의만 문제 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대학설립준칙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무근 동명대 총장은 대학설립준칙주의보다 1997년 도입한 대학정원 자율화 정책이 입학정원 미달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이전에 설립한 큰 대학들이 정원을 늘리면서 나중에 설립한 소규모 대학들이 학생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제도는 당시 여건에 맞게 개선할 필요도 있는데 현재 설립기준에서 수익용기본재산 비율과 교육여건과 밀접한 항목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설립기준 강화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교과부는 부실사학 퇴출 방안 마련과 함께 설립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면 수긍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운영을 잘못한 대학의 책임도 있다”는 식이다.


교과부는 최근 대학설립 운영 규정을 개정하면서 대학설립심사위원회 심의사항을 추가하고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금액을 상향하는 안을 제출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삭제 권고를 받았다. 신규 학교법인에 대한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기존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마련하라는 주문이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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