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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제대로 했나? 私學에만 책임 물을 수 없다”
“지원 제대로 했나? 私學에만 책임 물을 수 없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9.05.2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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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사립대 퇴출, 이렇게 본다

2007년 현재 사립대 예산 중 국고보조비율은 4.5%. 일본은 12.1%, 미국 16.1%, 독일은 25%를 사립대에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부부담률은 0.6%로 OECD 가입 국가의 평균인 1.1%에 절반가량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명박 정부가 ‘부실 사립대 퇴출 방안’ 마련 등 사립대 구조조정에 본격 나섰다. 부실 사립대 퇴출 기준이나 제도 마련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 학령인구는 줄어들어 부실 대학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부실의 책임을 사립대에만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교수신문>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 사립대 판정 기준 가운데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학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2008년 기준, 27개 대학)을 대상으로 사립대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사전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대학의 보직교수, 교수협의회 임원, 법인 사무국장 및 이사장의 의견을 들었다. 27개 대학 가운데 15개 대학의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고, 연락이 닿은 나머지 대학 중에서는 “지금은 일절 언급할 수 없다”며 의견을 밝히길 꺼리는 대학도 있었다.

“정책적 균등성 유지해야 한다”


본격적인 사립대 구조조정이 시작된 데 대해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문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방 사립대 지원체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공적인 측면에서 일정 정도의 정책적 균등성은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적 차별성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실 사립대 판정 기준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학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이 6곳이나 몰려 있는 경북지역의 한 대학 법인 사무국장은 “부실 사립대라고 하면 전입금이 전혀 없이 등록금에만 의존해 운영하고 직원 봉급도 못 줄 정도가 돼야 한다. 대학이 얼마나 자구 노력을 하는지도 봐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잔여재산 귀속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사무국장은 “사립대 퇴출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잔여재산을 돌려준다면 수용 가능할지 몰라도 강제로 문을 닫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지역 대학의 교수협의회 한 임원은 “최근에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을 돌려주고 국가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교수들 사이에 거취문제를 고민하는 등 위기감이 더 커졌다”며 “잔여재산은 개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장학재단이나 기타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방식이 옳은 것 같다”라고 상반된 인식을 보여줬다.

사립대학 간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립대 통합도 힘든 마당에 설립 주체가 다르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대학이 어떻게 통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교수, 직원, 학생의 사후 문제가 복잡한 폐교 조치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부실 사립대 정리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부실 사립대 퇴출 기준이나 제도가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일까. 우선은 지역적 한계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충북지역 소재 대학의 한 기획처장은 “지역사회에 기여한 것도 많다. 대학의 공공적 요소도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각각의 고유한 정책이 분명히 있다. 지역경제를 관할하는 산업자원부나 행정자치부 등의 의견도 들어보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교수·직원 구제방안 고민해야 ”


전남지역 대학의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지방대가 될 텐데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지방대만 희생양으로 삼아 구조조정 실적을 쌓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의 관계자도 “지방대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정원도 함께 줄이는 식으로 인원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역 대학의 기획처장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국립대 통폐합이 제대로 됐는가. 형식적인 통폐합에 그친 경우가 많고, 오히려 캠퍼스를 늘린 곳도 있다. 그동안 국립대에 집중 지원을 하고, 지방 사립대는 찬밥 신세였다.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통제만 해왔다. 이런 정책이 겹쳐져 사립대 부실을 불렀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구제방안 마련도 요구했다. “구조조정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우려 점은 역시 학생과 교수, 직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 방식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 학생이나 교수, 직원을 위한 구제방안도 함께 고민하자.” 경북지역 대학 학생처장의 말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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