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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10.] 방치하면 국가도 큰 부담 … 국립-사립대 통합도 검토하자
[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10.] 방치하면 국가도 큰 부담 … 국립-사립대 통합도 검토하자
  • 서은경 전북대·기획처장
  • 승인 2009.05.18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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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2007년 2월이었으니 벌써 2년하고 3개월이 흘렀다. 당시 전북대는 변화가 필요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교수는 훌륭한 연구를 하면서 학생을 잘 가르치면 되고, 학생은 공부에 전념해 실력을 쌓고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며, 직원은 연구와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결국 뜻이 모아졌고, 우리 대학만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대학통합을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냈다. 통합 대학 중 최초로 학과통합을 이루고, 캠퍼스별 특성화 기반도 닦았다.

구성원과 지역민이 힘을 모아 로스쿨도 유치했고,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는 국책사업도 잇따라 따냈다. 개인 또는 학과 간 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경쟁 분위기를 도입했다.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수들의 승진요건을 두 배 이상 높였다. 재임용도 한 번만 가능토록 했다. 대신 우수 연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렸다.

그러자 ‘네이처’ 등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교수들의 논문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학생들에게는 평생지도교수를 배정해 진로설계나 대학생활에 대한 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 특성화된 취업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실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취업률 상승으로 나타나 2008년 거점 국립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다른 대학을 벤치마킹하던 대학이 불과 2년 만에 다른 대학들로부터 벤치마킹 당하는 대학으로 다시 태어났다. 각종 대학 평가에서도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대학의 위상 역시 높아지고 있다. 변화의 힘이다.

여기저기서 지역 대학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다. 이유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학 전체의 질적 저하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대학의 경쟁력 제고는 대학 자체적인 강도 높은 혁신과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먼저 지역 대학들은 그동안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외면하지 않았는지 겸허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구와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하며, 특성화 분야의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명품 학과’를 육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아울러 과감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이 난립해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앞으로 국립대간 또는 사립대간 통합뿐만 아니라 통합 시너지 효과가 큰 국립대와 사립대간 통합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런 대학에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학 경쟁력과 재정의 규모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나 지역기업의 관심과 지원도 꼭 필요하다. 최근 산학협력의 필요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학과 기업, 지자체간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아울러 지역사회가 나서 지역 대학에 우수한 인재를 보내줘야 한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지역 대학이 허약해지면 그 지역도 허약해지고, 국가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 지역 대학을 키우는 것은 곧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대학, 지역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서은경 전북대·기획처장

필자는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성과학기술인육성위원회 위원, 연구윤리 확립 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반도체과학기술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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