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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유를 위해선 고독·용기·정열 필요
새로운 사유를 위해선 고독·용기·정열 필요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5.18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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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라뤼엘 前 파리 10대학 철학과 교수 인터뷰

푸코, 들뢰즈, 데리다 등 기라성 같은 독창적 사상가로 명성을 구가한 프랑스의 한 학자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창조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내에서도 독특한 철학 학파로 손꼽히고 있는 ‘비철학’ 학파를 창시한 프랑수아 라뤼엘 前프랑스 파리 10대학 교수(철학)가 그 주인공이다.

라뤼엘 교수는 외국 철학의 수입에만 골똘하고 있는 한국 철학자들에게 특정 사상에 대한 편식을 자제하고 “고독, 용기 그리고 정열”을 가지라고 권했다. 종교와 국가에 제한당하지 않는 제도와 그러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힘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라뤼엘 교수가 창시한 비철학은 철학 일반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관계처럼 보다 전면적인 철학적 사유의 개화를 의미한다. 비철학은 철학적 사유를 자기 충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원환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적 실천에 의해 끊임없이 충족돼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라뤼엘 교수에 의하면 비철학의 핵심 테제는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비철학의 대상은 모든 철학적 작업의 대상과 동일하나, 다만 철학사에 제한되지 않고 미학, 과학, 종교에도 관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곧 비철학의 대상은 백과전서적이다.

둘째로 비철학은 철학일반 혹은 철학사 안에서 다뤄진 문제들과 언명들을 새로운 방법론으로 취급한다. 비철학의 목표는 새로운 형태의 철학적 대상과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인데, 이는 곧 하나의 독해와 역사로 종종 축소되곤 하는 기존의 철학적 작업에 대한 수정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비철학은 철학과 인접 과학에 대한 비사변적 실천을 꾀하게된다.

셋째로 비철학은 급진적인 내재성을 통해 새로운 존재론, 새로운 방법론, 이데올로기적 지평의 쇄신을 꾀한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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