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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현장에서] 중국대학에 파고든 시장의 법칙
[변화의 현장에서] 중국대학에 파고든 시장의 법칙
  • 교수신문
  • 승인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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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상품화 논란… 대학이 수익사업체 설립하기도
박현숙 / 중국통신원·난징대 박사과정

문화혁명이후 근 10년동안 강제로 학교의 문을 닫아야만 했던 중국대학의 슬픈 역사는 개혁개방과 함께 대학문이 다시 열리고 이로써 대학가에도 바야흐로 자유와 해방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중국대학가에 일어난 변화의 물결들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개혁정책의 파도에 편승하여 흘러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 대학가를 뒤덮고 있는 유학열풍이나 대학원입시열풍은 이러한 물결의 방향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고 있다. 잠시, 이와 관련된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9월10일자 ‘베이징 청년보’에는 후난차이징학원(湖南財經學院)의 ‘졸업생 취업전략’에 관해 각계의 반응을 다룬 장문의 논쟁기사가 실렸다. ‘논쟁’의 발단이 된 후난차이징학원은 “만일 본 대학의 졸업생을 고용한 회사에서 3개월 이내에 그 학생이 ‘불량품’이라고 생각되면 즉각 학교에 ‘반품’을 할 수 있으며, 학교측은 그 불량품에 대한 ‘재가공’을 통해 다시 완제품으로 만들어준다”는 공약을 한 것.

이 문제의 ‘취업전략’은 모교학생들의 취업률 상승 및 학교에 대한 대외신뢰도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연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닌 ‘인재양성 공장’이고 학생들은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과 같은 존재인가 하는 논란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사건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후난차이징 대학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태연자약하게 “우리학교 졸업생들은 우리(학교)가 생산한 상품이다. 만일 그들을 상품이라고 본다면 이중에는 불량품도 있을 수 있다. 불량품에 대해서 우리는 ‘반품’정책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 한편의 에피소드는 현재 중국 대학가가 직면하고 있는 경쟁이 어떠한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개혁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대학들이 택한 자구책은 세칭 초일류대학으로 불리는 명문중점 대학들이라고 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베이징대나 칭화대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은 중국 내에서 학문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곳으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데, 이들은 각기 팡정그룹과 칭화동팡이라는 대기업급에 맞먹는 대학기업들을 설립하고 학문적 경쟁과는 또 다른 경제적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즉 이들 일류대학들도 안정적인 대학재정 및 우수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대학기업들을 경영하면서 시장경제가 가져온 대학간 경쟁의 정글을 돌파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 측의 온갖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의 대다수 학생들의 ‘꿈’은 어떻게 하면 미국이나 유럽 등 보다 선진적인 국가로 유학을 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때문에 유학관련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고 대학가 주변으로는 각종 브로커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유학관련 학원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 오늘의 중국 대학가 풍경이다. 이것이 개혁과 시장개방 열풍 앞에서 어디로 방향을 돌려야 할지 우왕좌왕 하는 중국 고등교육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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