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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11공정’과 대학합병 ; 대륙의 대학이 꿈틀거리다
[중국] ‘211공정’과 대학합병 ; 대륙의 대학이 꿈틀거리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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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1백개 대학 선정해 집중지원…앞다퉈 경쟁체제 도입
김성화 / 중국 옌볜대 법학부 교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하면서부터 중국의 대학들은 전부 국립대학이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도입과 더불어 1993년부터 ‘民辦高校’ 즉 사립대학이 등장했다. 중국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사립대학은 85개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립대학은 국립대학입시에서 낙방된 학생들로 구성되며, 사회적 신뢰도나 공적 기능도 국립대학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교육의 붐은 개혁개방 이래 중국 대학교육의 개혁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라 하겠다.

한편, 대학교육의 과학기술비중이 증가되고 운영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가장 핵심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교육자금문제이다. 2010년까지 중국에서 대학교육의 확충과 발전에 소요되는 자금은 1백50억∼2백10억 위안(2조4천억∼4조3천6백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에서 국가에서 투입할 공적자금은 38억 위안에 불과하다. 나머지 1백12억∼1백72억 위안은 국내외은행대출, 세금우대정책, 대학부속산업육성, 학생등록금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대체로 대학교운영자금의 60%를 국가에서 제공하며 나머지 40%는 대학 스스로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그중 일부 국립대학에서는 운영자금의 80%까지 자체 해결하고 있다.

6백12개 대학이 2백50개로 합병

지난 40여 년 동안 중국 전역의 모든 대학들은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칭화대학(淸華大學) 등 교육부 소속대학, 사법부 소속의 중국정법대학, 대외경제무역부 소속의 대외경제무역대학 등 중앙 기타부처 소속대학, 길림성 소속의 옌벤대학(延邊大學) 등 성급 지방정부 소속대학으로 그 소속관계가 분할돼 있었다. 교육부 소속대학과 중앙 기타부처 소속대학은 중점대학으로, 지방정부에 소속된 대학은 일반대학으로 인정돼 대학입시와 학생모집과정에서도 그 등급이 명확히 구분됐다. 즉 중점대학에서 학생정원을 채운 후에 일반대학에서 그 나머지로 학생정원을 채웠다. 이러한 ‘토막식’ 분할체제는 우선 효율성이 떨어져 대학자체발전에 불리할 뿐더러 학벌로 인한 사회적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러한 문제점은 1992년 ‘전국대학교육사업회의’의 결정을 기점으로 극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즉 교육부를 제외한 중앙정부 기타 부처에서는 더 이상 대학을 운영하지 않기로 하고 대다수 대학의 운영권을 지방정부에 넘긴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물론 개혁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 현재는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중국정법대학 등 71개 대학만이 교육부에 소속돼 있고, 나머지 대학들은 모두 지방정부 관할체제로 넘어갔다. 그리고 교육부나 지방정부는 거시적인 정책과 공적자금투입 등으로 간접적인 통제를 할 뿐 대학운영은 대학 스스로가 정책적으로 획득한 자율권을 토대로 직접 실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확하게 1992년부터 대학관리체제개혁과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여기서 우리는 1993년에 중국정부가 결정한 ‘211공정’ 중점건설항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1공정’이란 21세기의 지식정보화시대를 대비해 세계일류대학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국에서 1백개 내외의 대학과 그 대학들의 상당수 중점학과를 선정, 국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중점 육성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211공정’ 중점건설항목은 제1기와 제2기 프로젝트로 나누어 실시되는데 현재까지는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중국인민대학, 옌볜대학 등 1백1개 대학이 우선 제1기 프로젝트에 편입돼 심사를 끝냈으며 기초시설, 중점학과, 공공서비스체계 등 면에서 국가 9차 5개년 계획기간의 정식건설항목으로 선정됐다. 현재의 국가 10차5개년 계획기간 중에는 조만간 중점학과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제2기 프로젝트가 실시될 전망이다.

중국 대학교육개혁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화가 바로 대학의 합병이다. 기존의 중국 대학들은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한 개 학과가 여러 개로 분산되거나 혹은 중복 설치됐으며 운영효율과 교육수준이 저하되는 등 허다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규모나 운영체제로는 세계일류대학과는 비교가 안될 뿐더러 자체의 ‘생계’마저도 유지하기 힘들게 된 것이 개혁개방이후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고심하던 끝에 생각해낸 것이 바로 대학과 대학을 서로 합병하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대학교육개혁초기인 1994년에는 50여 개 대학이 각각 합병해 쓰촨(연합)대학(四川聯合大學), 난창대학(南昌大學), 상하이대학(上海大學), 양쩌우대학(揚州大學) 등 10여 개의 새로운 종합대학을 이뤘으며 그 이후로는 저쟝대학(浙江大學), 꽝시대학(廣西大學) 등 새롭게 합병된 종합대학들이 속속 생겨났다. 지금의 옌볜대학도 과거의 소규모 연변대학과 연변의학원, 연변농학원, 연변예술학교, 연변사범전과학교, 연변과학기술대학 등을 합병한 것이다. 현재까지 전국의 6백12개 대학이 합병을 거쳐 2백50개의 새로운 대학을 형성했다. 합병초기에는 내부적 마찰과 갈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학규모가 확대돼 대학자체의 경쟁력이 증강되고 학과구조가 최적화돼 교육의 질이 뚜렷이 제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정부당국, 장려금 형태로 대학에 투자

마지막으로 대학내부의 임용, 급여, 교수주택분양, 복지시설과 부속산업 등의 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것은 주로 1985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교육체제개혁에 관한 결정’에 따라 국가의 직접통제에서 벗어난 대학의 자율성확대에 따른 결과이다.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대학내부행정기구가 축소되고 인원이 감축됐다. 중국정부가 대학관리체제를 자율화하면서 각 대학에서는 개혁의 일환으로 행정기구와 인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학교 중앙 급 행정기구를 20개 이하로, 행정직원의 수는 3분의 1 내지 절반까지 삭감했다. 기구와 인력의 최적화 분포가 가능해지면서 대학행정의 효율성을 현저히 제고하자는 취지였다.

둘째, 대학임용제도가 크게 변화했다. 中國에서 대학이라는 직장은 원래 깨지지 않는 ‘철 밥통’으로 유명했다. 즉 일단 임용되면 실직되는 법이 없고 직위는 올라가면 낮아지는 법이 없으며 급여는 높아지면 떨어지는 법이 없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새롭게 도입한 교수초빙제도, 직원임용제도 등은 대학내부의 경쟁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셋째, 평균주의를 타파하고 파격적인 연구비지원제도를 실행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長江學者奬勵計劃’에 의하면 특별초빙교수직급제도를 마련해 ‘특별초빙교수’에 선정된 교수에게 매년 10만 위안에 달하는 거액의 특별장려금을 지급한다. 물론 ‘특별초빙교수’로 선정되는 교수는 반드시 국가에서 인정하는 특출한 학술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길림성 정부에서도 관할지역 각 대학들에서 省級 특별초빙교수, 수석교수, 강의전담교수, 젊은 학술리더 등 서로 다른 등급의 교수들을 매년 선발해 급여 이외에 별도로 특별초빙교수에게는 10만 위안, 수석교수에게는 4만 위안, 나머지 강의전담교수와 젊은 학술리더에게는 1만 위안에 달하는 장려금을 지급해 주고 있다. 이러한 장려제도는 또한 국가와 지방정부가 대학에 투자하는 독특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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