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1:20 (목)
캐나다·브라질과 경쟁 …‘필즈상’ 受賞 토양 다질 기회
캐나다·브라질과 경쟁 …‘필즈상’ 受賞 토양 다질 기회
  • 박형주 고등과학원·계산과학부
  • 승인 2009.04.27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 국제수학자대회(ICM) 유치소식을 접하며

4년마다 100여국 4천여명의 수학자들이 모여서 개최하는 국제수학자대회(ICM)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가장 오래(112년)됐으며, 가장 큰 규모이며(동반자 포함 6천여 명), 가장 권위 있는 학술대회다. 수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도 ICM 개막식에서 수여된다. 역사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수학의 특성 때문에 유럽에서 대부분 개최됐다.

최근 한국 수학연구 수준의 급격한 성장을 다음 단계로 이끌 방법을 고심하던 대한수학회는 2014 ICM의 국내유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한 준비과정을 거쳐 작년 11월에 국제수학연맹에 유치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캐나다, 브라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캐나다는 연방총리의 지원확약서한을 확보하고, 주요 수학연구소에서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며 총력을 기울였다. 2010년 ICM 유치를 추진하다 인도에게 패배한 후이니 재수인 셈이다. 같은 북미에 위치한 미국수학회장이 막판에 전화와 서신을 통해 국제수학연맹 11인 집행위원들에게 캐나다 지지를 호소하면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브라질은 남미 중심으로 9개국의 지지서한을 확보했고, ICM의 남미 개최가 전무했음을 내세워 브라질 유치 필요를 주장했다. 브라질 유치를 주도한 제콥 팔리스 교수가 국제수학연맹 회장을 역임한 경력을 활용해 집행위원 개별 접촉을 통한 설득작업을 벌였고, 현 집행위원 중 한명인 브라질 수학자가 활발한 브라질 지지활동을 했다.

한국은 “늦게 출발한 이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맞섰다. 개도국의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해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룬 한국의 ICM 개최는, 더 뒤에 있는 후발국들에게 큰 꿈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것이다. 해방이후 한국이 이루어낸 수학분야의 성장을 각종 통계자료를 이용해 증빙했고, 열악한 연구 환경에서 고투하는 개도국 수학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강조했다.

한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서한과, 현대자동차 그룹과 포스코 등의 재정적 지원 확약을 첨부한 것은 한국 유치제안의 진정성을 크게 높여 주었다. 한국유치위원회는 유치제안서 준비과정이나 지난 2월 말에 방한한 국제수학연맹 3인 실사단을 맞는 과정에서, 학문존중의 문화적 토양 증빙을 주요 주제로 설정했다.
실제적 방안으로 한승수 국무총리가 실사단을 접견했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실사단을 만나서 한국정부의 지원의지를 표명했다. 한국 언론에 실린 ICM 관련 기사모음집을 영문요약과 함께 전달받은 실사단은, 한국 국민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상상을 넘어선다고 놀라워했다.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캐나다와 브라질이 지지서한을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자, 한국은 한국유치제안의 주요내용을 외국에 알리는 노력을 시작했는데, 12개국이 자발적인 한국유치지지서한을 보내주어 힘을 보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캐나다와 브라질의 막판 반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4 국제수학자대회의 서울 유치가 확정됐다. 이는 학자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함께 했을 때 일구어 낼 수 있는 놀라운 성과의 예이다.

이제 5년간의 대회준비가 중요하다. 기존 ICM 개최국의 수학수준에 신속하게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젊은 수학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도 필즈상 수상자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2002년 ICM을 개최한 중국의 경우, 대회 개최 후 6년 간 중국 전체에서 나오는 수학분야 논문의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전무후무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음을 상기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박형주 고등과학원·계산과학부 / 2014 국제수학자대회 유치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