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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60여명 참여, 소설보다 박진감 있게 역사를 풀었다 ”
“연구자 60여명 참여, 소설보다 박진감 있게 역사를 풀었다 ”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4.27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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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_ 고려사 완역 앞둔 김광철 동아대 고려사역주사업단장

동아대 석당학술원 고려사역주사업단(단장 김광철·사학)이 고려사 완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업단은 최근 世家 46권·志 39권·表 2권·列傳 50권·目錄 2권 등 총 139권으로 구성된 원전 고려사 중에서 列傳편을 2006년 9책 분량으로 출간한 데 이어 최근 世家편을 12책으로 끝냈다. 가장 큰 분량의 번역을 끝낸 셈이므로, 고려사 전체의 완역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문학 위기의 시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료의 번역에 매진해온 사업단의 김광철 단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제 새로운 역주 작업을 계획했나.

“『고려사』 재역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해오던 터에, 구체적 계획을 수립한 계기는 1999년 12월 동아대 역주본을 저본으로 『CD-ROM 국역·원전 고려사』를 간행하면서부터입니다. 『CD-ROM 국역·원전 고려사』를 간행하기 위해 데이터를 교열하는 과정에서 연구위원들은 『고려사』 재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재역의 필요성을 대학당국에 전달했습니다. 역주작업은 당대의 학문적 역량과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와 세대의 감각에 걸맞게 수정·보완돼야 한다는 점, 『역주 고려사』를 우리대학이 간행했으니 이를 바로잡는 재역사업도 우리대학의 몫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인문과학대학 한국학 관련 교수를 중심으로 ‘『고려사』 재역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그 계획을 제안한 바, 2001년 3월 인문과학대학 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고려사』 재역사업 계획’을 수립해 학교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었습니다. 대학 당국은 제출된 ‘『고려사』 재역사업 계획서’를 검토한 끝에, 2001년 9월 역주사업의 목적·내용과 방법·추진일정·조직·예산 등 구체적 내용을 담은 ‘동아대학교 『고려사』 역주사업단’ 최종 승인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고려사』 역주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유려한 번역 위해 고군분투

△당시 어떤 분들과 의기투합했나.

“학내에서는 역사학과 한문학을 전공한 한국학관련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지요. 이 분들은 ‘고려사역주사업단’에 소속돼 번역과 주석작업을 담당했습니다. 국문학과의 김성언 교수는 번역을 주관하면서 쉽고 고운 우리말로 번역된 『국역 고려사』가 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최영호, 신은제, 김수한 연구원, 남재우(창원대), 엄경흠(신라대), 최연주(동의대)교수의 헌신적 노력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한국중세사학회’ 소속의 전국 회원 교수님들도 『고려사』 재역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역주작업에 적극 참여해주셨습니다. 역주 원고의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7만4천 여 매에 달합니다. 역주작업을 수행하고 확보된 원고를 몇 번이고 윤독하며 교열하느라 방학에 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원래 계획은 2007년 11월말까지로 들었는데, 계획이 수정된 이유와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그렇습니다. 본래 계획으로는 2007년 11월말로 완간하고 기념 학술대회도 개최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것은 다른 데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의욕에 넘친 나머지 계획단계에서 역주작업의 수행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은 결과입니다. 최종의 역주본을 완성한다는 자세로 몇 차례에 걸쳐 교열작업을 수행하다보니 기간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역주 고려사』 11책을 완간하는데 10년이 소요됐는데, 그보다는 조금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역 고려사』는 세가 12책, 지·표 7책, 열전 9책, 색인 2책 등 모두 30책으로 기획됐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지·표 7책과 색인 2책인데, 올해 7월말이면 교열을 완료하고 인쇄에 붙일 계획이라서 11월에는 『국역 고려사』 30책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쉽고 유려한 우리말 번역을 표방하신 것으로 안다. 쉽지 않은 기치인데, 의역과 정확한 번역 사이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갔는가.


“초창기의 작업이라서 그래서인지, 고전의 원문을 우리말로 풀어내는 데 급급했고, 그 활용의 대상이 주로 연구자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연구자들만이 아니라 일반대중이 고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젊은 독자들도 우리 고전에 다가설 수 있도록 쉽고 고운 우리말 번역을 앞에 내세웠습니다. 사료의 번역은 정확성을 생명으로 합니다. 사료에 담긴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번역이 돼야 합니다. 의역이라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한 예로 우리는 역주작업을 수행하면서 국가와 국가, 군왕과 신하, 신하 간에 사용한 개념과 표현들에 대해 당시의 상호관계들을 철저히 고려하면서 정확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확한 번역을 전제로 그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그에 걸 맞는 고운 우리말을 취사선택하고 문장의 구조를 몇 번이고 다듬었습니다.”

남북 학술교류 일조 기대도


△작업에 참여한 인원과 학진 연구비 지원 여부, 학교 예산 지원 여부를 알고 싶다.

“‘고려사역주사업단’은 그 산하에 연구위원회와 역주위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연구위원은 학내외 교수로 모두 15명, 역주위원은 40명 정도입니다. 이외에 10여명의 연구원이 역주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학진으로부터는 세가와 열전 역주에 5억 여 원, 학교 예산에서는 3억 여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지금은 이 정도 연구과제이면 학진 연구비의 규모도 훨씬 많이 책정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인문학 지원으로 큰 규모였고, 역주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었지만, 늘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역주작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고려사』세가의 특징을 든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또 열전, 지, 표 등의 특징은 무엇인가.

“『고려사』는 모두 139권에 달하는 거질의 역사서로서, 국왕의 연대기인 世家, 당시 문물을 분야별로 서술한 志, 연표로서의 表, 왕비와 신하들의 활동 기록인 列傳으로 구성된 기전체 서술방식의 역사입니다. 『고려사』 『세가』는 고려 태조에서 공양왕에 이르는 국왕 관련 기사를 수록하고 있는데, 34명의 국왕 가운데 우ㆍ창왕은 열전에 강등됐기 때문에 32명의 王紀만 있게 된 것입니다. 『국역 고려사』에서는 우ㆍ창왕 열전도 『세가』로 편입시켜 역주했습니다. 『세가』는 『고려사』전체의 33.6%나 되는데, 다른 기전체 史書의 本紀에 비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당서』본기가 10%, 『송사』가 9.5%, 『원사』가 22.4%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높은 비율로, 이는 ‘고려사’가 국왕 중심의 역사 서술 태도를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가』가 국왕의 연대기라고 하지만, 단순히 국왕의 동정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군사ㆍ대외관계 등 사회 여러 분야와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세가의 특징은 국왕의 동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고, 고려 역대 관료들의 인사발령과 공식책봉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담아냈습니다. 또한 고려시대 시기별 외교문서가 수록돼 있고, 반란이나 전쟁관련 기록이 풍부합니다. 이밖에 천재지변 관련 기사가 상세하고 문화교류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지』는 고려 문물을 망라한 것으로서 고려시대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주는 부분입니다. 天文·曆·五行·地理·禮·樂·輿服·選擧·百官·食貨·兵·刑法志 등 12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 각 지의 내용은 고려시대 사회 제부문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 시기 분류사 연구와 문화의 여러 모습을 밝히는 데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열전』 50권은 후비전에서 반역전에 이르기까지 13개의 열전으로 분류ㆍ편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諸臣傳이 29권으로 가장 많은 분량이고, 그 다음이 반역전으로 11권이며, 후비·종실·폐행·간신전이 각각 2권입니다. 양리·충의·효우·열녀·방기·환자·혹리전 등 7개의 열전은 나머지 2권에 수록돼 있습니다. 『고려사』열전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자료입니다. 충신과 간신, 폐행과 의인들이 엮어가는 한 시대의 드라마는 어느 소설보다 박진감있게 ‘고려’라는 이 흥미있는 시대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이번 작업이 갖는 의의를 정리하면.

“첫째, 현존하는 『고려사』모든 판본을 교감해 원문을 확정짓고 읽기 쉽게 표점을 달았습니다. 둘째, 번역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고운 우리말로 쉽게 풀어 썼습니다. 기존의 두 번역본에서 확인되는 오역을 빠짐없이 바로잡는 한편, 젊은 독자들도 아무 저항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쉽고 유려한 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의 지명을 일일이 붙여놓은 것도 특징의 하나이다. 셋째, 역사적 사실을 상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주석을 달았습니다. 주석의 양이 번역 본문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며, 『국역 고려사』를 읽으면 지금까지 고려시대 연구 성과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상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는 『국역 고려사』는 우선 전근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 방면 전문 연구자들은 관련 사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일반 대중은 당대의 사실에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를 함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국역 고려사』는 남북 학술교류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수도가 개성이었던 고려시대 연구 분야는 남북한의 학술교류에서 주요 주제가 됩니다. 더욱이 북한의 사회과학원은 『고려사』역주사업을 주관한 바 있기 때문에, 『국역 고려사』의 간행은 남북 간 학술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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