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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209개 등록 … 1/3만 학회지 발간
2년새 209개 등록 … 1/3만 학회지 발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04.27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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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0여개씩 만들어지는 학회, 활동은 글쎄?

해마다 100여개가 학회가 새로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학회지 발간, 학술대회 개최 등 본연의 활동에는 소홀한 학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있는 학회와 비슷한 이름의 학회도 많아 전문화·세분화라는 취지를 무색케 한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에 따르면, 2007년 1월 1일에서 지난 21일 사이에 학진에 새로 등록한 학회는 모두 209개다. 2007년 96개, 2008년 95개의 학회가 등록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이날까지 18개의 학회가 새로 등록했다. 2년4개월 사이에 생긴 학회 숫자는 지난 22일 현재 학진에 등록된 등재(후보)학술지 1천729종의 12%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학진에 스스로 등록한 학회만 집계한 데다 설립날짜를 기재하지 않은 학회 등은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학회가 생겼다고 봐야한다. 학진 관계자는 “이름을 바꾸거나 통합한 곳도 포함돼 있어 단순히 숫자만 가지고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학회 증가는 교수 업적평가 강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논문 편수가 중요시되면서 특히 인문·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회가 늘었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었다. 실제 학진 등재학술지 선정 현황을 보면 200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학회는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활동은 기대에 못 미치는 곳이 많다. 2007년 1~12월에 등록한 학회 96곳을 조사한 결과 홈페이지나 카페를 확인할 수 있는 학회가 47곳(49%)밖에 되지 않았다. 학진 학회정보나 학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학회지 발행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학회는 33곳(34%)에 불과했다. 물론 학회지 발간이 아니더라도 학술발표회를 꾸준히 개최하거나 학회 성격에 따라서는 연구총서 등을 활발하게 발간하는 학회도 있어 나머지 63개 학회 모두가 ‘개점휴업’ 상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문의 세분화·전문화라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도 있다. 교수 한 명이 여러 개의 학회를 새로 등록하거나 이미 있는 학회와 비슷한 명칭의 학회들이 새로 생겨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교수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학회 대표자로 등록된 경우는 총 13명에 38개 학회인데, 이는 이 기간 새로 등록한 전체 학회 수의 18%에 해당한다.

경기도에 있는 ㄱ대학 소속 교수가 대표자로 등록된 학회는 모두 8곳인데 이 중 6개 학회가 한 사람이 설립한 것으로 등록돼 있다. 전남지역 ㄱ대학 ㅇ교수는 학회 5개를 새로 만들었다. 서울에 있는 ㄱ대학 ㅅ교수 역시 3개 학회의 대표자로 등록돼 있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교수는 “실제 학회 참여 인원이 몇 명 되지도 않고 독립된 분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학회가 많다. ‘난립’하는 것이지 ‘분화’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지상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학문 영역에 따라서는 세분화하는 분야도 있는 반면 통합으로 나가는 분야도 있다. 학회 수가 늘었다는 사실만 놓고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한국판 SCI라고 할 수 있는 KCI(한국학술지 인용색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논문 숫자보다 영향력지수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회가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학회의 기능은 학문적 소통뿐 아니라 평가에도 있다. 학회 난립은 평가 기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학회가 난립하는 이유는 학문적 권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내 학회와 학술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母학회 중심으로 뭉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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