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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특별기고]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 교수신문
  • 승인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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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5 00:00:00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북 협상자세로 당분간 북미관계가 교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로만 강조했지, 실제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는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북 대화 의지없는 부시행정부

부시 외교안보팀은 협상 상대인 북한 정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 집권 후반기의 협상 성과를 수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 미사일문제 등 현안들에 대해서는 이미 북미 양국의 협상 조건들이 교환된 바 있다. 북한은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면, 5백km이상의 미사일 수출을 중단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북미 양국은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문제해결 방법을 내놓아야 할 차례이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경제적 보상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한다면, 부시행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부시행정부는 북한을 시급한 외교현안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국내정치적 필요에 따라 북한의 잠재적 위협요소를 강조하는 ‘강경 레토릭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의 환경변수이지만, 동시에 질적 발전의 필수 요건이다. 첫째로, 북미관계 진전이 없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북한에서 만든 물품을 북미시장에 수출할 수 없고, 당연히 개성공단도 위탁가공의 규모 확대도 불가능하다. 또한 미국의 재수출 조항 때문에 남북 IT분야 교류를 포함한 기술집약적 경제협력도 어렵다. 셋째,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한 현대화를 위한 국제적 지원도 불가능하다. 북한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 개발은행의 공적 차관을 얻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탈포용정책과 한반도의 위기

이렇게 볼 때, 남북관계는 남북한의 양자관계가 아니라,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라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부시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미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과 정책적 기조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대북정책을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 무시정책(benign neglect) 그리고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 세가지로 구분한다면, 부시행정부는 무시정책과 봉쇄정착을 선호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탈포용정책(Post-Engagement Policy), 은 한반도 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의 야당이 선택해서 더욱 걱정인 탈 포용정책은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접촉을 통한 변화정책’의 절차적 성과를 무시하고 있다. 탈포용정책은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라는 것은 장기적이고 접촉의 과정을 통해 가능한 것임을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은 한반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2003년 한반도 위기에 대처할 때

둘째, 북한의 체제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자신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대북 정책의 이니셔티브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접근법이다. 시간은 북한편이 아니라는 생각은 미국의 입장에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의 경우, 평화유지의 효과는 단순히 남북관계에만 적용될 수 없는 포괄적 중요성이 있다. IMF이후 개방된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평화유지 정책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반도 정세는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2003년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유예를 2003년까지라고 선언한 바 있고, 1994년 제네바 합의는 경수로 1기의 완공을 2003년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렇지만 북미 미사일 협상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수로 역시 이제 본공사 진척률이 15%에 불과하다. 위기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지만, 아무도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류협력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며, 평화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으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고려하기 보다 부시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번역하고 있는 한국의 야당이 올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탈냉전이후 아마도 최초로 대북 봉쇄를 위한 한미 동맹이 성립될 수도 있는 가능성은 한반도에서 진정한 위기를 의미한다. 지금은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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