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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신임교수들에게
[대학정론] 신임교수들에게
  • 논설위원
  • 승인 2002.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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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5 00:00:00
신임교수로 임명돼 첫학기를 맞은 분들께 감히 몇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기쁨에 앞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초강도의 재임용 절차가 어깨를 짓누르리라는 것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교수직도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갔다는 우스개 소리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전문직종이 변화의 물결에 쓸려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의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교육권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피교육자의 학습권으로 옮겨지고 있는 중이다.

신임교수들의 자질은 임용절차에서 완전히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3년 간의 교단경력과 연구 업적에 의해 재검증의 평가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때서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나마 과거의 느슨한 형식적 평가에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하고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어느 대학의 신임교수 오리엔테이션에서 총장이 환영사를 통해 “여기에 계신 분들 가운데 3년후 다시 뵐 수 있는 확률은 과반수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는데, 단순한 엄포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러한 처연한 상황에 직면한 신임교수들은 상당한 각오와 전략으로 강단에 올라 서야 할 것이다.

우선 지금까지 기득권으로 인정돼 왔던 ‘교수’라는 직업적 위신을 누릴 엄두를 당분간 버릴 필요가 있다. 물론 학생이 교수의 고객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단순한 의뢰인이라고 억누를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왜냐하면 피교육자가 강의의 형식과 내용을 다각도로 평가해 교수의 재임용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임교수들은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해 다양한 욕구를 지닌 젊은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다음으로 신임교수들은 과중하리 만큼 엄격히 부여된 연구성과물을 제때에 소화해 낼 수 있는 긴장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마치 박사과정에서 치루었던 격렬한 전투와 같은 악몽을 재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대학가에서 테뉴어를 앞둔 교수들의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임교수가 됐다는 안도감에서 자칫 세속적인 안일을 추구한다면 예기치 못한 망신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전문학술지가 많지 않은 인문사회계통의 분야에선 부여된 연구업적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논문게재의 눈길을 해외로 돌려 국제학술지와 가까워질 수 있는 안목과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정부와 대학당국은 국제적 규모의 학술회의에 이들이 참여하거나 이를 유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연구성과는 단순히 개인적 역량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행정적·물질적 요소와 합쳐질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법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각 영역에 걸쳐진 구조조정으로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인내하고 있다. 그간 높은 담에 둘러 쌓여 특권을 구가해 왔던 대학사회도 어쩔수 없이 울타리를 걷어내고 있다. 신임교수들이 그 변화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면 너무 가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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