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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유기농 식단 등 아이디어 ‘반짝반짝’
대체에너지·유기농 식단 등 아이디어 ‘반짝반짝’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4.20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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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그린캠퍼스 추진 어떻게 하고 있나

대학가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22개 대학이 참여해 지난 3월 출범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회장 신의순 연세대 교수)는 15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그린캠퍼스 확산을 위한 추진사례를 발표했다.
“최근 몇 년간 대학은 건물 짓는 데 몰두했다. 막대한 시설 유지비 부담은 대학의 현실이다. 에너지 절감을 비롯한 그린캠퍼스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날 토론자로 나선 최순영 숙명여대 사무처장(생명과학과)의 지적대로 그린캠퍼스는 더 이상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책임감에 호소하는 ‘캠페인’이 아니다.
고려대는 지난 2000년, 민주화 운동의 메카였던 대운동장 부지를 헐면서 중앙광장 지하에 열람실(1천석)과 1천100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건설붐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시설 유지와 관리를 놓고 2차전이 시작된다. 몇 년새 건물 신축에 사활을 걸어온 한국 대학가에서 그린캠퍼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현실이 돼 버렸다. 사진은 고려대 자연대 캠퍼스 하나스퀘어 광장

사진제공: 고려대 관리처


에너지 지킴이 제도를 실시하고 조명 스위치에 스티커를 부착해 주·야간 조명을 분리하는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만으로 적잖은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예컨대 사무실 멀티탭 위치를 책상위로 올려 대기전력을 최소화하면서 연간 약 4천6백만원을 절감하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사용을 제한하는 운동으로 운행 빈도를 평균 17% 줄여 연간 약 3천3백만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전주대는 2003년 이후 12개 강의동을 리모델링하고, 14개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총 예산 약 1천억원) ‘친환경’에 중점을 뒀다.
우선 냉난방시설을 전기,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로 바꿨고, 건축소재도 EM(인간과 환경에 유익한 미생물 복합체)세라믹을 사용했다. 특히 친환경 냉매를 사용한 급탕보일러 시스템을 기숙사와 종합학술정보관에 도입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시키는 데 신경을 썼다.

김갑룡 전주대 기획처장(경영학부)은 “초기투자비가 3배 이상 들었으나(약 2억원) 운영유지비가 저렴해 3년 이내에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지 고효율과 친환경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이 날 가장 주목을 끌었던 사례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상지대였다. 상지대는 지열과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초기 설비 투자비 부담이 워낙 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대학 자체적으로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학관계자들의 이목을 끈 부분은 환경 관련 교과목 운영과 유기농 식단이었다.

상지대는 지난해부터 이른바 ‘에코 커리큘럼’을 시행, 전공과목에 환경을 결합한 수업 개설을 의무화해왔다. 현재 교양교육과정에서 15과목, 이공과대 15과목, 생명자원과학대 13과목, 경상대 11과목, 인문·사회대 10과목, 한의과대 1과목 등 총 65과목이 개설돼 있다.

전영승 상지대 교수(회계정보학과)는 “초기에 교수들로부터 반대가 많았기 때문에 본부 차원에서 ‘탑-다운방식’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선택과목인데다 주로 4학년 과정에 개설돼 있어 학생들의 생활의식 개선이라는 본래의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유기농 식당을 운영하는 상지대는 ‘빈그릇 운동’으로 쌀 소비량에서만 연간 1천5백만원(10톤)의 효과를 봤다. 하지만 유기농 식단을 위해 연간 3억5천여만원의 추가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은 여전히 고민이다.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정책기조와 맞물려 진행되는 그린캠퍼스 운동. 하지만 대학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병욱 환경부 차관은 축사에서 “한국 대학은 친환경성면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건물과 운영체계를 유지해 왔다. 수많은 석학들이 학교에 있으면서도 자기 주변을 챙기지 못한 결과 아닌가”라며 “안타깝다”라고까지 언급한 대목은 그린캠퍼스 운동 앞에 펼쳐진 험로이기도 하다.

“녹색성장과 학생들을 미래의 환경시민 나아가 녹색성장의 주역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대학, 산업체, 정부, 민간에서 협력해서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의 기회를 주고 환경인식을 올바로 심어줘야 한다.”
신의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장(연세대·경제학부)은 그린캠퍼스 운동이 “대학간 일회성 협의체에 그쳐서는 안된다”라고 말한다.

여섯 명의 토론자들은 대학별 에너지 사용 현황,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실태조사가 선행돼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화 조선대 교수(환경공학과)는 “대학이 ‘밖’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외치면서 정작 실험실에는 5KW 장비 5개가 돌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 장비를 식히려고 몇 십 킬로짜리 에어컨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에너지 사용에 대한 편익비용 계산을 분명히 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는 다음 달 13일 ‘그린캠퍼스 추진을 위한 총장 선언대회’를 앞두고 있다. 환경운동의 맹점은 구호와 캠페인에 있기도 하다. 총장 선언대회가 ‘선언’에 머무르지 않기를 기대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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