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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눈으로 바라 본 '영어교육' 문제점
학생의 눈으로 바라 본 '영어교육' 문제점
  • 허준 선문대 교수
  • 승인 2009.04.13 12:0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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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대학 영어과 이대로 좋은가

한국은 대학에 영어과가 개설된 학교가 많다. 과거엔 영어영문학과란 이름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냥 영어과라고 하는 대학이 많다. 그만큼 실용적인 방향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영문학이나 영어학 또는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는 해당 과목을 가르치려는 욕구가 강하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래야 대학으로서 품위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학문을 해서 나쁠 것도 없다. 문제는 학생의 입장이다. 학생은 영어 능력을 향상하고 싶을 뿐이다. 잘 듣고 말하고 쓰고 읽고 싶은 것이다.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그런 능력이 가장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를 한다는 것은 그 언어의 문학과 어학 또는 교육학 이전에 기본적인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 학문이 있다. 미술대학 교수는 그림을 잘 그린다. 음대 교수는 악기를 잘 다룬다. 영어과 교수는 영어를 잘 알아듣고 잘 말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학생은 당연히 영어 실력이 향상되기 어렵다.

수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영어과에 와서 배우는데 사실은 모두 영어권에 가서 연수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대학 영어과에서 느끼는 갈증 때문이다. 혹자는 기본적인 말하기 듣기 등은 학원에서 하든지 혼자 하든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런 것을 대학에서 하기에는 격이 낮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면서 연수는 장려한다. 심지어 연수를 가서 따온 학점이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과목 즉, 기본 과목이라도 한국 대학에서 전공 학점으로 인정을 해주기도 한다. 그 만큼 영어권 국가에서 하는 공부를 쳐주는 것이다. 영어권 연수를 다녀오면 확실히 영어 실력이 더 향상된다. 몰입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영어과는 영어 몰입 교육과 거리가 멀다. 영어과는 우리는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없으니 나가서 배워라. 그러나 자비로 다녀와라.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외국어를 잘하고 잘 듣는 것이 격이 낮은 일인가? 초·중등학교에서 몰입교육이 안 돼서 대학에서라도 영어를 제대로 해보려고 영어과를 택한 학생들은 절망한다. 영어과를 졸업해도 영어는 안 된다. 돈이 있어야 연수라도 갈 텐데…. 영어를 잘하려고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야 만 한단 말인가. 말은 누구나 알 듯 습관이고 몸에 배어야만 말이 된다. 영어과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가 다 몸에 배어 있는가?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교수라는 지위와 학위를 보호막 삼아 현 영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정당성을 강요한다. 영문학이나 영어학은 ‘학문’이고 실제적인 언어 능력은 ‘항문’이라는 논리다. 영문과 학생들은 교수의 연구비를 제공하려고 대학에 온 것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교수의 존재 확인 때문에 학생들의 배울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 늘 그렇듯 학생은 약자다. 커리큘럼을 만드는데 참여하지 못하고 교수 임용에도 관여할 수 없으며 학점에 신경 쓰고 장학금을 받으려고 애쓰며 4년을 보낸다. 결과적으로 학생은 양질의 교육을 못 받고 있다. 영어과 교수는 영어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다. 그러므로 외국어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 지 잘 안다. 그래서 등록금으로 받은 봉급으로 자식은 조기 유학 보낸다. 일 년 만 보내서 몰입교육을 시키면 적어도 말하기만큼은 웬만한 대학생 실력이 부럽지 않다. 이 사실로서 우리나라 대학 영문과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외국어 교육은 몰입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말로 입에 거품 물고 열심히 가르쳐 봐야 영어에 관해서 배우는 것이지 영어 자체를 체득하는 것이 아니다. 각 대학 영어영문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 외국인 교수를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로 강의하는가? 영어로 강의하지 않겠다는 교수의 변명은 학생들이 못 알아듣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모국어인 한국어인들 알아들었는가? 수천 번 연습하며 익힌 모국어다. 언어는 못 알아들으면서 배운다.

영어과 교수들은 영어 몰입 교육이 안 되는 현실에 안주한다. 인정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부정하는 것이고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원어민 영어 교육을 반대하는 교사와 같은 입장이다. 이상한 것은 초중등 영어 교육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대학 영어 교육은 별로 이슈가 안 된다. 그래서 영어과 학생들은 영어 완전 정복을 위해 동분서주 각개 전투를 펼쳐야만 하는 입장이다. 대학에 와서도 사교육을 받아가며 영어를 해야 할 상황이다. 학교를 믿고 있다가는, 학점에 매달리다가는 토익 900점대에 안주하다가는 영어가 몸에 배지 못한 채 생존 경쟁의 장으로 내 몰리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영어가 몸에 배어 자유롭다면 대학에서 영문학이나 영어학 등을 배워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러한가? 대학가기 위한 영어 실력으로 입학한 영어과 학생들은 다른 과 학생과 영어 실력이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리고 대학에 일단 들어오면 비 영어과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비 영어과 학생들은 실용적인 영어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역대학원 한영과 입학생의 영어 전공자 비율은 높지 않다.

나는 통역대학원학생들이 실제적인 언어학습으로 불과 2년 동안에 천지가 개벽한 듯이 변화되는 모습을 본다. 영어 몰입 교육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감탄한다. 대학 학부 영어과도 결국 몰입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문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통번역과에는 중국 유학생이 많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에 능통하다. 원인은 이들이 중국에서 비록 대학에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어도 조선족 교수 등으로부터 4년간 한국어로 학습을 했고 커리큘럼도 실제적인 과목으로만 짜여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 대학 영어과는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교수가 영어로만 강의하게 하자! 등록금을 올려도 학생들은 환영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연수 가는 비용보다 훨씬 더 싸고 시간도 절약되지 않겠는가? 미국의 시인이며 교수였던 John Ciardi는 이렇게 말했다. “A university is what a college becomes when the faculty loses interest in students.”(교수진이 학생에 대한 관심을 잃을 때 대학은 대학교가 된다.) 오늘날 대학 영문과 교수들은 연구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학생들은 영어 몰입 교육을 받아야 할 마지막 기회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자각을 못하고 오늘도 셰익스피어를 읽느라 사전과 씨름한다. 원어민 교수 채용을 늘리자. 영어과 교수는 영어로 강의하자.
허준 / 선문대·영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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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2010-10-19 00:29:30
글쎄님은 글을 이해못하시는거 같아요 영어과생이 기본적인 회화조차도 안되면서 무슨 연구를한다는거죠? 영어과생은 영어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는곳 아닌가요.?

삼각모 2009-11-18 01:59:46
영문학과를 영어전문대로 바꾸면 되겠군요.
2년제면 충분할 듯..

대학생 2009-11-03 20:04:31
학비를 올리신다는 건 .............. .......

해석이.... 2009-10-01 05:13:52
"대학은 대학교가 된다" 가 맞나요?

글쎄 2009-08-22 01:37:36
영어는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영어 자체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학원이지 대학이 아니겠지요. "대학"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신지... 그런 기능적인 문제는 영어회화 학원에서 담당하면 됩니다. 대학은 연구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