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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통일’ ‘多문화’가 미래 좌우한다
‘저출산·고령화’ ‘통일’ ‘多문화’가 미래 좌우한다
  • 권형진
  • 승인 2009.04.13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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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 의견조사-향후 10년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

88올림픽이 끝났을 때만 해도 10년 뒤 한국사회가 IMF 구제금융의 수렁에 빠질 줄 아무도 몰랐다. 그래도 당시에는 ‘희망’이 있었다. 2009년의 한국사회 역시 온통 ‘잿빛’으로 채워져 있다. 10년 뒤, 2020년대 한국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교수신문>은 창간 17주년을 맞아 철학·사회학·과학사 전공 교수와 교수(협의)회장 등 72명에게 ‘향후 10년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를 물었다. ‘보기’를 따로 주지 않았지만 ‘저출산·고령화’가 23.6%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통일’(18.1%), 3위는 ‘다문화’(13.9%)였다. ‘사회통합’ ‘새로운 자본주의 모색’ ‘실업’ ‘창의성’ ‘환경’이 공동으로 4위를, ‘공존’ ‘교육’ ‘민주주의’ ‘생태’가 공동 9위를 차지했다. ‘복지’와 ‘양극화’는 6.9%로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편집자 주>

지난 1997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으로부터의 경종’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부제는 ‘2020년 일본은 사라진다.’ 무역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미래에 대한 꿈은 사라지고, 인구도 줄어들면서 2020년 일본의 중심세대는 ‘사라져가는 일본’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신문은 가장 큰 원인을 고령화로 봤다.

10여년 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사회에 던졌던 질문은 앞으로 10년 후의 한국사회를 규정짓는 데 있어 여전히 유효한 열쇳말(키워드)이 되고 있다. ‘향후 10년 뒤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를 뽑아달라는 의견조사에 응답한 교수 중 23.6%는 ‘저출산·고령화’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고령화는 새삼스러운 단어가 아니다. 그런데도 가장 많은 교수들이 고령화를 키워드로 꼽은 이유는, “고령화가 가져올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지금까지보다 더 크게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정동일 한림대 교수, 사회학)고 보기 때문이다.

정헌석 성신여대 교수(경영학)는 “낮은 출산율과 더불어 한국사회 고령화 속도는 세계 제일이라 할 정도로 노령인구가 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국가 장래나 국민적 역량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른 노령인구 증가

이는 곧 한국사회가 10년 뒤 고령화 사회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현재와 같이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고령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문화’ 역시 2020년대 한국사회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세 번째로 많은, 응답자의 13.9%가 ‘다문화’를 한국사회 키워드로 뽑았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외국인과 이주민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사회는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으로 더욱 다양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 때 이주민들과 소수민족집단 구성원들을 한국사회가 포용하지 못하고 배제하게 되면 (이들은) 사회의 하층계층을 형성하고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이주민들과 소수민족집단 구성원들이 한국사회의 기회구조에 공평하게 참여하고 한국인으로서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4위(9.7%)를 차지한 ‘사회통합’ 역시 ‘다문화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이미 전 국민의 1%를 상회하는 이주노동력은 국내의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꾸준히 증가해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통합’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신희영 경주대 교수(행정학)는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며 고도의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통합’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긴급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사회통합의 문제는)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복지사회의 구성을 통해서만 풀어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은 사회통합이 문제다
유장춘 한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통합의 개념은 지금도 많이 소통되고 있으나 10년 후에는 더 중요한 개념이 될 것”이라며 “장애인, 외국인, 노인과 아동 등 소외된 계층이 사회의 중심에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통합’이 키워드로 부상하리라는 말 속에는 한국사회가 그만큼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앞으로 다양한 가치와 이해에 기반한 갈등이 표출될 것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다양성과 차이의 존중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존’(8.3%)이란 키워드가 간발의 차이로 공동 9위에 올랐다. 김홍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다양한 타자들과의 공존을 허용하는 문화에 대한 요구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배 전북대 교수(과학철학사)는 “이해와 갈등이 심화되어가는 강대국과 약소국, 기독교와 이슬람교, 남과 북, 상층과 하층,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경세성장과 환경보존 등의 공존 모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재성 계명대 교수(철학)는 “다문화주의와 관련해서 향후 한국사회에서 빚어질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의견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통일’이 10년 뒤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 2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응답한 교수 5명 중 1명(18.1%)이 ‘통일’을 꼽았다. 박병덕 전북대 교수(독일문학)는 “만약 통일이 되면 그에 대한 각종 후유증 때문에, 분단 상태라면 통일에 대한 기대나 통일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선웅 한국교원대 교수(사회학)는 “남북한 교류 확산에 의한 공존 방식에 대해 토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신희영 경주대 교수 역시 “남북 간의 긴장 관계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10년 후쯤 되면 남북 간의 상호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통일의 문제는 자연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주민 이탈 등 ‘북한문제’(4.2%)와 남북교류를 포함한 ‘남북관계’(2.8%)까지 같은 범부로 묶는다면 ‘통일’이라고 답한 비율이 25.0%로 높아진다. 설문조사에 응한 교수 4명 중 1명이 ‘통일’을 향후 10년 뒤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로 보는 셈이다. 실제로 이종현 청주대 교수(사회학)의 경우 키워드는 ‘북한문제’를 적었지만 선정이유에서는 “김정일의 후계구도와 맞물려 북한 내부의 권력공백 현상 등으로 북한 내부의 동요와 통일의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급격한 변화 주시해야

통일이 2020년 한국사회 키워드 2위에 오른 데에는 북한 미사일 발사 강행, 김정일 중병설에 따른 후계 구도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최근 상황이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호경 안양대 교수(정보통신공학)는 “현재 김정일의 나이와 건강을 감안할 때 10년 이내에 북한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시 한 번 남북통일이 핫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원철 부산대 교수(사회학)도 “북한 체재 재편과 함께 한반도 불안정성이 증가하면서 평화와 통일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통일 문제가 예측 불가능하게 앞당겨 질 수 있다”면서 “남북사회에 대한 이해, 동질감 회복 등 사회적 차원에서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견조사를 도와주신 분들 

강수택(경상대), 구자현(영산대), 김귀옥(한성대), 김근배(전북대), 김남일(춘천교대), 김동언(강남대), 김무경(서강대), 김석진(경북대), 김성종(단국대), 김영주(초당대), 김영환(부경대), 김용석(목포대), 김유식(한국국제대), 김정규(계명대), 김혁일(계명대), 김혜경(전북대), 김호경(안양대), 김홍중(대구대), 노윤식(성결대), 노진철(경북대), 도용호(중부대), 도진영(경주대), 박범순(카이스트), 박병덕(전북대), 박복원(한국국제대), 박상규(강원대), 박선웅(한국교원대), 백승욱(중앙대), 석용환(한국재활복지대), 설동훈(전북대), 성태경(전주대), 송재룡(경희대), 송재일(공주대), 신광영(중앙대), 신구범(동의대), 신동원(카이스트), 신원철(부산대), 신진욱(중앙대), 신희영(경주대), 안연준(대불대), 우석대(홍성하), 유성선(강원대), 유장춘(한림대), 윤영삼(부경대), 윤인진(고려대), 윤행순(한밭대), 이관수(동국대), 이기우(인하대), 이민주(창원대), 이상수(호남대), 이선이(아주대), 이성수(건국대), 이재성(계명대), 이정일(충주대), 이종현(청주대), 이항우(충북대), 이헌창(고려대), 이현웅(한일장신대), 이혜숙(경상대), 임운택(계명대), 정동일(한림대), 정태석(전북대), 정헌석(성신여대), 조우현(숭실대), 진중의(용인대), 최도성(광주교대), 최병환(대전대), 최인숙(동국대), 현우식(호서대), 홍기칠(대구교대), 황보형(대전대), 황정익(탐라대) 이상 72명 가나다순.

※의견조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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