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1:30 (수)
과학기술연구의 질적 우수성 제고를 위한 대토론회
과학기술연구의 질적 우수성 제고를 위한 대토론회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0.12.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12-05 11:02:57
연구 質 높일 묘안찾기…“지원시스템 대수술·SCI 맹신 금물”

SCI가 과학기술계를 휘저으며 논문생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94년 5천여편에 그쳤던 SCI 등재 국내 연구논문은 올 들어 1만1천여편으로 늘어 세계 16위를 기록,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증가율로만 따진다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연구논문의 질 향상과 직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용빈도는 세계 61위로 추락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양의 팽창만 부추기고 있을 뿐 질의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일반적 지적이다.

量 급증 속 후퇴하는 연구 質

이점에서 지난달 2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연구의 질적 우수성 제고를 위한 대토론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날 토론회는 연구의 질을 끌어올릴 묘안을 찾아 정부와 각종 연구비 지원기관에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때문에 토론회의 참가자들은 과학기술학계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 교육부의 관계자와 각종 출연기관의 실무자까지 망라됐다. 김정욱 고등과학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김정덕 과학재단 사무총장, 한민구 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 이종서 교육부 고등교육지원국장, 이헌규 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비롯해 이장무 서울대 공과대학장, 김수일 연세대 공과대학장, 강주상 고려대 교수, 박상대 서울대 교수 등 10여명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발표는 4가지로 이뤄졌는데 ‘과학기술연구의 질적 제고방안’에 관한 채영복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기초과학분야(김영민 연세대 교수), 공학분야(김민수 서울대 교수), 연구소 R&D분야(김훈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의 발표로 이어졌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김영민 연세대 교수(자연과학부)의 발표였다. 현재 정부의 과학기술 지원정책이 당장에 도움이 되는 실용학문과 응용과학에 치우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점에서 기초과학연구를 가로막는 요인을 중심으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김 교수가 지적한 기초과학 연구의 수준향상의 걸림돌은 크게 4가지로 △자유로운 연구환경 부재 △안정적·효율적 연구투자 미비 △효율적 과제선정과 지원·관리 부족 △연구수행을 위한 인프라 부실 등이다. “창의적 연구의 장애가 되고 있는 연구지원기관과 대학의 권위적인 태도, 행정편의주의에 함몰된 연구관리체계, 다른 나라에 비해 부박하기 이를 데 없는 기초과학연구비 투자, 양에만 치우친 연구실적 평가 등 연구비의 지원에서 평가에 이르는 전반의 과정이 부실투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학계 일반의 비판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과제를 선정하고 지원하기 위해 차별성이 없는 연구사업의 중복수행을 줄이고 지원기관을 단일화가 필요하다. 연구능력 평가에 논문의 영향력 지수를 포함하고, 창의적이고 유망한 과학자 육성을 위해 개인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연구비 지원시스템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김 교수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 연구자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우리의 연구비 지원구조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채영복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의 지적은 연구지원기관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점을 짚은 것이었다. 채 이사장 지적은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산업계의 연구가 협력관계 보다는 서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으로 “효율적인 연구비 사용을 통해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성격에 맞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내학술지 SCI 등재 늘려야"

반면 공학분야 연구의 질적 우수성 제고 방안에 관해 발표한 김민수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우수논문 판단의 단일 기준이 되고 있는 SCI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구논문에 대한 평가는 각 학문분야별 성격에 맞게 다양한 척도에 의해 이뤄져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SCI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현상이 번져가고 있다”며 “이는 부실논문의 양적 증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논문의 인용정도를 통해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좁은 시각이긴 하지만 굳이 이러한 방식이 필요하다면 평가와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국내에서 발간되는 학술지를 SCI에 등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그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와 각종 출연기관의 지원과 관리 정책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지적된 연구비 지원의 구조적 난맥을 관련기관들이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