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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했더니 대박터진 印稅…집필·강연·자문, 즐길수록 '풍성'해지는 비밀
'몰입' 했더니 대박터진 印稅…집필·강연·자문, 즐길수록 '풍성'해지는 비밀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4.13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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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부수입, 그 주머니의 무게

 사회 곳곳에서 ‘투잡’이란 말이 번져나가고 있는 시대다.

지난 십 수년 대학밖 금융권 등을 비롯한 각종 기업체 회사원들의 급여는 가파르게 상승한 데 비해 교수들의 주머니는 그렇게 많이 두꺼워지지는 않은 것 같다. 전문성에 비해서 그렇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교수들은 곳곳에 불려다니면서 전문 조언을 하기도 하고, 독특한 생각들을 책으로 엮어내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서 자연스레 부수입이 발생한다. 지난해 교수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나타났듯 급여 외 부수입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강연·자문료, 인세·원고료 등이다. 그만큼 투명하고, 합리적인 부수입인 것이다.

일러스트 : 이재열

    인세는 교수들이 가장 쉽게 거머쥘 수 있는 부분이다. 대략 인세는 8~10% 선에서 형성되는데, 판매 부수에 따라 인세가 늘기도 한다.

2년 전 출간한 『몰입』이 베스트셀러가 된 황농문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부)의 인세수입은 대략 2억5천여만원이다. 이쯤되면 ‘아니?’하고 눈이 휘둥그레지게 된다. 저자인 황 교수도, 출판사도 모두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한 몰입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다”는 게 황 교수의 흥행 분석이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몰입』은 그의 전공 분야인 ‘박막증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몰입』은 황 교수가 무엇을 연구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황 교수는 “연구를 하다가 경험한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쓴 책”이라면서 “帶電된 나노입자 이론은 몰입 상태에서 나온 연구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실적 압박이 많은 연구여건에서 전공분야도 아닌 책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지만 연구실적에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학계에서 ‘논문 안 쓰고 딴 짓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교수들보다 논문을 덜 쓰거나 강의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몰입’ 효과 때문이라고 황 교수는 덧붙인다.

   그는 현재 『몰입』 1편에 이어 2편을 집필 중이다. 이 책은 곧 중국과 대만에서도 번역 소개될 예정이다. 그의 이런 ‘외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 분야에서 쌓은 논문이나 실적보다 『몰입』이 더 큰 업적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황 교수 사례와 달리 저술활동은 대부분 전공분야에서 이뤄진다. 저서는 논문과 함께 연구활동의 결과물이지만 논문보다 책이 쓰기 어렵다는 게 교수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여기에는 저서가 논문보다 홀대받는 업적평가 시스템 문제도 한 몫 거든다. 좋은 저서를 내놓기만 여간 어렵지 않은 악조건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치는 교수들은 있게 마련.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개인저서 18권과 공저 1권 등 모두 19권의 책을 저술했다. 강 교수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전북대에서 학술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비평) 역시 2007년 8월 한 출판사에서 전공 역작 3권을 동시에 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교수 모두 논문 편수로 평가를 가늠하는 풍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자기 길을 학자들이다. 이런 경우라면, 인세 부수입이 가져다주는 ‘주머니의 무게’보다 학자로서의 확고한 자기 태도에서 오는 성취감이 남다를 것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현대사)도 외부 활동이 왕성한 교수다. 5권까지 나온『대한민국史』는 한국역사를 대중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썼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 대중들의 반응도 좋아 15~20만권 정도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한민국史』인세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출판사와 계약 당시 평화박물관을 건립하는 데 인세를 기부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상임이사,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하고 있다.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빡빡한 일정이다. 그래서 그는 주로 저술활동을 강연· 활동과 연계하고 있다.    그는 “단체 활동은 역사학자로서 현실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저서나 언론사 기고도 지식인으로서 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적 발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에 단골로 기고하는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과). 이 교수는 스스로 언론매체 기고를 ‘취미’라고 말한다. ‘부수입’의 차원을 훌쩍 넘어서 있는 케이스다. 공대 교수들은 글을 못 쓴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시작했다가 이제는 글쓰기가 일상이 됐기 때문.

2000년부터 그가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매체에 기고한 횟수는 200여건이다. 그는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주제로 언론사에 기고한다. 보통 한 달에 한번 꼴이다. 글의 주제는 전공 분야를 뛰어넘는다. 졸업한 학생들을 보는 단상, 소속 대학의 현안 문제, 국립대 법인화까지 다양하다.

글의 주제에 따라 기고하는 매체는 달라진다. 글이 실리는 매체의 논조를 살펴 주장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한 교수의 고료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언론사에 따라 30만원에서 10여만원까지 다양하다. 아예 고료가 없어서 부수입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원봉사’라 할 곳도 있다. 그래도 그는 “국민들에게 중요한 현안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고는 계속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연’도 교수들의 주요 부수입원이다. 사회 곳곳에서 전문가 교수를 자주 호출한다. 그래서인지 CEO 세미나부터 지자체 시민강좌까지 강연자로 나선 교수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문성과 강의 경험을 두루 갖춘 교수들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수요는 꾸준하다. 거기다가 학계의 권위와 스타성을 더하면 몸값은 올라간다. 책정기준이 다르지만 대학에서 주관하는 행사 강연료는 100~200만원 정도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특강이나 세미나 일정이 잡혀있다. 지금까지 강당에 선 횟수만 600~700회 정도. 대학에서는 주로 ‘교수법’을 일반인 강좌는 ‘창의력’을 주제로 강의한다. 강연 대상은 학생, 학부모, 교수, 교사, 기업 임원 등 다양하다. 강연료도 천차만별. 모 기업 강연에는 3백만 원을 받았지만 무료 강연도 종종 있다. 

   주제와 강연 대상에 따라 강연 준비도 달라진다. 새로운 강연 주제가 잡히면 강연 준비에 몇 주간 매달리곤 한다. 그의 ‘열성 팬’은 누구일까. 그는 “가장 수업 태도가 좋은 집단은 학부모”라면서 “강의 주제에 호기심 가장 많고 눈빛도 살아 있는 등 반응이 가장 좋다”고 전한다.   

조 석좌교수는 외부 강연이 대학 강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한정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외부 강연은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외부강연에서도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학부모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강의 내용이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되기 때문이다.”

   외부 자문도 놓칠 수 없는 ‘수입원’. 그렇지만 외부 자문은 학생들의 현장 경험 학습을 위한 전략(?)으로 더 자주 활용된다. 장석하 경일대 교수(건축학)가 외부 자문요청에 응하는 이유는 ‘학생들 때문’이다.

장 교수는 현재 문화재청 위원과 경상북도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기적인 회의 이외에도 건축물 보수와 문화재 발굴 일정이 잡히면 주말에도 현장에 나가야 한다. 그에 따른 보상은 7~10만 원 정도. “나라에서 관리하는 문화재 특성상 출장비나 수당이 많지 않다”면서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체험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다”고 귀띔한다.

  부수입. 분명한 것은 그것 자체만을 쫓아서는 결코 마음이 넉넉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역시 본분에 충실할 때, 항아리를 넘치는 물처럼 아이디어와 콘덴츠들이 책으로, 강연으로, 자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몰입’은 마음과 정신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주머니까지 두둑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곱씹어볼 만하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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