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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 보장 … 학부·로스쿨 법학교육 상생 필요
균등한 기회 보장 … 학부·로스쿨 법학교육 상생 필요
  • 안경봉 전국법과대학협의회·부회장 / 국민대 법과대
  • 승인 2009.03.3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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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예비시험제도, 이렇게 본다] 찬성

지난 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졸업자에 한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부결됐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은 “변호사시험법안은 원칙적으로 로스쿨을 나오지 않으면 시험 자체를 보지 못하게 하는,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호사시험의 진입장벽 제거를 위한 대안으로 아래와 같이 몇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로스쿨 장학금제도 확충을 통해 경제적 약자의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방안이다. 주로 법무부 입장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로스쿨 인가 취소 등의 제재조치를 통해 저소득층의 장학제도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인가준비로 인한 과도한 비용지출 등으로 로스쿨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장학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로스쿨의 총정원을 늘리거나 총정원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총정원을 늘리거나 풀어 대학들이 각자 형편에 맞게 로스쿨을 설치한다면 비싼 등록금으로 인한 진입장벽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 로스쿨을 인가하는 완전한 준칙주의로 가는 것이 로스쿨이 성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긴 하다. 하지만 로스쿨 총정원의 70~80% 정도를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로 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법률가 수요가 적은 마당에 당장 총정원을 폐지하거나 늘릴 수 없고, 변호사직역 확대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시험에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로스쿨 졸업생이 아닌 자들에게도 예비시험제도를 통해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법안에서 변호사시험의 응시 자격을 로스쿨 졸업자로 한정한 이유로 ‘로스쿨 설치에 따라서 시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법률가양성으로의 전환’이라는 논거가 주로 제기되고 있으나 변호사시험이 기존의 사법시험을 대체한다는 측면이 간과됐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로스쿨 입학정원이 2천명에 불과한 극소수에게만 기회가 부여되는 체제라는 점, 등록금이 연 2천만원이 넘는 가장 비싼 교육비가 요구돼 경제적 약자에게 사실상 입학기회가 박탈된다는 점, 입학생의 선발이 객관적 기준보다는 대학의 주관적 기준에 더 많이 의존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관악구 출신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특정 대학 졸업생의 비중이 50% 이상(53.2%)을 차지해 2008년 특정 대학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 비율과 비슷하더라도 그 절대적인 수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100%이상 증가함으로써 학벌편중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시험은 단순한 자격시험이 아니다. 앞으로 공무원인 판사 및 검사를 변호사자격을 가진 자로 임용한다고 할 때 변호사시험은 공무원 임용시험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무원 임용시험의 성격을 갖는 시험의 응시조건으로 특정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의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로스쿨을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인 일본과 미국에서도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자로만 한정하지는 않는다. 외국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자에게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국가시험의 예비시험을 인정하는 의료법 제5조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또한 로스쿨 이외에도 공인된 법과대학이 존재한다는 현실에 맞지 않다. 일본과 달리 認可를 신청한 대학 중 25개 대학에게만 로스쿨 설치를 인가한 우리나라에서는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이 여전히 70여개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비시험 제도 도입을 통해 학부 법학교육 및 로스쿨 법학교육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안경봉 전국법과대학협의회·부회장 /  국민대 법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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