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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나누기 대책 문제있다] 고용위기가 高임금 탓? 노동시간 단축이 효과 높다
[일자리 나누기 대책 문제있다] 고용위기가 高임금 탓? 노동시간 단축이 효과 높다
  • 임운택 계명대·사회학과
  • 승인 2009.03.09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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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각종 통계를 보면 우울증을 일으킬 만큼 뒤숭숭하다.
연 초에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취업자가 전년 대비 10만 3천명이나 줄었고(통계청), 전체 고용인원 가운데 20-40세 비중이 처음으로 70%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한국은행). 이는 제대로 된 일자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3월4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 현재 임금 근로자 중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모두 695만1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6만7천명이나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근로자 수조차 7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10년 전과 같이 8%의 실업률과 180만 명을 넘는 실업자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지만, 폭풍이 몰려오기 직전 먹구름 장처럼 노동시장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임금삭감형 일자리나누기’(잡쉐어링)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정부부터 공공기관의 대졸초임을 최대 30%까지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고, 공무원들은 정무직의 경우 연봉 10%를 반납하고, 기타 직급은 자율적으로 봉급을 반납하게 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30대그룹이 대졸초임연봉을 최고 28%까지 깎아 신규 및 인턴채용을 늘리겠다는계획을 발표했다.

바야흐로 임금삭감이 악화된 고용시장을 타개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이 된 듯하다. 이러한 처방을 통해서라도 일자리 나누기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며, 그러한 점에서 잘못된 처방을 내렸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의 ‘임금삭감형 일자리나누기’는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이 매우 엉뚱하다.

현재의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고용위기가 높은 임금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고임금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외적 경제위기는 불로소득자들(케인즈는 주저작 『일반이론』에서 ‘불로소득자에게 죽음(death of Rentier)을 선사해야한다’고 강변했다)의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 생산에 집중하기 보다는 금융자산을 운용함으로써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려는 대자본의 탐욕, 이를 찬양하던 주주자본주의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지, 백배 양보해서 일부 직종에서 평균치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해도 전 사업장에 걸쳐 희생을 강제할 만큼 높은 임금 탓은 결코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수요를 촉진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전 국민에게 일정 액수의 현금지급까지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실태를 보면 과연 이러한 처방이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정부에서 제공하는 인턴채용을 보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단기적 편법대응에 불과하다.
경력에 별반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잡무를 떠맡거나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를 빌미로 기업은 마음먹고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전경련의 발표를 봐도 임금삭감에 방점이 찍혀있지, 신규채용의 규모나 시행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를 빌미로 민간기업에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으로 확산될 조짐만 더 커졌다.
잘못된 처방이라면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임금삭감형 일자리 나누기’보다는 ‘노동시간단축형 일자리나누기’(워크셰어링)가 훨씬 효과적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실질적인 노력과 조치를 강구해야만 한다.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기업과 공공부분에서 의무고용할당제, 취약청년계층에 대한 직업훈련과 일자리 제공, 사회안전망 확충 등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처방을 사용하는 것이 국민을 덜 불안하게 할 듯싶다.

임운택 계명대·사회학과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은 필자는 노사정위원회 사회경제소위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참여연대 노동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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