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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SCI급 논문보다 중요한 것
[나의 연구실] SCI급 논문보다 중요한 것
  • 김진오 광운대·정보제어공학과
  • 승인 2009.03.09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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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실은 내가 1999년 3월 광운대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연구실 이름은 지능로봇시스템연구실(Intelligent Robot System Lab)이다. 지금까지 석사과정 학생만 매년 1~4명씩 배출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매우 다양한 로봇들을 만들고 실험한다. 남들이 해 놓은 것을 더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것을 연구테마로 잡고 있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평가기술 개발, 수십 개의 자유도를 갖는 로봇을 쉽게 제어하기 위한 Input Device, 인형극을 만들기 위한 Shadow robot, 밧줄을 타는 로봇 등등 뭔가 남들과 다르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연구한다. 로봇의 교육적 활용과 로봇기술 자격시험에 대한 연구도 빼놓지 않는다.

대부분 새로운 분야인 탓에 ‘Reference’가 거의 없어서 어렵지만 새로운 학문 탐험의 기회를 갖는 것은 항상 즐겁다. 학생들이 특정 기술을 습득하고, 로봇의 탄생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감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좋은 효과들을 준다. 

연구실 이름에 지능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다. 누군가가 대표적인 지능로봇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그 지능은 로봇의 지능이 아니고 나와 우리 학생들의 지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첨단 지능분야를 연구하지는 않는다. 로봇이 사람처럼 뛰어난 지능을 갖도록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지능이 필요 없도록 작업과 환경에 변화를 줘서 문제를 해결한다. 예컨대 천정에 인공별을 설치하는 연구다. 사람이 별을 보며 항해하듯 로봇에게도 이런 별을 제공하면 높은 지능이 없어도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우리 연구실은 SCI논문과 연구비를 바꾸려는 현재의 국가연구시스템에 대해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SCI논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놓는 것,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비를 위한 논문, 논문과 연구비의 교환은 전혀 아름다운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나 대학이 연구하지 않으면 저렇게라도 할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올바른 길은 아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논문을 쓰도록 지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교수들에게 열정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한편으론 논문으로 구체화 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연구 분야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21C의 지식사회에서는 창조적이며 주관적인 디자인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Research’도 아니고 ‘Search’도 아니며 새로운 것을 ‘Design’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연구실은 새로운 로봇학을 창조하는데 모든 노력을 지속해 나아갈 것이다. 연구결과가 한국에 전파되길 기대한다.

김진오  광운대·정보제어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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